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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Apr 30. 2023

코앞에 둔 베트남어 시험

하노이 유학 생활 5

베트남어 능력 시험은 대표적으로 OPIc과 OPI, FLEX, 그리고 TOPiV이라고 불리는 외국인 대상 베트남어 능력 시험이 있다. OPIc와 OPI는 말하기 능력만을 평가하는데, OPIc는 컴퓨터와 질의응답을 하고 OPI는 미국에 있는 실제 베트남인 평가자와 통화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본다. 


FLEX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만든 시험으로,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가 주관한다. 관광통역안내사가 되려면 외국어 시험과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외국어 시험은 다른 외국어 시험 성적으로 대체한다. 베트남어의 경우는 대체할 수 있는 시험이 FLEX이기 때문에, 베트남어 관광통역안내사가 되려면 이 시험을 꼭 봐야 한다. 시험 부문은 듣기와 읽기만 있다.


마지막으로 TOPiV이 있는데, 이 시험은 베트남 교육부 공인 시험으로 부산외국어대학교와 하노이 사범대학교와 호찌민 인문사회대가 같이 만든 시험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하노이와 호찌민 인문사회대학교에서 시행하고, 한국에서는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TOPiV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베트남어 시험'이라고 하거나  'ABC 시험'이라고 한다(시험 등급이 초급 단계인 A1·A2, 중급 B1·B2, 고급 C1·C2로 나눠진다). 시험 부문은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가 있다. 


이 중에서 내가 이번에 보려고 하는 시험은 TOPiV시험이다. 한국에서 봐도 되는 시험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베트남어 시험을 보는 것보다 베트남 현지 대학교에서 베트남어 시험을 보는 게 더 뭔가 좀 있어 보이고 어학연수 한 보람이 느껴져서 뿌듯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베트남 대학교에 입학할 때 말고는 활용할 때가 없어 FLEX나 OPIc, OPI보다는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말이다.


원래 어학연수는 6월 초까지 하고 시험은 5월 3,4주에 보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험 날짜가 5월 6,7일로 잡혔다.(시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데 시행하는 대학마다 날짜가 다르다. 그리고 한국처럼 한 해의 시험 날짜가 미리 정해져서 공고되는 게 아니라 약 한 달 전에 공고된다.) 예상보다 시험을 일찍 보게 되어 가뜩이나 긴장이 되는데 예상 못한 새로운 규정이 있어 더 긴장이 되었다. 바로 쓰기 시험을 수기(手記)가 아니라 컴퓨터로 본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베트남어로 된 컴퓨터 자판이 없다. 베트남어를 컴퓨터로 쓰려면 'Unikey'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베트남어는 로마자가 기반이기 때문에 자판 입력이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베트남어에만 있는 특별한 글자와 성조 입력 때문에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까지 나는 한 번도 컴퓨터로 베트남어를 써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베트남어 자판 입력 방법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정작 나는 그걸 활용해 본 적이 없다.(베트남어 자판 입력 방식 (brunch.co.kr))  컴퓨터로 베트남어를 쓸 일이 많지 않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핸드폰 카톡으로 '나와의 채팅'에 글을 쓰고 쓴 PC 카톡에서 복사해서 사용했다. 베트남어 쓰기 시험은 당연히 수기로 보는 걸로 알고 있어서 노트에 쓰는 연습만 주야장천 했었다. 그런데 이번 시험은 말하기만 대면으로 하고 읽기, 듣기와 쓰기가 모두 컴퓨터에 쓰는 걸로 규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베트남어 선생님들도 바뀐 규정을 이해 못 한다. 읽기와 듣기는 이해하겠는데, 쓰기를 컴퓨터로 보다니? 많은 외국인들이 아직 베트남어를 컴퓨터로 쓰는 거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하면 컴퓨터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베트남어 실력에 상관없이 점수를 안 좋게 받을 수 있다. 몇 달 전부터 공지된 것도 아니고 한 달 전에 갑자기 바뀐 규정이고, 무엇보다 '베트남'에서 컴퓨터로 보는 시험이라니 과연 진행이 제대로 될까? 시험 중간에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아니 애초에 수험생에게 제대로 돌아가는 컴퓨터가 제공되는 건 맞을까. 꼭 컴퓨터로만 쓰기 시험을 봐야 하는지, 수기로 써도 되는지 학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비슷한 문의를 한 사람이 많다고,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역시나 컴퓨터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시험 공고에는 컴퓨터로 시험을 본다는 중요한 내용이 강조가 된 것도 아니고 딱 한 줄 짤막하게만 나왔다. 그래서 나도 베트남어 선생님들도 이 내용을 몰랐었는데, 2주 전에 나한테 한국어 과외를 받는 학생이 이 소식을 알려 줘서 알게 됐다. 이런 이유로 2주 전부터 베트남어 선생님과 부랴부랴 컴퓨터로 베트남어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위에 있는 표를 보면서 하나하나 자판을 치느라 속도가 거북이 같았지만, 지금은 그래도 조금 속도가 붙었다. 그래도 손으로 쓰는 거에 비해 훨씬 속도가 느리고 성조 실수도 많이 한다.


공부에 집중하느라 돈도 거의 못 벌면서 하는 어학연수 생활이라, 1주 전만 해도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좀 컸다.  '내가 목표로 하는 건 고급 단계인 C1인데, 시험을 못 봐서 중급이 나오면 어쩌지? 어학연수에 들어간 비용 다 날리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시험을 잘 보려고 어학연수를 결심한 것이 아니었다. 사는 동안 한 번은 어학연수를 해 보고 싶었고 오로지 외국어 공부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보고 싶어서, 그리고 베트남어를 제대로 공부해서 내 특기로 만들고 싶어서였다. 설사 시험을 잘 못 보더라도 그동안 어학연수 생활도 즐겼고 베트남어 실력도 전보다 확실히 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시험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졌다.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면 FLEX 시험도 볼 생각이고 말이다.


그래도 이왕 보는 시험, 목표한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시험도 잘 보고, 베트남에서 남은 한 달 동안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다가 귀국하길! 아자아자!




* 참고 : 베트남어 시험 정보

TOPiV :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자격증센터 (igse.ac.kr)

FLEX : 플렉스센터 (hufs.ac.kr)

OPIc/OPI: 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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