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서의 수업은 즐겁다

2025년 문화원 세종학당 2학기

by 한국어교원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하는 수업은 즐겁다. 컨디션이 별로인 날에는 수업 전에 '아, 수업하기 싫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수업 중에는 에너지가 충전이 된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본 열정과 보람이다. 한국에서 유학생과 어학연수생들을 가르칠 때는 거의 느끼지 못했으니.




대학교 한국어학당과 외국 유학생 전공 학부 수업을 맡았을 때는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1교시에 몇 명이나 올까, 1교시에 제대로 수업은 할 수 있을까. 쉬는 시간에는 안 온 학생들에게 연락 돌리느라 쉬지도 못하겠지.'


연락도 안 받고 학교에 안 오는 학생들, 수업에 오자마자 자는 학생들, 책은 가져오지도 않고 핸드폰만 쳐다보는 학생들, 쉬는 시간에 편의점에 가서 간식 먹으며 수다 떨다가 수업 시작한 지 반이나 지났는데 유유히 웃으며 들어오는 학생들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당연히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고, 학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특정 국가의 학생들이 그랬다. 물론 그중에서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 학생들과 타 국가의 학생들도 태도가 불량한 학생들을 봐주는 학교 분위기 때문인지 점점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지각과 결석이 많아졌다.


교사의 역량은 단순히 지식을 잘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한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석사 과정을 공부할 때도, 교사 효능감이니 교사 역량이니 하는 주제를 다룬 논문에서도 수없이 본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업 태도가 나쁜 학생들을 방치해서 공부에 의욕이 있는 학생들까지 물들게 하는 나는, 한국어학당 강사들은 역량이 부족한 강사일까?


마지막으로 일했던 한국어학당에 합격했을 때,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은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한테 잔소리하지 마세요. 자는 학생은 내버려 두세요. 책을 안 가져오거나 핸드폰을 봐도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민원 들어오면 선생님들만 손해입니다. 학교는 선생님들 편이 아니에요. 이건 선생님들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슬프게도, 이건 경고가 아니라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그럼에도 나도 동료 선생님들도 수업 시간에 자거나 핸드폰을 하는 학생에게는 한 시간에 한 번 정도는 주의를 줬으며,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태도가 안 좋으면 반드시 제재했다. 다행히도 민원은 안 받았다.


학부 수업은 상황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대학교는 왜 이런 학생들을 받는 걸까? 왜 학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이런 학생들이라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학교가 유지되니까. 학생 감소로 위기를 겪는 지방 사립대학교의 현실이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그나마 보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도 낮은 시급과 단기 계약의 반복으로 불안의 연속이었고,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기에 수업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점점 사라져 갔었다.



전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내가 세종학당에 다시 지원한 건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함이었지만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세종학당 파견교원이 되면 약 2년 동안은 고용이 보장되니까. 그리고 세종학당에서 한 수업은 대부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었으니까.


문화원에서 수업을 하면 공부에 의욕을 느끼는 학생들을 보며 열정을 느끼고, 한국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학생들과 수업 후에 식당과 카페에 가서 하하 호호 수다를 떠는 시간들이 재미있다.


"선생님, '-아/어 보니까'하고 '-아/어 보면' 문법은 어떻게 달라요?"

"선생님, 제가 지난번에 배운 문법으로 문장을 만들어 봤는데요, 맞는지 확인해 주실 수 있으세요?"

"저 숙제 검사 아직 못 받았어요. 제 숙제 좀 봐 주세요."


이렇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수업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정말 교수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싶어졌다.


11월 20일 오전,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갑자기 케이크와 꽃다발을 선물하며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날은 베트남의 스승의 날이다. 이미 전에 파견 경험으로 스승의 날에 이런 깜짝 이벤트는 경험해 봤지만, 이벤트는 몇 번을 받아도 기분이 좋다. 그날 저녁 수업에서도, 21일 수업에서도 똑같은 이벤트를 받았다. 이틀 연속 꽃다발을 가지고 퇴근하느라 손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들떴다. 어떤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그중에는 직접 제작한 것도 있어서 너무 감동이었다. 선물 때문이 아닌 학생들의 마음 때문에 다시 세종학당 선생님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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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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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받은 선물


세종학당 수업이 즐거운 건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들 덕분이기도 하다.


내가 하노이에 오자 자기가 쓰던 물건을 이것저것 챙겨 주시고, 맛집도 많이 소개해 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신 윤 선생님. 윤 선생님은 한국어 동화 구연 수업과 노래로 배우는 발음 수업으로 특별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하셔서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우수교원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신 우수 교원인데, 재미있게 수업하는 팁도 많이 알려 주셨다. 그리고 최 선생님은 하노이에 오래 사셨고 한글학교에서 한베가정 아동을 가르쳤었으며 관련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셔서 논문 발표를 위한 준비에 정말 큰 도움을 주시고 있다. 그리고 연구자로서도 한국어교원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고 항상 의지가 되는 분이다. 그리고 우리 운영요원 번 선생님. 세종학당 운영에다가 문화원 업무까지 하셔서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실 텐데 워커홀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신다. 성격도 너무 착하시고, 능력도 있으셔서 안 그래도 일이 많은 편인 문화원에서 이런 분과 일하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참 동료 복이 많은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전에 근무했던 다른 곳들에서도, 동료 선생님들과 사이가 좋아서 선생님들과 있는 시간이 좋았었다. 특히 나의 첫 세종학당이었던 후에 세종학당에서의 인연은 정말 특별하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그때처럼 여전히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11월 27일은 내 생일이다. 후에 세종학당에 있을 때 학생들이 SNS에 뜬 내 생일 알람을 보고 생일을 아주 거하게 챙겨줬었는데, 그다음부터는 혹시나 내 생일을 안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선물을 해야 하나'하는 부담을 느낄까 봐 생일을 비공개로 설정했었다. 그런데 2022년에는 내 생일을 알고 있었던, 지금은 동생 같이 여기는 후에 세종학당 운영요원 린짱과 린짱의 친구인 바오 황, 김찌가 후에 음식을 그리워하는 나를 위해 하노이로 직접 후에 음식을 싸 들고 와서 거하게 생일 파티를 해 주었다.


그때는 주말이었으니 하노이에서 같이 놀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평일이기도 했고 아무 말이 없어서 평범하게 넘어가겠구나 싶었는데... 후에 세종학당에 파견 가신 동기 선생님께서 생일 당일 2시가 좀 넘어서 보낸 카톡을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희숙쌤, 생일 축하해요! 일찍 축하해 드리고 싶었는데 린짱 쌤 특별 선물 들킬까 봐 오후에야 축하드려요!"


응? 특별 선물? 뭐지? 사무실에 있다가 무슨 말인지 전화해서 물어보려고 옆 교실에 들어갔는데...


윤 선생님과 최 선생님, 번 선생님이 같이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었고 최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선생님, 아직 들어오시면 안 돼요!"라며 나를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뭐지? 뭐야, 또 뭔가를 준비한 거야? 생일 파티는 전혀 기대 안 했는데...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다리고 있으니 최 선생님이 약간 체념한 목소리로 이제는 들어와도 된다고 해서 교실로 들어가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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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에 계신 이 선생님(2021년에 나와 같이 문화원에서 파견교원으로 일하셨었는데 지금은 후에 세종학당에 계신다), 린짱과 바오 황, 김찌가 준비한 선물이 있었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후에 소금커피가 하노이에도 체인점이 생겼는데, 거기에서 주문한 소금커피와 내가 또 정말 맛있다고 SNS에 사진을 올렸던 하노이 유명 베이커리의 사과 파이와 망고 케이크가 있었다. 2022년 생일파티에 이어 정말 정말 감동이었다. 후에 세종학당에서 문화원 선생님들께 연락해서 준비한 선물을 대신 받아서 깜짝 파티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감동을 받아서 살짝 눈물이 나올 뻔했다. 내가 들어오는 순간 후에 세종학당 교원들과 영상통화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린짱이 왜 울지 않느냐고 해서 우는 연기를 하는 사진을 보내 줬다.


깜짝 파티를 기획하고 선물을 보내 준 후에 세종학당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파티를 준비해 주신 우리 문화원 선생님들에게도 너무 감사했다. 후에 세종학당과 2021년 문화원 세종학당에서의 연이 여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는 것은 가끔 힘들지만, 사람 덕분에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그걸 요즘 들어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논문을 쓰는 것도, 흔들리지 않고 가고자 하는 길을 걷는 것도, 관계에 있어 균형을 잡는 것도, 여전히 불확실한 나의 미래에도 벽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 덕분에 수업하는 것이 즐겁고, 그 외에도 베트남에서 한국에서 여러모로 나를 챙겨 주시는 분들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 나는 정말 우리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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