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학기 수료식

2025년 문화원 세종학당 2학기

by 한국어교원

또 벌써 한 학기가 지나고 성취도 평가를 보고 수료식을 할 때가 됐다. 이번 학기는 집에 이것저것 필요한 거 사랴 개인적인 논문 준비로 여기저기 인터뷰 다니랴 수업하랴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에 제대로 집중을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게다가 윤 선생님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계약이 종료돼서 더...


윤 선생님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즐거웠었는데 겨우 한 학기만 계약 기간이 겹치고 내가 하노이에 2달 정도 늦게 와서 같이 있는 시간이 짧은 게 정말 아쉽다.


성취도 평가 전에 학생들에게 수료식에서 장기자랑을 하고 싶은 학생 신청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신청했다. 오히려 신청자가 별로 없어서 시간이 빌까 봐 게임이나 퀴즈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담당한 3A 반에서는 린 씨와 중 씨가 연극을 하겠다고 했고, 1B반에서는 프엉 씨와 장 씨가 구연동화를, 2B반에서는 응아 씨는 혼자 춤을 추겠다고 했다. 린, 중, 프엉, 장 씨는 윤 선생님이 1학기에 특별수업으로 한 한국어 말하기 수업을 들은 학생들인데, 이 수업에서 한국 드라마 장면 중 하나를 따라서 연기하는 활동과 동화 구연을 하는 활동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SNS에 올렸었다.


수료식 당일 낮에는 문화원장님과 오찬 일정이 있어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학당에 돌아와 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거의 세팅되어 있었고 뷔페 업체에서 오신 직원분들이 음식 준비를 하고 계셨다. 2022년 수료식은 코로나를 조심해야 되는 분위기여서 식사가 도시락으로 제공됐었다. 이번에는 뷔페여서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수료식 준비 중인 문화원


수료식 준비가 한창일 때 나는 린 씨와 중 씨와 연극 연습을 했다. 수료식 때 내가 연극에 사용할 PPT 화면을 넘기기로 해서 같이 합을 맞춰야 했다. 연극은 세종학당에서 만나 친구가 된 린 씨와 중 씨가 한국어를 공부하며 많은 추억을 쌓고, 나중에 한국에 가서 한강에서 라면과 치맥을 먹는다는 내용이었다. 린 씨는 곧 한국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고 중 씨는 나중에 한국에 여행을 가서 린 씨를 만나기로 해서, 실현됐으면 하는 계획을 연극으로 만든 것이다. PPT도 너무 잘 만들고 음악도 찰떡이었다.


수료식 시간이 다가오자 학생들이 문화원에 오기 시작했다. 다들 멋지게 차려입고 화장도 힘써서 하고 왔다. 수료식 사회는 최 선생님이 맡았다. 개막 공연은 1A반 학생의 바이올린으로 시작했다. 아오자이를 입고 태양의 후예 OST인 <이 사랑>을 연주했는데, 마치 전문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연주해서 수료식 분위기를 띄었다.


그 후에 내가 담당해서 만든 1년 동안 우리 세종학당 활동 사진을 모아 만든 동영상을 감상하고 문화원장님께서 축사를 하셨다. 다음으로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계약이 종료되시는 윤 선생님의 인사말이 있었는데, 세종학당 학생들과 교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시면서 울컥하셨다. 나도 2022년에 저 자리에서 인사말을 한 적이 있었기에 그 마음이 공감이 가서 눈이 빨개졌다.


다음 순서로 대표 학생의 수료 소감 발표와 개근상 수여, 수료증 수여식, 장기자랑 공연이 있었다. 공연은 노래와 춤, 가야금과 비슷하게 생긴 베트남 전통 악기 단짜잉 연주, 연극과 동화구연, 마지막으로 합창이었다. 연극 공연은 PPT를 띄우는 노트북을 무대 뒤에서만 연결할 수 있어서, PPT를 넘기는 책임을 맡은 나는 아쉽게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고 윤 선생님이 녹화해 준 동영상으로만 봤다. 동화 구연을 한 학생들은 초급 학생들인데도 발음이 정확해서 대견했고, 수업 시간에는 너무 조용한 학생이 성우 같은 목소리로 앙증맞은 소리를 내서 놀랐다. 저런 끼가 있는 학생이었다니...


합창 공연은 윤 선생님이 담당하신 '노래로 배우는 발음동아리' 학생들과 윤 선생님이 같이 하는 공연이었다. 노래는 크리스마스 대표 곡인 SG워너비의 'Must have love'였는데, 수료식의 마지막과 마무리되어 가는 2025년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곡이었다. 윤 선생님과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옷과 소품들을 직접 준비했다. 노래 중간에 인공 눈을 뿌리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손으로 던지는 폭죽으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학생들 공연


장기자랑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과 차려진 뷔페 음식을 먹었다. 낮에 음식 준비하는 걸 봤을 때 계속 기름진 냄새가 나길래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설렜는데, 역시 맛있는 건 빨리 없어진다. 아쉽게도 줄을 좀 늦게 섰더니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은 별로 못 먹었다. 그래도 음식이 많아서 든든하게 먹었다. 학생들과 단체 사진도 찍어야 해서 급하게 먹었지만.


음식을 먹으며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다 먹은 후에는 반별로 무대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또 학생들과 셀카도 찍고, 또 같이 사진 찍자고 요청하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다. 세종학당 수료식 때마다 유사 연예인 체험을 하는 것 같다. 담당 선생님이 아니었는데도 같이 찍자는 학생들도 항상 있다. 나는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것, 혼자 있는 것,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사실은 은근 관심을 즐기나? 한국어 선생님으로 있을 때는 이런 유사 연예인 체험이 재미있다. 윤 선생님과 최 선생님도 역시 끊임없는 사진 요청에 바쁘셨다. 특히 이제 한국에 가시는 윤 선생님은 최고의 인기 스타였다.


학생들과 찍은 사진


수료식을 하며, 2022년 수료식 때가 계속 생각났다.


'그때 학생들에게 파견이 종료되어 곧 한국으로 가지만, 어학연수하러 다시 하노이에 올 예정이니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고 했었지. 그리고 귀국 후 한 달 후에 어학연수를 5개월 동안 열심히 하고 한국에 갔고,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여기저기 일하러 다니고...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여기에서 이렇게 수료식을 보고 있네. 그때가 정말 내 마지막 파견 생활일 줄 알았는데. 인생 참 재미있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은 지금 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3년 전에 가르쳤었던 학생 중 지금까지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세 명뿐이다. 다른 학생들은 아직까지 가끔 연락을 하는 학생, SNS로 자주 근황을 확인하는 학생도 많지만 SNS를 안 해서 연락이 끊긴 학생도 많다. 다들 잘 살고 있겠지? 2026년 수료식 때는 또 2025년 수료식이 계속 생각이 나겠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고, 사람들도 바뀐 수료식을 즐기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또 그리워하겠지 싶다.





사진 출처: 수료식 준비 사진 제외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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