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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Dec 24. 2022

마지막을 향해...

2022년 문화원 세종학당 2학기

후에 세종학당에 근무했을 때, 11월 말 내 생일이 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생일을 안 학생들에게 많은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고맙기는 했지만, 11월 20일 베트남 스승의 날 선물도 받았는데 생일 선물까지 받는 건 좀 미안했다. 학생들이 반마다 단체로 돈을 모아 선물을 사 줬는데, 혹시나 그런 거에 부담을 느끼학생들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말이다. 올해도 베트남 스승의 날 때 문화원 세종학당에서 과분한 축하를 받아서, 이번에는 페이스북에 생일을 비공개로 해 놨다. 그런데도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일을 안 학생들이 고맙게도 깜짝 파티를 해 줬다. 그래도 후에 세종학당 때보다는 조용히 지나갔다. 문화원에서는 말이다.


학생들이 준비한 깜짝 생일 케이크


문화원 밖에서는 정말 생일을 알차도 너무 알차게 보냈다. 후에에서 내 생일을 축하해 주러 동생들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린짱과 황, 김찌인데, 모두 후에 세종학당 때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었다. 린짱은 후에 세종학당 동료이기도 했고 다른 두 명도 내가 후에를 떠난 후에도 학생과 선생의 관계라기보다는 그냥 친한 동생 언니처럼 지냈기에 그냥 언니 동생 하기로 했다. 내 생일 선물로 후에 음식을 가져온다고 했었는데, 동생들이 가져온 음식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후에 동생들이 챙겨준 생일 음식


내가 예전부터 농담으로 하노이에 가지고 오라고 했던 후에 명물 소금 커피, 분보 후에, 반록과 반남을 잔뜩 챙겨 온 것이다. 덕분에 하노이에서 후에 음식을 정말 원없이 먹었다. 게다가 미역국까지 직접 끓여줬다. 정말 한국에서 부모님이 끓여주신 미역국같이 맛있었다. 우리는 집을 파티 룸으로 꾸미고 신나게 놀고, 월드컵도 같이 구경했다. 호떠이(서호), 호안끼엠 호수, 미딩 등 하노이 이것 저곳을 구경 다녔지만 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것 같다. 덕분에 생일을 이번에도 분주하게 보냈다.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정이 많은 것 같다. 스승의 날도 생일도 참 잘 챙겨 준다. 한국에서는 친한 친구와 만나서 점심 먹고 선물을 받고, 저녁에 가족들과 같이 소소하게 생일 파티하는 게 끝인데 말이다. 한국에 완전 돌아가면 기념일이 시시하게 느껴질 것 같아 걱정이다.


생일은 즐겁게 보냈지만, 12월이 되고 기분이 점점 가라앉았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문화원에서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날도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나한테 말했다. 선생님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게 수업할 때 보인다고.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교사에게 수업의 자율성을 많이 주는 문화원 세종학당 환경도 좋고, 문화원 학생들이 교사를 잘 따르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여기서 가르치는 게 특히 더 즐거웠다. 내년에 하노이에서 몇 달 동안 어학연수를 할 예정이긴 하지만 문화원에서 근무하는 건 아니기에, 떠날 때 아쉬움이 덜 남도록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2학기 성취도 평가는 12월 둘째 주였다. 성취도 평가 일주일 전, 학생들의 얼굴은 다들 근심 걱정으로 가득했다. 시험에 합격해야 수료증을 받고 다음 단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자기가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합격 못할 것 같다, 너무 걱정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저는 아마 합격 못할 거예요."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어요. 시험 문제는 다 책에서 나와요. 책을 계속 보세요."

"선생님이 내년에도 우리를 가르치면 저는 합격할 거예요."

"하하하, 미안해요. 그래도 시험은 합격하길 바랄게요."


"선생님, 시험 문제 쉽게 내 주세요!"

"문제는 저희가 아니라 세종학당재단에서 만들어요. 그리고 어렵지 않아요."

"너무 걱정돼요..."


나도 당연히 학생들이 모두 합격하기를 바랐지만... 출석 점수가 안 되거나 사정이 있어 시험을 못 본 학생 제외하고 시험에 떨어져 수료를 못한 학생이 세 명이 생겼다. 시험에 불합격한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었고 수료한 다른 친구들과 사이가 아주 돈독했기에 떨어뜨리는 게 나도 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취도 평가가 끝나고 12월 10일, 마지막 고급한국어 수업이자 문화원에서 하는 나의 마지막 수업을 했다. 고급한국어 수업은 특별 수업이기에 시험이 없다. 마지막 수업인 만큼 특별하게 하고 싶어 수업을 좀 일찍 끝내고 20분 정도 게임을 했다. 게임은 단어 맞추기, 초성 퀴즈, 난센스 퀴즈 총 세 개였다.


단어 맞추기 게임
초성 게임. 정답은??
넌센스 퀴즈


'단어 맞추기'는 한 학생은 앞에 나와 PPT 화면을 등지고 반 친구들을 바라보고, 다른 학생들은 앞에 나온 학생에게 PPT에 나온 단어를 한국어로만 설명해서 그 학생이 답을 말하게 하는 게임이다.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다들 아주 재미있어했다. 난센스 퀴즈는 답을 맞히기보다는 그냥 재미로 보라고 넣은 것인데, '불고기'는 바로 맞추고 '공기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것은' 질문에 '공'이라고 대답했다.


퀴즈도 재미있게 하고, 퀴즈 상품으로 과자도 나눠 주고, 학생이 가져온 간식도 같이 먹고 수업이 끝나자 마음이 허전해졌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러 미딩으로 갔다. 12월 10일부터 11일까지 미딩에서 한인회가 주관하는 한-베 문화교류 축제가 열렸다. 마찬가지로 마지막 수업이 끝나서 허전해하는 동기 선생님과 같이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서 사진도 찍고 축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서로의 허전함을 달랬다.


미딩에서 열린 한-베 문화 축제


이제 수료식만 남았다. 수료식만 끝나면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의 나의 업무는 모두 끝이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수료식을 온라인으로 해서 이번은 2년 만에 열리는 수료식이기에 학생들도 기대가 많았다. 나는 이번 수료식 때 사회도 맡고 학생과 같이 노래도 부르기로 했다. 후에 세종학당에 있을 때도 마지막 수료식 날 학생과 같이 베트남 가수 미떰의 'NGƯỜI HÃY QUÊN EM ĐI'(한국어 버전은 '이럴 거였니')를 불렀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됐다. 이번에 부를 노래는 박효신의 '눈의 꽃'인데, 학생이 부르는 파트는 한국어로, 내가 부르는 파트는 베트남어 버전(Xin lỗi anh yêu em)으로 부르기로 했다. 잘 부를 자신은 없고, 서툰 노래 실력으로 학생들에게 큰 웃음을 줄 자신만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마지막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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