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국어 교원 Dec 21. 2022

한글 캘리그래피 문화수업(+국립한글박물관)

2022년 문화원 세종학당 2학기

10월에 하노이 세종학당 1에서 주최하는 문화 연수 및 워크숍에서 나와 김 선생님이 '2022년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한국문화수업 현황'이라는 주제로 문화수업 사례 발표를 하게 되었다. 나는 올해 특별학기 때 내가 했던 문화수업 사례를 발표했고, 김 선생님은 문화수업 만족도와 앞으로의 희망하는 문화수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셨다.


워크숍 발표


워크숍 전에 한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 조사는 '매우 만족 - 만족 - 보통 - 불만 - 매우 불만' 중에 한 명만 '만족'이고 나머지는 '매우 만족'을 선택해서 뿌듯했다. 그리고 앞으로 문화 수업을 수강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모든 학생이 '그렇다'를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는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한글날 기념 명목으로 하루 전인 10월 8일에 문화수업을 하기로 했다. 김 선생님은 '한국의 전통 놀이'를 하기로 하셨고 나는 '한글 캘리그래피'를 하기로 했다.


세종학당재단은 매년 전 세계 세종학당과 한국어교육 관계자가 모이는 '세계 한국어 교육자 대회'를 연다. 세계 한국어 교육자 대회 때는 우수 사례 발표도 하고 세종학당 재단의 사업 설명도 하며 문화 연수도 진행한다. 문화 연수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는 문화 교구도 나눠 주는데, 나도 이번에 참가하여 문화 교구 세트를 받았다. 이번에 나눠 준 문화 교구에는 한글 캘리그래피 교구재 10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교구재에는 캘리그래피 연습지와 붓펜, 엽서 카드가 들어 있다.


받은 캘리그래피 교구는 사용해야겠고, 10명으로만 문화수업을 하기에는 너무 적은 인원이라 고민이 되었는데, 마침 하노이 세종학당 1 선생님께서 국립한글박물관과 직접 연락하여 교구재를 더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교구재는 배송비와 관세만 내고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강의도 교원이 하는 게 아니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제공해 주는 동영상을 보여 주고 학생들이 따라 하게 하면 된다. 그래서 나도 국립한글박물관 담당자에게 세계 한국어 교육자 대회 때 나눠 준 교구재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혹시 가능하면 캘리그래피 교구재를 50개 더 받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감사하게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교구재 50개와 동영상을 보내 주셨다. (동영상은 이론편인 1편과 실습편인 2편이 있는데, 2편은 캘리그래피 수업을 신청해야 볼 수 있고 1편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50명이 한 번에 수업을 들을 수는 없기에 수업을 두 번 나눠서 했고 1차는 10월 8일에, 2차는 11월 14일에 1차 때 신청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1차 수업 때는 20명까지 신청 가능했는데 50명 가까이 신청을 했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수업에 모두 대만족 했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나고 나한테 다음 수업을 안 하냐, 계속 캘리그래피를 연습하고 싶다고 한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수업은 정말... 여러 명의 도움의 손길이 들어갔다. 학생들에게 교구재를 나눠 주고 동영상을 보며 캘리그래피를 따라 하게 하면 되는 수업이라 쉽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수업 준비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첫 번째 도움의 손길은 우리 운영요원이신 짱 선생님이시다. 이론편인 동영상 1편은 한국어만, 2편은 한국어와 영어 자막이 있었다. 그런데 세종한국어 1권을 공부하는 초급 학생부터 수업을 들으니, 이론 편은 베트남어 자막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상에 나오는 설명 중 중요한 부분만 베트남어 자막을 만들었다. 짱 선생님은 내가 쓴 한국어 자막을 베트남어로 모두 번역해 주셨다.


자, 이제 번역한 자막을 영상에 입히기만 하면 되었다. 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건 예전에도 해본 적이 있어 자신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자막 프로그램은 '서브타이틀 에디트(Subtitle Edit)'라는 프로그램인데, 초보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어라? 왜 자막 색깔이 안 변할까? 자막 색깔이 계속 하얀색으로 나오는데 그럼 밝은 화면에서는 자막이 안 보인다. 그래서 모든 화면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파란색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안 된다. 인터넷으로 해결책을 찾아봐도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할 수 없이 지식인 님의 도움을 받았다.


"서브타이틀로 자막 색을 바꾸려고 하는데 계속 안 돼요. 왜 그럴까요?"


답변이 바로 달렸다. 그런데 내가 이미 해 본 방법을 설명하셨다. 그래서 그 방법을 썼는데도 안 된다고 추가 질문을 하자 지식인 님께서 대답하셨다.


"그 파일을 저한테 보내 보시겠어요? 제대로 설정을 했는데도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질문하신 분께서 만드신 자막으로 테스트해 보고, 동일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생판 남에게 이런 메일을 보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바로 며칠 뒤가 수업이었고, 자막은 빨리 만들어야 했다. 이것 때문에 다른 수업 준비도 못하고 몇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메일을 보냈다. 지식인 님은 내가 만든 자막 파일만 보내 달라는 의미였는데 나는 그걸 몰라서 영상과 자막 파일을 같이 보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답장 메일이 왔다. 그런데... 어머나? 지식인 님은 문제가 뭔지 살펴보신다고 했는데 답장으로 보내주신 것은 베트남어 자막 파일이 입혀진 완성된 동영상이었다! 심지어 본인이 시도해 본 여러 방법을 이미지로 캡처해서 보내주시기도 했다.



이 지식인 님이 두 번째 도움의 손길이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라 처음 보낸 파일이 가시성이 떨어진다고 화질을 더 좋게 인코딩한 동영상을 버전을 다르게 해서 두 개나 보내 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네이버 포인트를 조금이지만 보내 드렸다. 내가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내니, 원래 이렇게까지 도와줄 생각을 없었는데 영상을 보니 공익성이 있는 거 같아 해 주셨다고 한다. 세상에는 이렇게 마음씨 좋은 분들이 많다!



번째 도움의 손길은 우리 학당 현지 교원이신 프엉 선생님! 수업 전날, 수업하는 교실 빔 프로젝터와 내 노트북을 연결시켜 보려고 했는데 연결이 안 되었다. 김 선생님 노트북, 문화원 세종학당 전용 노트북으로 해도 다 안 되었다. 문화원에서 시설 담당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게 힘들게 동영상을 준비했는데 빔 프로젝터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마지막으로 프엉 선생님의 노트북을 빌렸다. HDMI 케이블이 문제였는데, 다른 노트북과 프엉 선생님의 노트북은 사용하는 HDMI 케이블이 달랐다. 다행히 성공이었다!


 번째 도움의 손길은 고급한국어반 학생 두 명이었다. 베트남어 자막을 입히긴 했지만 내가 말로 수업 진행을 해야 할 때도 있었기에 통역이 필요했다. 고급한국어반 학생 두 명도 캘리그래피 수업을 들어서 그 학생들에게 통역을 부탁했고, 덕분에 원활하게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정말 수업 한 번 하는데 왜 이렇게 신경 쓸 게 많았는지...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아무튼 첫 번째 캘리그래피 수업은 잘 끝났다. 두 번째 캘리그래피 수업은 11월 14일 저녁에 했다. 이번에는 35명까지 신청을 받았는데,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23명만 신청을 했다. 두 번째 수업은 문화원 본관 갤러리 겸 북카페에서 했다.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지만 장소가 넓어서 좋았다. 그리고 수업 준비에 고생을 많이 한 만큼 결과도 좋았다. 일단 학생들이 아주 즐거워했고, 두 번째 수업이 없다는 거에 아쉬워했다. 그리고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세종학당재단에서 한 문화수업 경험 공유 이벤트에 캘리그래피 수업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출하여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한다. 그리고 좋은 일 하나 더!


 

문화수업이 끝나고 11월 20일은 베트남 스승의 날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챙겨줬는데, 뭐니 뭐니 해도 내가 가장 좋아한 선물은 학생들의 편지였다. 이번에도 학생들이 편지를 많이 줬다. 그림을 잘 그리는 어떤 학생은 나와 반 친구들의 그림을 그려서 편지를 주기도 했다. 이번에 세종학당재단에서 2022년 감동 사례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감동 수기 부분만 있었던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수기 부문과 사진 부문이 있었다. 사진 부문은 총 3장의 사진을 제출할 수 있었는데, 나는 캘리그래피 문화수업 사진, 캘리그래피 때 학생들이 준 카드 편지와 스승의 날 때 받은 편지를 제출했다. 그리고... 우수상을 받았다! 작년에 감동 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었기에 이번에 수상할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했었는데, 제일 낮은 상이긴 하지만 2회 연속 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건 다 우리 학생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학생들 최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