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국어 교원 Mar 12. 2021

파견 교원 시범 강의 면접

2. 세종학당 파견 교원이 되기 전까지

아직 코이카 임기가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세종학당 파견 교원 공고가 나왔다. 나는 몽골에서 서류전형을 준비했다. 지금은 없어도 되지만 그때는 파견교원으로 지원할 때 담당 교수나 일했던 기관의 기관장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야 했는데, 나는 몽골국립교육대학교 학과장님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았다. 그리고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았고 몽골 어학원에서 받은 몽골어 능력시험 중급 합격 증명서를 번역 공증받았다. 그리고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와 함께 서류들을 한국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보냈고, 부모님이 내가 보낸 서류와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가족관계 증명서, 한국어교원자격증 사본을 같이 세종학당재단에 보내 주셨다.


그리고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때까지 긴장 속에서 기다려야 했지만 다행히도(?) 코이카 단원은 귀국하기 전에 할 일이 아주 많았다. 후임 단원에게 줄 인수인계서도 작성하고, 활동 종료 보고서도 작성하고, 학생들과 기관 관계자들, 친한 코이카 단원들과 송별회도 하고 내가 쓰던 물품을 신규 단원들한테 나눠 주고 한국으로 짐을 보내고 등등 한 달 동안 너무 바쁘게 지내서 시간이 화살같이 빨리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11월 4일 귀국 하루 전날 서류전형 결과가 나왔고, 같이 귀국하는 동기들과 같이 긴장 속에 결과를 확인했다. 합격이었다! 합격해서 너무 기뻤지만 면접을 볼 생각에 너무 걱정이 되었다. 면접은 약 5분에서 10분 정도 시범 강의를 한 후에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범 강의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면접장에서 너무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버벅대다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른 코이카 단원들은 귀국하면 못 먹던 음식 못해본 것들 하느라 바쁜데 나는 귀국 일주일 후 면접이었기 때문에 나는 하루하루 긴장 속에 면접 준비만 했다.


시범 강의 주제는 다음 세 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① <세종한국어2> 2과 ‘취미 활동’ 문법 ‘-아서/어서’
② <세종한국어3> 8과 ‘공공 예절’ 문법 ‘-아도 되다/-어도 되다’
③ <세종한국어3> 11과 ‘날씨’ 문법 ‘-아지다/어지다’  

   

나는 3권 8과에 나오는 ‘-아도 되다/-어도 되다’를 선택했다. 교안을 작성하고 PPT도 작성한 후에 혹시 오탈자가 없는지 가족들에게 보여 주고 가족들 앞에서 시범 강의도 하면서 나름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그리고 면접 당일이 되었다!

시범 강의 때 사용한 교안
시범 강의 때 썼던 PPT 자료


세종학당재단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너무 긴장이 돼서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사 먹었다. 같은 시간에 면접 보는 분들과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시는 한 분이 자기는 모 대학에서 교수로 강의했었는데 한국어 교사 면접은 처음이라며 걱정된다고 말을 거셨다. 나에게 경력이 있냐고 물어보셔서 코이카 경력이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며 부럽다고, 자기는 경력이 6개월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경력은 나보다 없어도 교수님이신 그분이 더 대단했고 부러웠다. 교수님도 면접을 보러 오다니... 더 부담이 되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서 면접장으로 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긴장돼서 사정없이 쿵쿵대던 심장이 면접장 문을 여는 순간 가라앉았다! 면접관 세 분이 매서운(?) 눈으로 나를 보시며 내 시강을 지켜보셨는데, 나는 그분들을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시범 강의를 했다. 한창 문법 설명을 하는데 면접관의 ‘거기까지’라는 말과 함께 시범 강의가 끝났다.


시범 강의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되었다. 세종학당재단에서 초빙한 한국어교육 전공 교수님이 학생 역할을 하시며 내게 이렇게 질문하셨다.


교수님 : 선생님, 그런데 ‘담배를 피우다’ 뭐예요? 담배를 피우다 몰라요. 

    

내가 준비한 자료에 ‘담배를 피우다 -> 담배를 피우면 안 돼요’가 있었는데, <세종한국어3>까지는 나오지 않는 어휘였다. 시범 강의를 할 때나 실제로 학생들에게 문법을 가르칠 때는 배운 어휘를 이용해서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나의 실수였다. 나는 당황했지만 침착한 척하며 대답했다.


나 : 아, 담배를 피우다 우리 안 배웠어요. 미안해요. 우리 나중에 배울 거예요. 선생님을 보세요. (담배를 피우는 흉내를 내를 내며) 후~ 담배를 피워요.


그 이후에는 내가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에 관련된 질문, 세종학당의 업무에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다행히도 조금 버벅거리긴 했지만 긴장도 별로 안 하고 대답도 막히지 않게 했다. 그렇게 걱정 많았던 면접이 끝나자 최종 합격 발표가 남아있었는데도 긴장이 다 풀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합격 못할 거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경력 많고 외국어 실력도 뛰어난 선생님들이 지원했을 텐데 경력도 별로 없고 자격증도 3급인 내가 뽑히겠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국내 교육 대상자에 내 이름이 당당히 들어가 있었다. 너무 기뻤고 가슴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내가 파견될 국가를 확인하고 너무 당황스러웠다. 지원할 때 파견 국가를 3 지망까지 쓸 수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1 지망을 몽골로 썼다. 그리고 몽골에서 한국어를 가르쳤었고, 비록 공인 외국어 자격증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몽골어 학원에서 받은 몽골 교육부 인증 몽골어 중급 시험 합격 증명서도 제출했었기에 당연히 몽골로 파견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파견될 국가는 2, 3 지망에도 쓰지 않았던 베트남. 그것도 생애 처음으로 들어본 ‘후에(HUE)’라는 도시였다.


나는 동남아시아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그쪽으로는 여행 갈 생각도 안 했었다. 왜냐하면 벌레를 정말 정말 싫어하는데, 동남아시아로 파견 간 코이카 동기들 말을 들어보면 모기와 개미는 기본이요, 도마뱀은 친구고 상상하지도 못한 크기의 바퀴벌레가 나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간 코이카 동기들이 뎅기열에 걸려 고생했다고 한 것도 무서웠고, 무엇보다 걱정된 건 날씨였다. 내가 살던 몽골은 겨울이 8개월이고 한겨울에는 낮에도 –20도가 되는 추운 국가였는데, 베트남은 완전 정반대의 날씨가 아닌가?


베트남, 그리고 ‘HUE’라는 글자를 보자 합격의 기쁨도 잠시 내려놓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베트남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2년 동안 잘 살다 올 수 있을까?'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합격한 이상 무조건 가야 했다. 12월에 세종학당재단에서 국내 교육을 받기 전까지 베트남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매일 보냈다.



<출처>

표지 이미지 :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