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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r 16. 2021

본격적인 파견 준비: 국내 교육과 비자 발급

2. 세종학당 파견교원이 되기 전까지

2017년 12월 중순, 세종학당재단에서 국내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은 주말을 포함해서 열흘 동안 세종학당재단에서 진행되었다. 나처럼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재단 근처 호텔에서 숙식을 하며 국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으러 재단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면접을 보러 올 때는 재단이 있는 서초평화빌딩에 들어가는 게 떨리고 무서웠는데, 교육을 받으러 갈 때는 동기 선생님들을 만나고 교육을 받고 파견 준비를 할 생각에 설레면서도 좋은 긴장감이 들었다.


출석 체크와 등록을 마치고 호텔 방을 배정받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서 아무 자리나 앉았다. 주위에 앉아 계시던 선생님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때 친해진 선생님들과 비록 파견 가는 국가는 다들 달랐지만 끝까지 연락을 나누며 친하게 지냈다.


오전에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했고 우리는 서초 평화빌딩 지하에 있는 뷔페에서 재단 임직원들과 같이 오찬을 먹었다. 교원들이 앉는 자리는 재단에서 임의로 배정해 주었는데,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배치한 건지 내 바로 앞에 앉으셨던 선생님이 나와 같은 학당에 파견 가는 선생님이셨다. 나는 낯선 장소인 베트남 후에에 나 혼자 가는 게 걱정되었는데 동기가 있다고 해서 마음이 정말 많이 놓였다. 더군다나 나와 같은 코이카 한국어교육 단원 출신이라서 이야기도 잘 통했다.


교육은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으로 나누어졌다. 온라인 교육으로는 YBM 외국어 강의, SOS안전교육 강의가 있었고 오프라인 교육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 학당 운영에 관한 교육, 현지 적응에 관련된 교육이 있었다.


먼저 학당 운영에 관한 교육으로는 재단 지침과 파견교원 규정, 파견 교원 복무 교육, 학당 운영에 대한 교육이 있었고, 현지 적응에 대한 교육으로는 비자 발급 절차, 위기 상황 대처 방안, 파견 교원 지역별 사례 발표 등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은 초급 세종한국어 교재 및 지침서 워크숍(세종학당 학습자들은 대부분 초급 학습자들이라서 초급 교육을 중심으로 했다), 누리-세종학당 활용 교육, <세종한국어 성취도 평가>에 대한 교육, 체험형 문화 교육 방안이 있었다. 우리는 문화 교육 때 직접 작은 빗자루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빗자루를 만들면서 동기 선생님들과 나는 마치 한국어 학습자가 된 것처럼 재미있게 빗자루를 만들었고, 나중에 학당에 파견 가면 꼭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국내 교육 때 만들었던 빗자루


강의들이 하나같이 다 주옥같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초급 세종한국어 교재 및 지침서 워크숍’이었다. 우리는 세종한국어 초급 단계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지침서와 교재를 보며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고 서로 의견도 나누고 시범 강의도 해 보였다. 이 강의를 해 주신 교수님께서 바로 면접 당시 면접관 중 한 분이셨는데, 당시에 매서운 눈으로 우릴 보시며 우리가 시범 강의 한 부분 중에서 질문을 하셨다. 나에게 ‘담배를 피우다 뭐예요?’라고 질문한 바로 그 교수님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강의를 듣기 전에 교수님이 무서울 것 같다며 걱정했는데, 웬걸, 교수님께서는 세상 인자하시고 부드러운 분이셨다. 심지어 조금 죄송하지만 귀엽기도 하셨다. 강의가 끝나고 어떤 선생님께서 면접 때 교수님이 무서웠는데 지금 보니 전혀 아니라고 말씀하시자, 교수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원래 면접 때는 일부러 무표정으로 있어요. 속으로는 선생님들을 응원했어요.”


이 말씀 덕분에 나는 세종학당 이후에 어떤 면접이든 긴장하지 않았다. 이유는 면접관의 표정이 아무리 무서워도 ‘사실 엄청 따뜻하고 자상하신 분인데 분위기 잡으려고 일부러 표정을 무섭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도 안 되고 오히려 면접관이 조금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동기 선생님들과 열흘 동안 맛집도 주변 맛집도 탐방 다니고 쉬는 시간에 근처에 있는 예술의 전당도 구경 가고, 룸메이트였던 태국 파견 선생님과 호텔에 가서 같이 배운 것을 공부하고 현지어를 공부하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수료식은 우리가 숙박했던 호텔 연회장에서 했다. 재단 임직원들과 동기 선생님들과 그동안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뷔페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앞으로 파견 활동을 성공적으로 하고 귀국할 것을 약속했다.


국내 교육 수료증


국내 교육이 끝난 후에는 동기 교원들과 카카오톡으로 매일매일 파견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하며 계약 시작일인 3월 1일 전에 파견을 갈 수 있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조금 힘들어도 재미있었던 국내 교육이 나고 본격적인 파견 준비가 시작되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바로 비자 준비 때문이다.


세종학당재단 정부 재단이지만 외교부 소속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다. 그래서 코이카 봉사단원들처럼 관용 여권으로 출국할 수 없다(코이카는 외교부 소속이기 때문에 관용 여권을 발급받아 출국한다). 세종학당재단 파견 교원들은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취업 비자 발급 조건이 나라마다 다르고, 어떤 나라는 조건이 까다롭고, 어떤 나라는 도시마다 발급 조건이 다르다. 그런데 세종학당 파견 교원은 40개국이 넘는 국가로 파견을 간다. 그러니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세종학당재단에서는 비자와 항공권 발급을 계약한 여행사를 통해 진행한다. 그런데 신규 파견 교원뿐만이 아니라 재교육이나 비자 연장 등을 이유로 국내로 잠시 귀국한 교원들의 비자 발급과 항공권 예매도 해야 하니, 당장 내 것부터 빨리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현지에 있는 세종학당은 대부분 2월 말이나 3월 초에 학기를 시작하므로 파견교원들은 빨리 파견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원하던 시기에 맞게 파견을 간 교원들이 있는 반면 나처럼 4월 둘째 주가 돼서야 파견이 된 교원도 있었다.


일단 같은 학당으로 파견 가는 김 선생님과 나는 교육을 마치자마자 현지 학당과 연락하여 비자와 출국 일정을 문의했다. 베트남의 비자 정책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는 여행사가 아닌 베트남 현지 학당에서 알아보는 게 편했다. 현지 학당에서 준비하라고 한 서류를 준비한 후 여행사에 보내면 여행사에서 번역과 공증을 해 준다. 그걸 현지 학당에 우편으로 보내면 학당에서 현지 출입국사무소에서 ‘노동허가서(워크퍼밋)’을 발급받는다. 그 ‘노동허가서’와 여권을 여행사에 보내면 여행사에서 베트남 영사관을 통해 비자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허가서는 베트남으로 간 후 받을 수도 있다. 건강검진도 베트남에서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할 수 있었고, 다른 서류들도 베트남 현지에서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베트남에 가서 도착 비자(베트남 공항에서 받을 수 있는 3개월 단수 비자)를 받은 후에 취업 비자로 전환을 한 교원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나와 김 선생님의 경우 후에 세종학당에서 한국에서 비자를 받고 오라고 했었는데, 아마도 후에가 하노이나 호찌민이 아닌 작은 도시기 때문에 후에에서 비자를 전환하는 게 불편한 점이 많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현지 학당에서 안내한 베트남 취업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았다.

  

① 건강검진 확인서(1년 이내)
② 범죄경력 회보서
③ 최종학력증명서
④ 경력증명서
⑤ 파견 확인서
⑥ 한국어 교원 자격증 사본
⑦ 사진 4x6 2장
⑧ 여권 사본


나는 국내 교육이 끝나자마자 병원에서 비자발급용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리고 경찰서에 가서 범죄경력 회보서를 발급받고 나머지 서류도 다 준비했다. 파견 확인서는 세종학당재단에서 발급해 주는 것으로, 요청하니 바로 발급해 주었다. 모든 서류를 1월에 다 준비했지만 번역 공증은 2월 말이 돼서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출국도 그만큼 늦어졌고, 세종학당재단의 배려로 계약 시작일인 3월 1일부터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그때는 3월 1일부터 무조건 계약이었다. 지금은 현지 출국일을 기준으로 계약을 시작한다) 재단에서 주는 과제를 하고 파견 가면 내가 할 수업 준비를 하고, 또 현지에 계신 운영교원 선생님에게 어떤 물건을 챙겨 가야 하는지 물어보며 파견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베트남 노동허가서는 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코이카 2년 경력이 끝이었다. 부족한 경력을 채울 방법이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조금 어이없게 해결이 되었다. 현지 학당 운영교원이 출입국 사무소 담당 직원에게 잘 이야기해서(?) 경력이 부족해도 노동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맙게도 운영교원이 담당자를 설득하는 데 굉장히 노력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코이카라는 대한민국 정부 기관을 통해 파견을 갔던 사람들이라서 이미 검증된 교원들이라고 했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경력 3년 이상인 사람에게만 노동허가서를 주는 것’이 규정인데, 담당자하고 잘 이야기했다고 경력 3년이 안 되어도 노동허가서를 받을 수 있다니... 누군가가 ‘베트남은 안 되는 것도 없고 잘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정말 공감이 갔다.


우여곡절 끝에 받은 베트남 비자


아무튼 이런 우여곡절 끝에 최대한 우리는 4월 둘째 주에 베트남 후에로 갈 수 있었다. 파견 가기 전 현지 운영 교원 선생님께 무엇을 챙겨가야 하는지 물어봤는데, 선생님은 ‘전기 이불’과 ‘얇은 패딩이나 점퍼’, ‘모기장’을 꼭 챙겨 오라고 했다. ‘전기 이불’은 바로 전기장판이었다. 나는 이해가 안 갔다.


'모기장은 이해가 가는데, 베트남은 더운 나라 아닌가? 대체 왜 전기 이불과 패딩 점퍼가 필요하지?'


그런데 현지 운영 교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는 베트남 후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나는 전기장판은 챙겨갔지만, 짐이 많은 게 싫어서 패딩이나 점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세 달 가까이 파견 준비를 하고 드디어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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