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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r 19. 2021

몽골 대학교 졸업식

몽골. 2016년자유원고

2016년 몽골국립사범대학교(몽골국립교육대학교) 졸업식


몽골국립사범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졸업식이 5월 11일에 진행되었다. 몽골은 한국과는 달리 1학기가 9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졸업식은 여름에 한다. 원래 졸업식은 6월에 했어야 했지만, 7월 15일부터 이틀간 울란바토르에서 ASEM회의(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Asia Europe Meeting)를 하는데 그전부터 그에 관련된 여러 행사 준비를 해야 해서 졸업식이 앞당겨졌다. 


몽골은 4계절이 있지만, 봄과 가을에도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7~8개월 동안 겨울인 셈이다. 5월까지 눈이 오고 9월에 첫눈이 내린다. 몽골 사람들은 하얀색을 매우 성스러운 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눈이 많이 내려서 싫어하기도 하지만 눈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축복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보통은 날씨가 화창한 날에 졸업식을 하지만, 5월 11일에는 갑작스럽게 폭설이 내렸다. 덕분에 몽골국립사범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생들은 하얀 눈의 축복 속에서 잊지 못할 졸업식을 했다.

              

펑펑 쏟아지는 눈 숙에서 졸업식을 했다


몽골의 졸업식은 한국의 졸업식과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을 한 다음에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후 끝나지만, 몽골은 졸업식을 훨씬 화려하게 오래 한다. 총 3단계에 걸쳐서 하는데, 1단계인 졸업식이 끝나면 울란바토르의 대표적인 세 곳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학교로 와서 학과 교실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고 단체버스로 졸업파티를 하러 간다. 장소에 따라 옷도 다르게 입는다. 이런 몽골의 화려한 졸업식 문화는 집단생활을 중요시하는 몽골의 문화와 울란바토르에 자부심을 가지는 몽골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졸업식 순서를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먼저 대부분의 학교에는 강당이나 운동장이 없는 관계로 가까운 광장이나 공원에서 졸업식을 하고 졸업장과 배지(badge)를 받는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칭기즈칸 광장(구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동기들과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동기끼리 단체 버스로 자이승 전망대(=자이승 승전기념탑. Зайсан)로 가서 또 사진을 찍는다. 그다음 간등사원(Гандан)으로 가서 사진을 또 찍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이때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만든 신식 델(몽골 전통 옷. дээл)이나 드레스를 입는다.


(좌) 간등 사원(출처: 나무위키) / (우) 자이승 승전기념탑


학교로 와서는 ‘기억 수업’이라고 해서 마지막 수업을 한다. 이 수업이 끝나면 교수들과 같은 학과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다과를 즐긴다.                                           


기억 수업 후 찍은 사진


졸업식의 마지막은 졸업 파티로 장식한다. 보통 큰 레스토랑이나 클럽, 라운지를 빌려서 파티를 크게 한다. 몽골국립사범대학교는 몽골에서 제일 유명한 호텔 중 하나인 칭기즈칸 호텔 5층 레스토랑에서 파티를 했다. 가수를 초청해서 공연을 본 후에는 학과 교수들을 소개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제까지 가르쳐 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교수들에게 선물을 준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이제 교수나 학생 가릴 것이 없이 음악이 나오면 무대에 나와서 춤을 춘다. 이때는 학생들 대부분이 파티용 드레스를 입는다.


졸업 파티 풍경


파티가 끝나면 교수들은 집으로 가지만, 학생들은 단체 버스를 타고 시골이나 테를지 국립공원(몽골에서 첫 번째로 지정된 국립 자연공원. Тэрэлж Чанар Амралтын Газар)에 2~4일 동안 여행을 간다. 그렇게 며칠 동안 여행을 갔다 오면 졸업식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


일본에서는 졸업식에 학사모나 졸업 가운보다 기모노나 전통의상을 많이 입는다고 하고, 미국도 졸업식 후에 자유분방한 파티를 연다고 한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한 재미있는 졸업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이 글은 2016년에 몽골에서 국립국어원의 국외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쓴 기사입니다.

국외통신원의 편지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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