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2016년 5월 기획원고
몽골은 '몽골비칙(монгол бичиг)'이라는 몽골만의 전통 글자가 있다. 하지만 실용성이 떨어지고 어렵기 때문에 현재 키릴 문자를 차용해서 쓰고 있다. 몽골인들이 쓰는 키릴 문자는 총 35자로 а, б, в, г, д, е, ё, ж, з, и, й, к, л, м, н, о, ө, п, р, с, т, у, ү, ф, х, ц, ч, ш, Щ, ъ, ы, ь, э, ю, я가 있다.
이 중 л[ɛlʲ]와 р[ɛr], ж[ʒɛ]와 з[zɛ], ч[tʃɛ], ц[zɛ], о[o], ө[œ], у[u], ү[y]는 서로 발음이 비슷해서 외국인들이 많이 헷갈려한다. 예를 들어 жар, зар 모두 한국식으로 발음하면 [자르] 비슷하게 읽지만 жар는 ‘60’이라는 뜻이고 ‘зар’는 '광고'라는 뜻이기 때문에 발음을 잘 구별해야 한다.
이 외에도 발음이 비슷하지만 뜻은 다른 단어는 많이 있다. Хог는 ‘쓰레기’라는 뜻이고 хөг는 ‘화음’이라는 뜻이다. ‘Ус’는 ‘물’이고, ‘үс’는 ‘머리카락’이라는 뜻이다.
몽골어는 장모음이 발달했다. 그래서 장모음이 없는 모국어 화자들은 몽골어로 말할 때 장모음 단모음을 잘 발음하지 못한다. 장모음 단모음에 따라서도 뜻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단모음 'цас'는 '종이'라는 뜻이고 장모음 'цаас'는 '눈'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비슷한 발음에 따라, 모음의 길이에 따라 뜻이 달라지다 보니 이런 헷갈리는 단어를 듣거나 말할 때 재미있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필자가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할 때 목이 너무 말라서 ‘ус авч болох уу?(물 좀 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는데, 학생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 내밀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었다. 아마 그 학생은 ‘왜 선생님이 머리카락을 달라고 하시는 거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цас‘(종이)와 ’цаас‘(눈)에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몽골은 눈이 많이 오는 나라다. 학교에 출근하면 동료 교사들이 가끔 밖에 날씨가 어떠냐고 물어본다. 눈이 오는 날에는 ‘гадаа маш цаастай.(밖에 눈이 많이 와요)’라고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교무실은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필자는 분명 цаас(눈)라고 발음했는데, 몽골 사람들은 цас(종이)라고 들어서 ‘밖에 눈이 많이 와요’가 ‘밖에 종이가 많이 내려요’로 들린 것이다.
몽골 국립사범대학교 한국어 학과 졸업생이자 현재 몽골 국민대학교에서 외국인들에게 몽골어를 가르치는 덴스마 선생님과 몽골어의 발음에 대해 인터뷰를 하였다. 덴스마 선생님은 한국 학생을 포함하여 내몽골,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 학생들에게 몽골어를 가르치고 있다. 덴스마 선생님께 외국 학생들이 몽골어를 발음할 때 특히 어려워하는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덴스마 선생님은 한국인이나 다른 나라 사람이나 모국어에 몽골어와 비슷한 발음이 많으면 발음을 헷갈려한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한국어 화자는 р[r]와 л[l] 발음, 그리고 장모음과 단모음 구별을 어려워한다고 하셨다. 몽골어 발음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몽골 사람과 자주 이야기하며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대답해 주셨다. 그리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몽골어도 입술 모양, 기의 차이, 혀의 위치에 따라 발음이 미묘하게 다른데, 몽골어를 계속 발음하면서 이 차이를 잘 느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 중국에 있는 내몽골은 현재까지도 몽골 문자(монгол бичиг)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글은 2016년에 몽골에서 국립국어원의 국외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쓴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