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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r 22. 2021

동화책으로 재미있게 공부해요

한국어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C 초등학교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해영이, 진규, 경수.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에는 ‘초등학생들은 공부하는 걸 싫어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걱정했었는데, 아이들은 놀랍게도 한국어 공부를 진심으로 재미있어했다. 수업 시작할 때 "얘들아, 이제 공책하고 필통 꺼내~" 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잽싸게 공책과 필통을 꺼내 놓고 정자세로 앉아 수업 시작을 기다렸다. 수업 시간에 사용한 <초등학생을 위한 표준한국어 의사소통 4> 교재가 한 권밖에 없어 세 명이 같이 봐야 했는데, 아이들은 책에 답을 써야 할 때면 항상 자기가 쓰고 싶어했다.


나 : 자, 여기는 어떤 말이 들어가야 하는지 경수가 한번 써 볼까?

진규 : 아... 나도 쓰고 싶은데...

나 : 그래그래, 그럼 다음에는 진규가 쓰자!

해영이 : 그럼 그 다음에는 제가 쓰지요, 선생님?


아이들은 교재에 답을 항상 자기가 쓰고 싶어했다.


책은 같이 보고 익힘책은 내가 프린트를 해서 각자 나눠 줬는데, 프린트를 받으면 아이들은 갑자기 집중하며 누가누가 빨리 쓰나 경쟁을 하듯이 글씨를 썼다.


나 : 얘들아, 천천히 써! 빨리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예쁘게, 그리고 정확하게 쓰는 게 중요해.

해영이 : 맞아 맞아. 선생님. 저는 글씨 예쁘게 쓰지요~?

경수 : 아, 저는 다 썼어요. 그런데 틀린 거 있는지 한번 다시 확인해 볼게요.(자기가 예쁘게 쓴 글씨에는 동그라미를 친다)


익힘책 활동지


한 단원이 끝나면 항상 그 단원에서 배운 문법과 표현들로 받아쓰기를 했는데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받아쓰기를 정말 좋아했다. 받아쓰기는 ‘시험’인데, 왜 좋을까? 이해가 안 갔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받아쓰기를 한다고 하면 ‘네에에!’ 라고 말하며 좋아했다. 받아쓰기는 보통 금요일에 봤는데, 금요일에 단원 진도가 끝나지 않아 받아쓰기를 안 하면 아쉬워하기도 했다. 받아쓰기를 한 후에는 조금 많이 틀린 문장은 고쳐 준 후에 한 번 다시 쓰게 했는데, 경수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고 진규와 해영이는 다시 쓰기를 자주 해야 했다. 처음에는 반 이상을 다시 써야 했는데, 놀랍게도 마지막 받아쓰기에서는 진규와 해영이 모두 틀린 문장이 확 줄어 두 문장만 다시 썼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고 나도 아이들의 한국어 공부에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수업은 동화책 수업이었다. 동화책으로 수업을 하면 동화책에 나오는 다양한 어휘도 공부할 수 있고 한국 문화도 공부할 수 있는 데다가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수업에 활용한 동화책




내가 수업 때 활용한 동화책은 <흥부와 놀부>, <방귀 시합>, <콩쥐 팥쥐>, <백점빵>, <지하철을 타고서>였다. 동화책으로 수업을 할 때는 다음 순서대로 했다.


① 동화책 제목과 표지를 보며 무슨 내용일지 생각해 보게 한다.


교사 : 얘들아, <콩쥐 팥쥐> 읽어 봤어? 그림을 봐. 콩쥐하고 팥쥐는 어떤 사람일 것 같아?

경수 : 팥쥐가 콩쥐 괴롭혀요?

해영이 : 팥쥐 얼굴이 이거(주근깨)가 있어요. 해영이 생각에 팥쥐가 나쁜 사람!


② 동화책 내용에 대해 아주 짧게 설명한다.


교사 : 콩쥐는 새엄마하고 새언니 팥쥐하고 같이 사는데, 새엄마하고 팥쥐가 콩쥐한테 일을 많이 시키고 괴롭혔대. 콩쥐는 나중에 어떻게 될까? 같이 읽어보자.


③ 학생들에게 등장인물 역할을 하게 한다. 대사가 별로 없는 책이면 학생들이 한 페이지씩 읽게 한다. 한 페이지가 넘어갈 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설명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교사 : 해영이가 팥쥐, 진규가 콩쥐. 경수는 해설 읽자. 선생님은 원님하고 새엄마 할게.


교사 : 자, 여기 있는 게 베틀이야. 베틀로 베를 짜면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들 수 있는 옷감을 만드는 거야. 새엄마가 콩쥐에게 베를 짜 놓으라고 했는데 누가 와서 도와줬지?

해영이 : 천사요! 아니, 선녀요! 선녀 예쁘다~


④ 동화책을 다 읽고 동화책 내용을 질문한다.


교사 : 새엄마가 콩쥐에게 일을 시켜서 원님의 생일잔치에 못 가게 했을 때 콩쥐는 도와준 등장인물이 누구지? 어떻게 도와줬어?


경수 : 참새가 벼를 찧었고 그리고 선녀가 베를 짰대요.


⑤ 동화책이 주는 교훈을 알려준다.


교사 : 착한 콩쥐는 원님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콩쥐를 괴롭힌 새엄마하고 팥쥐는 벌을 받았지? 그럼 <콩쥐 팥쥐>를 읽고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어? <콩쥐 팥쥐>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 뭘까?     

진규 : 음...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요.


⑥ 동화책을 활용한 추가 활동을 한다.


교사 : 만약에 선녀와 두꺼비와 참새가 콩쥐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콩쥐는 어떻게 됐을까?

진규 : 음... 저는 그래도 다른 사람이 와서 도와줬을 것 같아요.

해영이 : 선생님! 일 안하고 그냥 생일잔치 가요. 그럼 괜찮아요.


교사 : 만약에 너희가 콩쥐라면 원님과 결혼한 후에 새엄마와 팥쥐를 어떻게 했을 거야?

해영이 : 막 때려 줬을 거예요. (팥쥐 그림에 딱밤을 때리며) 이렇게! 이렇게! 새엄마하고 팥쥐 너무 나쁜 것 같아...




아이들은 역할극을 시키면 신명나게 연기를 했다. 특히 해영이가 연기를 아주 잘해서 연기하는 걸 조금 부담스러워 하던 경수와 진규도 해영이에게 영향을 받아 재미있게 대사를 읽었다.


해영이 : (놀부 역할) 이노옴! 흥부야! 써~억, 물러가거랏!


동화책을 읽다가 웃긴 부분이 나오면 아이들이 서로 읽고 싶어해서 다 같이 읽으며 깔깔 웃었다.

 

다 같이 : 하나 둘 셋, 뿌와아아아아앙! 아하하하!


뿌아아아앙~


아이들은 <흥부와 놀부>, <방귀 시합>, <콩쥐 팥쥐>를 읽으며 전래 동화에 자주 나오는 절구, 솥, 박, 꽃신, 베틀, 항아리 등의 어휘를 배웠다. <흥부와 놀부>는 속담과 관용어를 배운 후에 읽었는데, 그 이유는 <흥부와 놀부>에 ‘배가 아프다’,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 등의 관용어가 나왔기 때문이다. <흥부와 놀부>를 읽은 후에는 동화책 내용으로 속담과 관용어 유인물을 만들어 빈칸에 배운 관용 표현과 속담을 쓰는 활동을 했다.


속담과 관용표현 활동지 일부. 정답이 뭘까?


<백점빵>과 <지하철을 타고서>는 ‘동화를 활용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한국어 읽기·쓰기 통합 교육 방안 연구(김지혜. 2017)’ 논문을 참고해서 수업을 했다. <백점빵>은 먹으면 시험에서 백 점을 맞는 빵을 만들어 먹는 내용이었다. 동화책을 다 읽은 후에는 내가 만들고 싶은 빵을 그리고 그 빵을 먹을 때 주의사항을 쓰는 활동을 했다. 해영이는 동화책과 똑같이 백점빵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진규 백점빵’, ‘해인이 백점빵’, ‘경수 백점빵’을 만들어 각자 따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진규는 키가 커지고 싶다며 ‘키가 커지고 작아지는 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경수는 어떤 빵을 만들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서 종이비행기 놀이를 못하잖아. 날씨가 안 좋을 때 날씨가 좋아지게 하는 빵을 만들어 보면 어때?’ 라고 하자 ‘온도빵’을 만들었다. ‘온도빵’은 더울 때 날씨가 시원해지게 하는 겨울빵과 추울 때 따뜻해지게 하는 여름빵이 있었다.


아이들이 만들고 싶은 빵을 그리고 주의사항을 쓰게 했다.

    

<지하철을 타고서>는 마지막 수업 때 사용한 동화책이다. 누나 지원이가 말 안 듣는 동생 병관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으로 가는 내용이다. 동화책을 다 읽은 후에 지원이와 병관이 둘 중 하나에게 편지를 쓰는 활동을 했는데, 아이들이 편지 쓰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내가 쓴 편지와 똑같이 쓴 후에 읽어보게 했다.


동화책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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