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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r 14. 2021

다문화 중학생에게는 어떤 한국어 수업을 해야 할까

베트남에서 온 광득이

2020년 8월, B 중학교에서 베트남 출신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는 아이들이 좀 까불어도 어리니 쉽게 제압(?)할 수 있었는데, 중학생이라고 하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사춘기라서 예민하지는 않을까, 반항하면 어쩌지?'


내가 가르치게 된 학생은 중학교 1학년 광득이(가명). 광득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그때 처음으로 한국어를 배워서 지금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하다고 한다. 웬만한 의사소통은 다 되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다 이해하진 못하고, 특히 쓰기가 부족하다고 했다.


수업은 중학교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난 후 하기로 했고 수업 장소는 음악실로 정했다. 처음 광득이를 만났을 때 인상은 굉장히 순해 보였다. 그리고 광득이는 첫인상대로 정말 순하고 착하고 예의 바른 학생이었다. 만나기 전에 사춘기 학생이라는 이유로 약간 겁(?)을 먹었던 게 무색할 정도였다.


광득이는 수업 시작하기 전에 항상 교실에 와 있었고 음악실 문이 닫혀 있으면 본인이 교무실에서 열쇠를 받아서 열어 놓았다. 나는 수업이 끝나면 항상 학생들에게 먼저 가도 된다고 하고 교실 뒷정리를 했는데, 광득이는 끝까지 남아 교실 정리를 도왔다. 숙제도 실수로 공책을 놓고 오지 않은 이상 항상 가지고 왔고, 공책을 놓고 와서 숙제 검사를 못하면 집에 가서 숙제한 것을 사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가끔은 집에서 비타500같은 음료수를 두 개 가져와 같이 마시기도 했다.


광득이와는 <중학생을 위한 표준한국어 2> 책을 사용했다. 그런데 책을 잘못 선정했다. 이 책은 국립국어원에서 2013년에 발간한 책이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중학생을 위한 표준한국어 의사소통 2>를 샀어야 했는데, 그저 서점을 뒤적거리다가 사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교재로 수업을 했다.


광득이는 듣던 대로 웬만한 한국어는 할 수 있었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교재에 나오는 문법들도 거의 70%는 알고 있었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말수가 너무 적었고, 말할 때 사용하는 어휘나 문법이 아주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듣던 대로 쓰기 실력이 매우 떨어졌다. 말할 때는 비교적 정확하게 말해도 말한 것을 쓰라고 하면 철자와 맞춤법도 많이 틀리고, 무엇보다 한두 문장 이상을 한국어로 쓰는 것을 힘들어했다.


광득이는 쓰기를 할 때 철자와 맞춤법을 많이 틀렸다


머릿속에 알고 있는 것이 많아도 그것을 꺼내어 실제로 사용하지 않으면 퇴색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말하기와 쓰기 연습은 광득이같은 다문화 학생에게는 필수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나는 교재에 나오는 어휘와 문법은 광득이가 모른다고 한 것만 자세하게 설명하고 아는 것은 짧게 확인만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원래 알고 있던 어휘나 문법이든 새로 알게 된 것이든 그것을 문장으로 만들어 말하게 하는 연습을 많이 시켰다. 듣기 활동을 할 때도 광득이는 교재에 나온 듣기 문제를 거의 다 맞혔기 때문에 짧게 하고 넘어갔고, 듣기 대본에 빈칸을 넣은 프린트물을 줘서 다시 듣고 빈칸을 채우게 했다. 읽기는 교재에 나와 있는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활동을 한 다음 내가 문제에 없는 추가 질문을 했다.


교재 읽기 문제, 듣기 스크립트, 듣기 문제

(듣기 파일)


쓰기는 광득이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면서도 가장 필요한 능력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과제도 대부분 ‘쓰기’가 중심이 되고, 어떤 과목이든 읽고 쓰는 능력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이다. 광득이에게 쓰기 활동 과제를 주고 쓰라고 하면 광득이는 쓰기에 부담을 많이 느껴 한두 문장만 쓰다가 말았다. 게다가 다른 활동은 잘하면서 유독 쓰기를 할 때만 자신감이 많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쓰기 예문을 보여 주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쓰게 하는 ‘베껴 쓰기’(필사) 활동을 하게 했다.


베껴 쓰기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독서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할 수 있어서 각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글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 표현력이 향상된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어휘와 문법, 표현도 연습할 수 있다

넷째, 맞춤법과 문법 공부가 저절로 된다.

다섯째, 응용력과 창의력이 커진다.


그러므로 베껴 쓰기 활동은 한국어가 어색한 다문화가정 학생인 광득이에게 딱 맞는 활동이라고 판단했다.


광득이에게 베껴 쓰기 하라고 보여 준 예시 글
광득이가 베껴 쓰기 한 것


쓰기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했다.

 

① 중학생인 광득이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쓰기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동아리 가입 신청서 쓰기’와 ‘독후감 쓰기’가 있었다. 동아리 가입 신청서는 광득이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써야 할 수 있는 쓰기였기 때문에 했다. 독후감은 중고등학교에서 수행 평가나 선생님들이 많이 내주는 활동이기 때문에 필요한 활동이었다.


(좌) 동아리 가입 신청서 / (우) 콩쥐팥쥐 독후감. 줄거리만 쓰지 말고 느낀점도 쓰라고 다시 과제를 줬다.


② 주장하는 글 쓰기(논설문)


논설문 쓰기 연습은 베껴 쓰기의 효과 말고도 다음과 같은 효과가 더 있다.

 

첫째, 자기 생각을 유창하고 뚜렷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둘째, 자기 생각과 주장에 대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

셋째, 위와 같은 효과로 자신감이 향상된다.


그래서 나는 광득이에게 광득이 수준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글을 만들어 주장하는 글쓰기를 베껴 쓰기 연습하게 했다.


교재에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글을 읽고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주장하는 글을 쓰는 연습을 했다.


마지막에는 ‘성형수술 찬성과 반대’에 대한 논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떤 의견이 나올 수 있는지만 참고로 알려 준 다음 스스로 쓰게 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많이 발전한 쓰기 실력


광득이와의 수업은 8월 중순부터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이 끝난 10월 30까지 일주일에 두세 번씩만 해서, 나는 광득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광득이의 한국어 쓰기 능력은 확실히 처음에 비해 좋아졌다. 그리고 광득이도 진심으로 한국어 수업을 좋아해서 열심히 공부했고, 내가 가르치지는 못해도 앞으로 한국어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기간이 광득이의 빛나는 미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출처>

표지 이미지, 교재 : 중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2 https://kcenter.korean.go.kr/ 

베껴 쓰기의 장점 : 베껴쓰기를 활용한 효과적인 글쓰기 교육에 관한 연구(유승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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