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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Mar 12. 2021

학급에서 외톨이가 된 외국인 학생들

스웨덴에서 온 삼남매


정말 죄송하지만 저희는 오전에 수업해주실 선생님이 필요해요.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으로 A 초등학교에 강의를 나간 지 세 달 정도가 된 어느 날, A 초등학교 다문화 담당 선생님께서 나에게 수업을 오전에 해 주면 안되겠냐는 요청을 하셨다. A 초등학교에서는 12시부터 2시까지 수업을 했는데, 담임선생님들이 학생들이 한국어를 전혀 몰라서 수업 시간에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게 안타까워서 차라리 정규 수업 시간인 오전에 한국어 수업을 하기를 원하신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오전에 진수라는 6살 중국인 유치원생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에 오전에는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결국 아쉽지만 A초등학교와는 이별을 해야 했다.


마지막 수업 날, 샨드라가 나에게 아주 큰 선물을 주었다. 바로 편지였다. 전날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는 말을 듣고 집에 가서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한글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 작은 손으로 태극기와 인도 국기를 그리고, 또박또박 진심을 담아 열심히 글씨를 썼다고 생각하니 너무 고마웠다. 아쉽게 수업을 그만두게 되어 비어 버린 마음 한켠이 편지 한 장으로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A 초등학교에서 가르친 학생들은 모두 다문화 가정이 아닌 외국인 가정 자녀였다. 다문화 가정이란 쉽게 말하면 외국인이 한국인 또는 귀화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과 결혼하여 이루어진 가정이다. 외국인 가정 자녀는 말 그대로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경우이다. 하지만 보통은 이러한 외국인 가정도 ‘다문화 가정’으로 묶어서 이야기한다.

출처 : 외국인 가정 자녀의 학교교육 실태와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한 기초 연구(설규주. 2017)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보통 외국인 출신 부모의 불완전한 한국어로 인해 일반 학생보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 특히 중도입국 청소년(외국에서 살다가 학령기에 한국에 들어온 외국 국적 청소년)들의 경우 문화 차이로 인해 겪는 혼란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2018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다문화학생의 현황과 시사’ 자료를 보면, 다문화학생은 상급 학교로 갈수록 학업중단율이 심화되고 고등교육으로의 진입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물며,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 가정 출신들은 학교에 적응하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출처 : 국회 입법조사처 <지표로 보는 이슈> 제131호 '다문화 학생의 현황과 시사점'.


2019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가정 자녀들은 26만 명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비하면 적은 수지만, 26만 명은 절대 적은 수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학령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교육은 다문화 가정 자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여성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다문화교육지원센터도 운영하여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한국어 기초학력 지도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 가정 출신 학령기 학생들은 다문화 가정 출신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편승’해서 한국어 교육을 받는 형태이다.


2019년 시군구별 유형별 외국인 주민 자녀.(출처: 통계청)


하지만 외국인 가정 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한국어 교육은 그 시작점부터 다르다. 다문화 가정은 한국인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지만, 외국인 가정 학생에게 한국은 완전히 낯선 나라이고 한국어 또한 그렇다. 나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 외국인 가정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접근법은 처음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던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은 다문화 특별 학급(다문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급)이 없는 일반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이나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한 학교에서 하루 최대 두 시간만 강의할 수 있었다. 한국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다문화 학생은 두 시간만 강의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은 A초등학교의 경우처럼 정규 수업 시간에 아예 한국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다문화 학생들처럼 하루 두 시간으로 시간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네 시간을 가르쳐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루 두 시간 수업 규정은 학생이 누구든지 간에 똑같이 적용되었다.

     

비록 오전에 수업을 못한다는 이유로 A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어서 아쉽고 섭섭했지만, 정규 수업 시간에 외톨이가 되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정규 수업 시간에 한국어 교육을 하는 게 맞다고는 생각했다. 학교도 낯설고 친구도 없고 말도 안 통하고 선생님은 통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겠는가? 아마 자신을 학급 안에 홀로 외딴섬에 있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인도 학생인 샨드라가 그랬다. 샨드라의 어머니는 샨드라가 학교에 갔다 올 때마다 항상 표정이 안 좋았다고 했다. 스웨덴 학생들도 학생들의 담임선생님 말씀을 들어 보면, 한국어 수업 시간에는 신나게 떠들어대는 외국인 학생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는 항상 말없이 축 쳐져 있다고 했다.


학교는 학생에게 배움과 즐거움을 주는 곳이지 외로움과 고독을 주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국적을 불문하고 말이다. 소수의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가 돈을 들여 외국인 특별 학급을 운영한다거나 그들만 특혜를 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문화 한국어교육 관련 사업을 하는 정책 부서에서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 정책을 실시할 때, 외국인 가정 학생들의 상황도 고려해서 차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초, 중,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한국어 교사라면 다문화 가정 학생과 다르게 외국인 가정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표지 이미지 : pixabay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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