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2
EP. 02
점심시간을 알리는 알림이 울리자 사무실 안의 공기가 눈에 띄게 느슨해졌다. 누군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겼고, 누군가는 모니터를 한 번 더 훑은 뒤 마우스를 내려놓았다.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일은 여전히 정해진 순서와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틈이 생긴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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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트북을 닫고 의자에 등을 붙였다. 메일 알림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임시함으로 옮겨둔 메일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였다. 지금 당장 손대지 않아도 되는 일과 조금 미뤄도 되는 일의 경계는 늘 점심 무렵에 가장 애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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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과장님, 점심 드시죠.”
옆자리에서 이시다 켄지 주임이 조용하게 말을 걸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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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킷을 걸치며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몇 명은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시간대의 사무실은 늘 비슷했다. 오전의 긴장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지만, 다들 잠시 일에서 시선을 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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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앞에는 같은 층에서 내려가는 사람들이 몇 명 모여 있었다. 서로 아는 얼굴들이었지만 굳이 말을 섞지는 않았다. 버튼은 이미 눌려 있었고, 표시등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엘리베이터 안에는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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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도착해 로비로 나오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회사 안에서 느껴지던 밀도는 그대로였지만 점심시간 특유의 느슨함이 그 위에 겹쳐져 있었다. 명찰을 단 사람들이 비슷한 속도로 건물 밖으로 흘러나갔다.
건물을 나서며 이시다가 옆에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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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 시작부터 국토부가 들어온다는 게 좀 걸리긴 하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맞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업이긴 해.”
“그래도 기준이 계속 바뀌면 실무 쪽은 힘들잖아요.”
“기준이 있다는 말은 나중에 설명할 게 늘어난다는 뜻이야.”
이시다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회의 때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다들 반대는 안 하는데, 선뜻 좋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요.”
“좋아할 이유는 없지. 명분이 깔끔한 일일수록 실제로는 손이 많이 가.”
신호등 앞에 멈춰 섰다. 점심시간이면 늘 사람들이 몰리는 식당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로 갈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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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회의 때 과장님 예산 보시다가 잠깐 멈추시던데요.”
이시다가 말을 꺼냈다.
“그냥 넘길 숫자는 아니어서.”
“문제 있는 건가요?”
“지금은 아니야. 다만 나중에 질문 나오면 한 번 더 봐야 할 정도지.”
이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나중에 더 피곤해지죠.”
“그래서 미리 보는 거야.”
식당이 가까워지자 대화는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점심시간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 정도가 적당했다. 너무 깊게 들어가면 오히려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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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문을 열자 접시 부딪히는 소리와 사람들 목소리가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안쪽에는 회사에서 자주 보던 얼굴들이 몇 테이블로 나뉘어 앉아 있었다. 우리는 안쪽 빈자리에 앉았고 메뉴판을 펼칠 필요도 없이 늘 먹던 걸 주문했다.
“메일은 벌써 왔죠?”
이시다가 물었다.
“왔어.”
“열어보셨어요?”
“아직.”
“그럼 다행이네요.”
“점심 먹는 동안까지 일 생각하면 하루가 너무 길어져.”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물컵을 들었다. 이시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음식이 테이블 위에 내려왔다. 접시가 닿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일단 먹죠.”
이시다가 말했다.
“그래.”
나는 젓가락을 들며 덧붙였다.
“일 얘기는 오후에 해도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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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어느 정도 줄어들자 테이블 위의 소음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식당 안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는 굳이 말을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이시다가 젓가락을 잠시 내려놓더니 물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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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응.”
“저, 다음 달에 휴가 좀 써도 될까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며칠이나.”
“이삼일 정도요.”
“일정만 겹치지 않으면 상관없어.”
이시다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아야랑 결혼 얘기 때문에요.”
“아.”
나는 짧게 소리를 냈다. 그 말이 나올 줄은 몰랐지만 이상하지도 않았다. 이시다 나이가 벌써 그런 얘기를 꺼낼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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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랑도 이제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싶어서요.”
“오래 만났지.”
“네. 그래서 양가 인사도 슬슬 얘기가 나오고요.”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럼 휴가보다는, 나중에 제대로 쉬는 게 낫겠다.”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고요.”
이시다는 조금 웃었다.
“그래도 준비할 게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다니면서 그거까지 챙기려면 쉽지 않을 거야.”
“그래서요.”
이시다가 말을 이었다.
“이번 프로젝트 시작 전에 정리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좀 애매해졌네요.”
“타이밍은 늘 그래.”
“맞아요. 딱 맞는 경우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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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래도 결혼은 일보다 먼저야.”
이시다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과장님이 그런 말씀하시니까 좀 이상하네요.”
“왜.”
“왠지, 일 먼저일 것 같아서요.”
나는 웃었다.
“일은 대신해 줄 사람이 있어.”
“결혼은요?”
“그건 없지.”
이시다는 그 말에 잠깐 말이 없어졌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기억해 둘게요.”
“기억만 하지 말고, 잘해.”
“네.”
이시다는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상대도 이번 프로젝트 얘기 들었어요. 국토부까지 낀다고 하니까, 표정이 좀 굳더라고요.”
“그럴 만하지.”
“괜히 걱정시키는 것 같아서요.”
“걱정 안 할 수는 없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덧붙였다.
“그래도 다 말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요.”
“일이 많다는 정도면 충분해.”
이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잠시 후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요. 끝나고 나면 좀 쉬고 싶네요. 여행 같은 거요.”
“어디.”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냥… 멀리요.”
“좋네.”
“과장님도 같이 가실래요?”
“난 빠질게.”
“왜요.”
“그건 신혼부부 몫이야.”
이시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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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그렇게 이어졌다. 회사 얘기와 개인 얘기가 섞였다가 다시 아무 말 없는 시간이 오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어울리는 대화였다. 무겁지 않았고 그렇다고 가볍기만 하지도 않았다.
계산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 밖으로 나서자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점심시간의 느슨함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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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이시다가 다시 불렀다.
“응.”
“휴가 얘기, 메일로 한 번 더 정리해서 드릴게요.”
“그래. 그게 낫겠다.”
“감사합니다.”
“당연한 거야”
이시다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회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나는 잠깐 뒤를 돌아봤다. 이시다는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표정은 아까보다 한결 편해 보였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오래 눈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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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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