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봐요

신오쿠보에서 김치찌개를 먹었을 뿐인데, 밤이 길어졌다 Ep.6

by 추설

Ep.6


“아… 그럼.”

말을 꺼냈다가, 한 박자 늦게 덧붙였다.

“혹시… 이름을 여쭤봐도 될까요.”

고질적인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 말끝이 자연스럽게 흐려졌다.

컵 가장자리를 괜히 손끝으로 만졌다가 놓았다.

혜나는 잠깐 나를 보더니 웃었다. 망설임 없는 얼굴이었다.


“아, 그렇죠, 제 이름을 말씀을 안드렸네요 김혜나요.”

“혜나.”

한 번 입 안에서 굴려 봤다.

“김혜나요.”

“네.”

이름이 귀에 남았다.

괜히 한 번 더 떠올리게 되는 발음이었다.

“이쁜 이름이네요.”

생각보다 말이 바로 나왔다.

조금 놀란 쪽은 나였다.

“그래요?”

혜나가 웃었다.

“가게 사람들은 발음하기 어렵다고들 하던데요.”

“아니요.”

괜히 바로 부정했다.

“조금 어눌하긴 해도… 그래도 외국인치고는 발음 잘하셨어요.”

말을 하고 나서야 우리가 서로에게 외국인이라는 점을 자각했다.

혜나는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며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조금 안심되네요.”

그 표정이 싫지 않았다.

라떼는 어느새 바닥이 보였고, 컵 안쪽에 남은 거품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티라미수 접시는 거의 비어 있었다.

혜나는 빈 접시를 내려다보다가 손목시계를 슬쩍 봤다.

“아.”

짧은 소리였다.

“벌써 이 시간이네요.”

카페 안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조용해져 있었다.

테이블 몇 개는 이미 정리 중이었고, 카운터 쪽에서는 의자를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곧 마감이에요.”

혜나가 말했다.

“원래 이렇게 오래 앉아 있는 편은 아닌데.”

말끝에 웃음이 붙었다.

어디까지가 진담이고 어디부터가 가벼운 농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아… 그렇군요.”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시간이 끝난다는 게 실감 나서, 괜히 말을 더 붙이고 싶었는데 입은 잘 열리지 않았다.

혜나는 컵을 비우고 냅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닦았다.

“오늘은 제가 너무 많이 말한 것 같죠.”

“아니요.”

이번에는 바로 나왔다.

“전… 듣는 게 편해서요.”

말을 하고 나서야 조금 솔직해졌다는 걸 느꼈다.

혜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았어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말끝을 살짝 늘이며 나를 봤다.

“이렇게 헤어지면 되나요?”

질문처럼 들렸지만, 선택을 재촉하는 말은 아니었다.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

짧게 숨이 새었다.

“저는…”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이런 순간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몰랐다.

혜나는 그런 나를 잠깐 보더니 웃었다.

“알겠어요.”

그 말에 심장이 한 번 내려앉았다.

“그럼 제가 말할게요.”

의자를 조금 끌어당기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저, 금요일 저녁은 비어 있어요.”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서, 잠깐 반응이 늦었다.

“오늘처럼 카페 말고요.”

한 박자 쉬고.

“다른 데서도 한 번 더 얘기해보고 싶으면요.”

말끝을 올리지 않았다.

선택은 내 쪽이라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테이블 위의 컵만 보고 있었다.

“…금요일이면.”

입을 열자,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회사 끝나고… 괜찮을 것 같아요.”

그 말이 끝나자 혜나가 웃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분명한 웃음이었다.

“그럼 약속이네요.”

“네.”

짧게 대답했다.

“금요일에 봐요.”

혜나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나도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 문을 나서기 직전, 혜나가 한 번 더 나를 봤다.

“아.”

“네?”

“그때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손님 말고, 이름으로 불러도 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요.”

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그럼 금요일에 봬요.”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제야 깨달았다.

김치찌개집에서 카페까지는 두 블록이었지만,

금요일까지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시간이, 조금 기다려진다는 것도.

writer: 추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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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jpg 작가의 한일 로맨스 소설 『세상에 없던 색』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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