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듯하다.
어떠한 위안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거대한 공허가
내 안을 끝없이 휘돌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애초에 죽음을 밀어내며
억지로 붙잡아 두었던 시간을 이제는 풀어내 버렸으니,
그때 애써 막아 두었던 균열이 마침내 터져
묵은 물처럼 흘러나오는 것이다.
오갈 곳이 없구나.
내 발걸음이 머무를 자리는 곧 사라져 버릴 것이고
돌아갈 길마저 희미한 안갯속에 묻혀 있다.
남은 것은 텅 빈 공기와,
그조차도 나를 밀어내는 듯한 적막뿐
추설 -인격자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