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근황을 올리네요.
며칠 전 인스타그램 DM을 하나 받았습니다.
“브런치 구독자나 라이킷 수를 구매하실 의향이 있으실까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끝까지 읽어보니 꽤 구체적인 제안이었습니다.
(또 찾아보니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마치 인스타그램처럼요.)
‘지금부터 조회수나 구독자 작업을 시작하면,
나중에 출판 투고할 때 훨씬 유리하다’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혹하기도 했습니다.
숫자가 커지면 뭔가 더 나아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마케터로 일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아실 겁니다.
그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저는 디자이너이자 마케터로 일하는 직장인이기도 한데요,
혹시라도 같은 제안을 받으셨다면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이건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어뷰징으로 분류될 수 있는 행위이고,
비정상 트래픽으로 감지되면 브런치 내 노출 제한, 검색 제외, 계정 신뢰도 하락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글이 아무리 좋아도 홈 화면이나 추천 탭에 뜨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제안을 읽고 바로 삭제했습니다.
대신, 글을 하나라도 더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그게 제 글의 속도로 가는 길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최근에 양산형 에세이를 써본 적이 있습니다.
가볍고 짧은 글들, 부담 없이 읽히는 문장들로 채운 글이었어요.
크게 고민하지 않았지만, 그런 글들이 오히려 진심을 담은 글보다 더 높은 조회수를 얻었습니다.
처음엔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은 허무해졌습니다.
‘정말로 이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일까?’
그때서야 비로소 제가 플랫폼의 리듬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여기 계신 분들의 글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브런치에는 정말 문장을 잘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짧은 문장 안에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분들이죠.
그에 비해 제 글은 너무 가볍고 얇았습니다.
그걸 인정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에세이를 쓰긴 쓸 겁니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일상의 생각을 담아서요.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한 기록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이미 연재 중인 소설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한 문장 한 문장을 다듬으며 집필하고 있어요.
글의 속도는 느리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더 단단해졌습니다.
지금은 글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조금 더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쓰고 있는 작품들
『모지코에서 가을을』, 『인격자살』,
그리고 언젠가 공개될 『어떻게 하면 너를 말릴 수 있을까』도
많이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좋아요 수가 적어도 괜찮습니다.
조회수가 낮아도 상관없습니다.
대신 제 문장이 오래 남는다면,
그게 제게는 충분한 의미가 됩니다.
브런치는 여전히 좋은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그 안에서 저도 제 글의 방향을 조금씩 찾아가 보겠습니다.
저도 여러분처럼 언젠간 훌륭한 에세이도 쓸 수 있도록 최선 다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 제 책이 다음 주부터 드디어 마케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444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