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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전 Apr 04. 2020

재난 영화 <코로나 19>
당신의 배역은 무엇입니까?

매일매일이 영화다. 그것도 전 세계가 함께 맞닥뜨린 재난 영화, 세계 유명 관광지의 거리는 텅 비었고 성당에는 관들이 늘어 서 있다. 이탈리아 베르가모 컨벤션 센터, 뉴욕 센트럴 파트까지 임시 병동으로 변했다. 중국 우한의 한 화장장 앞에는 숨진 유족의 유골을 받으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영화관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재난 영화의 장면들은 비극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할만큼 비극적이다.

관으로 가득찬 이탈리아의 한 성당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 비극적인 영화를 매일매일 긴장감으로 지켜보는 이유는 전 세계인이 이 영화의 출연자이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아직까지는 이름 없는 거리 배역, 지나가는 행인 정도지만 내가 만약 확진자가 된다면 졸지에 나의 배역은 훨씬 중요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라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스토리텔링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영화는 영웅( 주인공 )과 악당의 싸움이다. 영웅(주인공)의 싸움이 명분이 있을수록 관객들은 열정적으로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 설국 열차 >의 영웅은 꼬리 차에 탑승한 커티스, 그는 꼬리 차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동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악당들과 싸우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이 둘의 갈등과 싸움이 치열할수록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영화를 보게 된다.  


현실판 < 코로나 19>는 가장 악랄한 악당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알 수 없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라는 악당과 전 세계 인류들이 싸우고 있다. 아직까지 정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악당 때문에 최전선에 선 영웅들은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다. 


그나마 희망이 있는 것은 무자비한 악당 코로나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맞서는 영웅들이 재난현장 어디에서나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인 같은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살려내기 위해 코로나 최선선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 한 때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들은 코로나 19가 만든 재난상황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영웅의 자리에 서게 된다. 전투군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미 병원을 떠난, 퇴직한 의사, 간호사들이 코로나의 최전선으로 돌아온다. 프랑스에서는 은퇴했던 한 의사가 전선으로 돌아와 환자들 돌보다가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적으로 펼쳐질 이 재난 영화의 시작을 예측했던 중국의 젊고 똑똑한 의사는 재난의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어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악당과 영웅의 대립으로 진행되는 영화에는 항상 조력자가 있다. 영웅은 절대 혼자 힘으로 악당을 무찌르지 못한다. 주인공을 도와주는 여러 명의 조력자와 힘을 합쳐 악당을 무찔러 나간다. 그럴 때 승리는 영웅 혼자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의 승리가 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코로나 19>의 재난현장에서 가장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감당한 이들은 단연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초유의 코로나 정국 속에서 당황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우리 국민들은 '함께'의 가치를 가장 먼저 깨닫고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혼자'만 살아남는 방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찾을 때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런 행동은 < 참 이상한 나라>라는 영상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참 이상한 나라 동영상

누구보다 앞서 재난의 최전선에서 싸워준 의료진과 훌륭한 조력자들 덕분에 우리나라는 서서히 재난의 탈출구를 찾아가고 있긴 하지만 이미 전 세계로 퍼져버린 악당과의 싸움은 아직은 힘겨워 보인다. <코로나 19>가 미칠 파장이 어디까지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것이 암담한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그런 법, 악당의 힘이 강할수록 영웅의 의지는 더 불타오른다. 설령 최전선에 선 영웅들이 비극적으로 쓰러지면 뒷줄에 서 있던 평범한 시민이 어느새 영웅의 대열에 합류한다. 재난의 현장에서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남을 먼저 배려하며 함께 공존을 모색하게 된다는 <재난 유토피아 > , 전 세계가 맞닥뜨린 코로나 정국에서 이 말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이 영화의 빠른 엔딩을 바라는 심정으로 매일 아침 지난밤 확진자수를 확인하지만 아직 엔딩을 섣불리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을 앞당기고,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최전선에서 뛰는 의료진 못지 않게 다수의 현명한 조력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이기심을 내려놓고, 힘을 모아 함께, 재난을 이겨 나가려는 조력자들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영화에서 악당과 영웅의 싸움은 막상막하, 엎치락뒤치락, 치열할수록 마지막에 더 진한 감동을 남기는 법이다. < 코로나 19> 의 엔딩이 많은 비극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안에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의 배역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현명한 조력자의 역할은 잘 감당하고 있는지...


재난영화 <코로나 19> 영화의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 전 세계가 모두 지쳐가고 있다. 하루 빨리 영화의 엔딩 스크롤이 올라가고 수고한 모든 이에게 열띤 박수를 보내며 영화가 끝이 나기를... 여러 가지 아픔과 슬픔을 품었지만 그 끝은 해피엔딩이길...혹 이 글을 읽을 수도 있는 최전선에서 전투중인 의료진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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