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타인의 죽음이었어. 동물원 철장 속에 있는 호랑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철창을 뛰어나온 호랑이가 나한테 덤벼들어. 전두엽으로 생각하는 죽음과 척추 신경으로 감각하는 죽음은 이토록 거리가 멀다네."
"지능과 덕으로 최선을 다해도 우리는 다가올 운명을 바꿀 수 없네. 데카르트처럼 모든 것을 회의하면서 끝까지 가도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과 만나게 돼. 합리주의의 끝에는 비합리주의가 있지...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야..... 지혜자만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네."
"결정된 운이 7이면 내 몫의 3이 있다네. 그 3이 자유 의지야. 모든 것이 갖춰진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는 행위, 그게 설사 어리석음일지라도 그게 인간이 행사한 자유의지라네.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수만 가지 희비극을 다 겪어야 만족하는 존재라네."
" 나는 평생 누굴 보고 겁을 먹은 적이 없어. 헤겔, 칸트도 나는 무섭지 않았어. 나는 내 머리로 생각했으니까.... 그 사람만의 생각, 그 사람만의 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고 지문이야. 용기를 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하네. 간곡히 당부 하네만, 그대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게나."
"뜬소문에 속지 않는 연습을 하게나. 있지도 않은 것으로 만들어진 풍문의 세계에 속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 진실에 가까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네. 그게 싱킹 맨(thinking man)이야."
"사람들이 '이 아무개가 외롭다니 우리가 찾아가서 좀 도와줍시다'그래. 오해하지 마시게. 그건 남이 도와줘서 없어질 외로움이 아니야. 다르게 산다는 건 외로운 거네. 그 외로움이 모든 사회생활에 불리하지만 그런 자발적 유폐 속에 시가 나오고 창조가 나오고 정의가 나오는 거지."
"신나게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불쑥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는 거야,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 이 쪽으로, 엄마의 세계로 건너오라는 명령이지. 어머니 곁 , 원래 있던 모태로의 귀환이야."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그러니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돌려주려고 해요. "
<그와 대화를 나눌 때면 그의 시한부 삶이 그의 입술 끝에 매달려 전력 질주하는 것 같았다.>
<멘토나 롤 모델, 레퍼런스가 아니라 정확하게 호명할 수 있는 스승이 곁에 있다면 우리는 애틋하게 묻고 답하며 이 불가해한 생을 좀 덜 외롭게 건널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제부터 자네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네.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음과 죽기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야. 어둠의 팔목을 넘어드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