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인생이란 붓을 들고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 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펐던 행복이여.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아모르파티’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가 히트를 하면서 누구나 콧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친숙하다. 흥겨운 리듬과 힘든 삶 속에서 긍정적으로 현실을 즐기라는 메시지가 국민 정서에 맞아떨어지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노랫말을 만든 이건우 작사가는 아모르파티가 인생의 컨셉이며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를 외치며 매일 도전을 계속한다며 본인 책 출간 인터뷰에서 웃음 지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는 라틴어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집필한 『즐거운 학문』에서 운명애(運命愛)로 나오는 말이다. 인간의 필연적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라며 삶의 태도를 강조했다. 살면서 부딪히는 고통과 상실로 실패한 운명이라고 체념하거나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랑하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위대해지며 본연의 창조성까지 발현할 수 있다. 운명을 사랑하라며 내 어깨를 토닥이는 니체 목소리가 들려온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권력에의 의지』 등 니체가 남긴 명저들이 까다롭다고 입을 모은다. ‘망치든 철학자’로 불리며 거친 이론이라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니체를 쉽게 이해하려면 이론 3가지를 미리 살펴보는 단순한 방법을 권한다. 힘에의 의지, 낙타-사자-어린아이, 위버멘쉬(초인) 세 가지로 니체가 말하는 요점에 다가갈 수 있다.
‘힘에의 의지(Will to Power)’란 삶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원동력이다. 니체는 욕망, 충동, 생존 등 기본 욕구들이 사악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권력(Power)에 대한 열정이 새로운 창조의 동기로 작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에게 긍정적 동기를 부여하고 부단한 노력하는 태도를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권력의 힘을 가진 사람은 남을 탓하고 질투를 일삼는 사람이 아닌, 관용과 사랑으로 감싸는 능력자라고 설명한다.
‘낙타-사자-어린아이’로 인간 정신의 3단계 변화를 설명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다. ‘신은 죽었다’로 유명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올바른 자신을 찾기 위해서 거치는 세 가지 변화를 캐릭터로 표현했다. 낙타는 엄청난 사막을 건너는 이동수단으로 이용한다. 무거운 짐을 가득 싣고 터벅터벅 그저 이끄는 대로 걷는다. 마치 자아를 찾지 못한 사람 모습과 마찬가지로 견준다.
그저 어릴 적 부모님이 말씀하신 대로, 직장에서 상급자가 지시하는 대로, 묵묵히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어렵지만 스스로 자유의지를 발견해야 비로소 용맹한 사자가 될 수 있다. 넓은 초원을 홀로 달리며 자기 의지대로 삶을 선택하는 단계다. 본격적인 자기 인생 무대가 펼쳐진다.
마지막 ‘어린아이’로 발전한 단계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긍정적인 삶을 맞이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맹렬하게 먹이를 쫒아 달리는 위험한 사자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다가오는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삶을 즐길 수 있는 단계로 묘사한다.
‘위버멘쉬’, 자기 극복형 인간으로 초인이라 부른다. 슈퍼맨(Super Man) 혹은 오버맨(Over Man)으로 영어 단어를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비욘드(Beyond)’가 더 적절해 보인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끊임없이 자기 극복을 추구하는 인간형이다. 발터 지글러가 집필한 1시간에 읽는 니체(Nietzsche in 60 Minuten)에서 ‘신은 죽었다. 이제 우리는 원한다. 위버멘쉬가 살기를’ 문구를 인용했다.
위버멘쉬의 가치란 신과 우상을 걷어내어 자기 자신의 창조적 가능성을 발견하면 기존의 모든 사슬로부터 해방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누구도 말해줄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순간,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신뢰해야 한다. 그야말로 위버멘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저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무사안일한 삶을 그만둔다. 위버멘쉬는 자기 주도적으로 행동하며, 그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충동이나 열망이 실존에서 열매를 맺는 데 온 힘을 쏟는다고 설명하다.
발터 지글러가 집필한 『1시간에 읽는 니체(Nietzsche in 60 Minuten)』를 통해 니체가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취했다. 저서에서 설명한 인용 문구를 던지면 거기에 대답과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덧붙였다. 100여 페이지로 짧은 분량이 매력적이다. 깊이 있는 내용까지는 아쉬움이 남지만, 니체를 알기 위한 교양서로는 충분해 보인다. 옮긴이인 이성주 교수의 학술적인 접근이 전문성을 돋보이게 한다.
코로나19로 외출조차 힘겨운 요즘이다. 몸도 힘들고 마음마저 의기소침해진다. 사람 만나는 일조차 꺼려지고 갈수록 움츠러든다. 모든 일을 주위 환경 탓으로 돌리며 불만만 가득해진다. 어려운 일상을 극복하는 철학적 동력을 『1시간에 읽는 니체(Nietzsche in 60 Minuten)』에서 찾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