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이 집필한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한 구절을 가져왔다. 어릴 적 학교 국어 시간에 읽었던 글이니 기억이 아련하다.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라는 문구는 지금도 떠오른다. 작가 황순원은 간결하고 소박한 문장 스타일로 요즘으로 치면 국민 작가로 불린 인물이다.
논술 시험에서 필요한 글자 수를 언급하면서 단편소설이라니 뜬금없다. 하지만 짧게 연결하는 흐름에서 간결한 문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일단 글을 써보면 공감한다. 짧게 쓰기가 길게 쓰기보다 어렵다.
금융감독원 자기소개 작성 페이지 발췌, 200~500자(400~1000 Bytes) 수준으로 글자 수 제한
취업 논술부터 자소서까지 각종 시험에서 요구하는 글쓰기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공기업이 어디인가.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가리킨다. 직원 평균 연봉이 대략 1억 원에 정년퇴직이라는 단어까지 붙었다. 10대 금융공기업이 한 해에 뽑는 신규 채용 인원은 겨우 700여 명 수준이다. 지원자는 수만 명에 달한다. 많은 인원이 떨어져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난이도는 물어보나 마나 최상급이다.
'우리가 원하는인재인가?'라는 질문 하나로 충분하다. 소수 정예만 뽑아야 하는 평가자에게는 조직에 인재를 골라내는 것이 기본 목표다. 그래서 시험, 서류, 면접 과정 등을 거치는 좁은 문을 만들어 옥석을 가리는 셈이다.
입사 시험이야 모두 같은 조건이라 우수한 성적만이 정답이다. 나머지 서류 심사나 면접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제시해야 최종 합격을 얻을 수 있다. 첫 단계를 무사히 통과했다면 다음은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응시자에게는 그 인재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자기소개 작성 페이지 발췌, 400~800자(800~1600 Bytes) 수준으로 글자 수 제한
일단 시험에서 요구하는 제한된 글자 수에 맞게 작성하는 방법만 여기서 설명한다. 인재상, 적합성, 인성 등에 대한 자기 능력을 보여주는 작성 방법은 여기서 제외한다. 또한, 시사 상식이나 전문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방법도 생략한다. 글자 수에 맞추어 기술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글자 수만 제한해도 논리적 사고나 문장력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글자 수를 제한한다는 말은 글을 간명하게 쓰라는 요구 조건이다.
'초등학교 6 학년 국어 교과서 어휘 통계 조사' 연구에 따르면, 평균 음절 길이는 2.8 음절이다. 단어 하나에 3 음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의미다. 문장 기본 형태인 주어+서술어+목적어+보어에 3 음절씩 각각 계산하면 '3+3+3+3=12'이다. 총 12 음절로 문장 하나 길이에 해당하는 글자 수가 나온다. 여기에 문장 부호와 띄어쓰기 공백을 추가로 넣으면 약 16 자로 문장 기본 길이가 된다.
문득 유명한 작가들이 문장 하나에 50 자를 넘지 않게 쓰라는 조언이 떠오른다. 실제 써보면 생각보다 글자 수가 문장 하나에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만약 문장을 길게 만들고 싶다면, 16 자인 문장에 나머지는 수식하는 단어를 추가하거나 연결하는 말을 덧붙이면 문장이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글 한편에 글자 수 600자로 제한하면, 글쓴이는 원하는 메시지 단락 세 개로 나누어 전달한다.
흔히 취업 자소서나 논술 문제에서 글자 수를 200자로 제한할 수가 있다. 그 의미는 단락 하나에 메시지 하나를 담아서 작성하라는 의미다. 여러 대답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명확하게 쓰라는 조건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장황하게 쓰면 글자 수가 금방 넘어간다.
만약 글자 수를 400자 이하로 쓰라는 요구 하면, 질문 두 개를 답하라는 의미다. 혹은 단락 두 개에 나누어 설명하라고 이해하면 쉽다. 물론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글자 수 만을 계산하면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