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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영준 Jun 13. 2022

전통형 회의 VS 서구형 회의, 문화적 출발이 다르다

여러분 직장에서 회의 문화를 개선해 드립니다

고대 신라시대에 나라에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에 화백(和白)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국가를 운영하는 행정조직이 미약했던 탓에 국가의 중요 정책을 화백회의에서 결정했다. 회의에 참여하려면 귀족 지배 계층으로 한정했다. 의사결정 방식은 참석자 전원이 OK 하는 만장일치 제도였다. 한 사람이라도 회의 안건을 반대하면 부결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화백(和白)'은 한문 풀이 그대로 모두가 하나가 되기 위함이 회의의 목적이었다.

당시 신라는 단일 국가였지만 여러 지역에 분산된 부족 간의 의견을 중앙으로 모아야 했다. 회의에는 겨우 6~20명으로 진골 출신이나 6두품 이상만으로 소수였다. 직책은 대등(大等)이라고 불렀다. 이들 가운데 의장으로 상대등(上大等)을 최고 의사 결정권자로 선출했다. 이런 화백회의 원칙은 귀족사회뿐만 아니라 신라 전 지역에서 널리 행해졌다.         


신라 화백 회의는 오늘날 국무회의와 비슷한 성격을 지녔다.  

예를 들면 상대등은 오늘날 국무총리 정도로 가름할 수 있겠다. 국가 운영에 필요한 주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화백회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회의를 개최하는데 안건을 통과하려면 참석자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 과거 신분제 사회라는 특성 때문인지 윗사람 지시를 따르는 상명하복(上命下服) 느낌이 강하게 든다. 요즘도 이러한 업무 지시형 또는 정보 공유형 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출처_삼성카드 캠페인 포스터


한편 시간과 장소를 돌려서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시국가에는 시민들이 모이던 '아고라(Agora)'라고 하는 장소가 존재했다. 그리스 시민들이 모이던 중심 광장이 바로 아고라였다. 아고라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또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주로 도시 안이나 항구 근처에 자리 잡았다. 이후 역사적으로 로마 시대의 '포럼(Forum)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이 이어졌다.


당시 아고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모두 아우르는 공간으로 시민 생활의 광장, 즉 중심지였다.

'아고라'는 그리스어 아고라죠(Agorazo)또는 아고레우(Agoreuo)에서 유래됐다. 영어 동사로 '사다'와 '연설하다'라는 뜻이 있다. 상업적인 의미와 정치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으며, '시장(Market)'이라는 기능과 의미를 함께했다. 이른바 재판, 집회, 민회, 시장, 공연 등 다양한 의사소통과 문화 교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아고라 광장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대한 철학자이며 웅변가가 탄생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논리적인 웅변술로 그리스 시민에게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녔다. 아고라 광장에서 군중을 설득하여 여론까지 형성할 수 있었다. 시민 다수의 지지를 등에 업고 통치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거나 중대한 국가 정책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소위 소피스트(Sophist)라는 악명을 얻을 정도였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의 영향력을 보여주며 고대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출발을 알렸다.


민주주의라는 단어인 'Democracy'는 그리스어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demos(민중)'와 'kratos(지배)'의 합성어인 'democratia'는 '민중의 지배'라는 뜻을 가졌다. 평범한 개인이 자기 의사를 표시하고 다수가 합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합의를 바탕으로 여러 정책을 결정한다. 이러한 정치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수결의 원칙을 고대 그리스 유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크루이 바비드 작품_소크라테스의 죽음. 침묵을 거부한 대가로 사형이라는 형벌을 받았다

만장일치 방식과 다수결 방식, 회의에서 대표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꼽는다.  

첫째, 만장일치 방식은 회의 참가자 모두가 같은 의사를 얻어서 안건을 결정되는 방식이다.

둘째, 다수결 방식은 회의에서 논의하는 안건을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는 의견을 채택하는 방식이다.


요즘 회의 대부분은 다수결 원칙이라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론을 짓는다. 하지만 다수결 원칙은 소수의견을 배제한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다른 한쪽인 만장일치제 역시 당연한 개인 생각의 차이를 경시하거나 묵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양편 모두가 일장일단(一長一短)을 가졌다.  


전통형 회의로 만장일치 방식 VS 서구형 회의로 다수결 방식, 사용법이 다르다.

전통형 회의는 이른바 수직형 의사결정 방식에 가깝다. 다른 한편인 서구형 회의는 수평형 의사결정 방식으로 부르면 적합하겠다. 가령 전쟁이 터졌다고 치자. 매 순간에 급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부대에도 알려서 즉각 대응해야 한다. 사람이 목숨이 경각에 달린 문제여서 즉각적인 명령이나 지시가 절실하다. 이른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이다. 수직 계층 조직에서 적합하며 상황과 여건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러분이 속한 조직 문화에서 적합한 회의 방식은 과연 무엇인가.

'회의(會議)'는 구성원 다수가 모여 공통된 안건에 대해 자기 의사를 표시한다.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결국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래서 회의에 참여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방식을 민주주의적이라고 표현한다. 바로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결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결 원칙조차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조직 성향이나 문제 상황에 따라 만장일치 방식도 필요하다. 급변하는 현실을 어떤 방식보다는 발빠르게 대응하는 속도가 우선일수도 있겠다.


‘NO’라고 할 줄 모르는 커뮤니케이션 결여가 1등 회사의 약점이다.
대다수 의견을 따르는 것이 꼭 현명한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다.
-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A. 로베르토 교수
회의(Meeting)는 최소 두 명 이상이 어떤 주제에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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