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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영준 Sep 13. 2022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핵심 인재 아이템 풀 장착

사고력, 표현력, 자기 관리를 성공 필수 요건으로 갖춘다

凡擇人之法有四:
一曰身,言體貌豊偉
二曰言,言言辭辯正
三曰書,言楷法遵美
四曰判,言文理優長。四事皆可取
- 중국 당서(唐書)의 선거지(選擧志)     


중국 당나라 과거(科擧) 제도에서 인재 선발을 4가지 평가 요소로 뽑았다.

당나라(618년~907년) 두 번째 황제인 태종(太宗) 시절, 당시에 관직에 오르는 방법으로서 음서제도와 과거제도가 대표적이었다. 음서제도는 왕실, 공신, 고위 관료들의 친족을 관직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든 제도로 기존 귀족세력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당태종(唐太宗)은 기존 문벌귀족을 견제하여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과거제도를 중심으로 인재를 등용시켰다. 요즘으로 치면 국가 공무원이 되기 위한 통로를 공무원 시험 정도로 좁힌 셈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 그대로 '용모, 언변, 글씨, 판단력'을 의미한다.

중국 역사책인 신당서(新唐書)의 선거지(選擧志) 편에 신언서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무릇 사람을 고르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가 몸(體貌)이다. 체구가 당당하고 용모가 단정해야 한다. 둘째는 말(言辯)이다. 언변이 반듯하고 논리가 분명해야 한다. 셋째로 글씨(筆跡)다. 필적이 옛 법을 따르면서도 아름다워야 한다. 넷째는 판단(文理)이다. 문리, 즉 말과 글이 이치를 맞도록 차분해야 한다.'


네 가지 평가를 모두를 갖춰야 과거에 합격한다. 왠지 두루뭉술하여 허점이 많을듯한 신언서판(身言書判) 평가법이 의외로 인재를 선발하는 핵심으로 다가온다. 1000년도 더 지난 이야기가 오늘날 인재 선발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는 부분이 그저 놀랍다.  


신당서(新唐書)의 선거지(選擧志) 편에 설명한 신언서판의 평가 항목


커뮤니케이션 측면으로 메라비언 모델에서도 신언서판을 찾을 수 있다.

UCLA 심리학 명예교수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박사가 연구한 '7%-38%-55% 법칙'으로 불리는 이론을 가져왔다. 그는 1971에 출간한 「Silent Message」에서,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3가지 요소로 언어(Impact of Words), 목소리(Tone of Voice), 몸동작(Body Language) 비율을 찾았다. 상대방에게 자기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언어 7%, 목소리 38%, 몸동작 55% 순서로 효과가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입으로 전달하는 언어보다 몸으로 표현하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강조하는 바는 과거 신언서판에서 평가 방법이 요즘 커뮤니케이션 중요성과 일맥상통한다는 부분이다.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표 수단이 '말과 글', 언어가 중심이다.

사회생활에서 갖춰야 할 능력으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 능력을 우선으로 꼽는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란 우리말로 바꾸면 의사소통이다. 자기 생각을 상대방과 나눈다는 의미에서 라틴어 ‘communicare’라는 어원에서 출발했다. 의사소통을 크게 두 가지로 언어적 의사소통(Verbal Communication)과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으로 구분한다. 첫째, '말과 글'을 사용해서 표현하는 것이 언어적 의사소통이다. 둘째, 언어를 제외한 나머지를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나눈다.

 

단순해 보이는 '말과 글'을 잘 구사하려면, 정보처리 과정 전체를 살펴야 가능하다. 

컴퓨터 정보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입력(Imput)-처리(Process)-출력(Output)'으로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정보 데이터를 입력하고 저장하면 나중에 필요할 때 출력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가령 문서 작성을 3 단계로 한다고 치자. 1단계가 컴퓨터에 문서를 작성해서 입력한다. 2단계로 문서를 작성한 후에 저장한다. 3단계는 필요할 때 문서를 프린트해서 종이로 출력한다. 너무 뻔한 과정이다. 원래 인간이 외부 정보를 습득하는 인지(Cognition) 과정인 '지각-기억-인출'을 참고해서 비슷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는 완성도 높은 문서 자료를 출력하려면 처음 입력 단계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접근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라는 충고다.       

 

'말과 글'이 힘든 이유는 출력이라는 마지막 단계라서 그렇다.    

말을 잘한다 또는 글을 잘 쓴다. 그저 말이나 글을 '말과 글'만 놓고 보기에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의사소통 과정이라는 시각에서 그 차례를 살피면 먼저 상대방이 던진 말을 귀로 듣고 어떤 의미인지 이해한다. 다음은 상대방 말에 적합한 응답 메시지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골라낸 응답 메시지를 다시 상대방에게 말로 전달하는 일련의 의사소통 과정 전체가 필요하다. 정보처리 과정이나 의사전달 과정 모두를 살펴도 단지 표현력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력이나 사고력 등을 한꺼번에 동원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마지막 출력 단계에서 나오는 '말과 글'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현대판 신언서판의 의미를 ‘자기 관리, 사고력, 표현력’이란 단어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신언서판의 평가 기준을 ‘신(身)-자기 관리, 언서(言書)-표현, 판(判)-사고’로 단어로 대체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어느 대기업 면접 평가에서 1) 직무 적합성, 2) 문제 해결 능력, 3) 의사소통능력, 이렇게 세 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면접에서 옷차림이나 태도는 기본으로 살핀다. 여기에 회사 조직에서 직면할 여러 문제를 적절하게 대응 가능한 사고력이나 무난한 의사소통을 위한 표현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째, 자기 관리(自己管理) 능력이다.

자기 관리를 영어로 ‘Self-management’다. 여기에는 자기 조절(Self-control)과 자기 통제(Self-regulation)라는 두 단어를 유사어로 가져왔다. 그 의미로 '제 몸을 통제하여 건전한 심신의 유지나 성장을 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심신(心身), 즉 몸과 마음을 유지한다는 설명에서 ‘외모’와 ‘마음’ 모두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으로 이해했다. 너무 기본이면서 중요한 능력이다. 우선 몸매 관리라면 ‘다이어트’를 꼽는다. 규칙적인 운동이나 꾸준한 식습관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자기 계발’ 영역도 자기 관리다. 꾸준한 학습과 노력은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이제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단어로 부르며 아예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가슴을 살리고 허리가 잘록해야 정장 핏(fit)이 삽니다 “

어느 백화점에서 남성 정장을 사려다 들었던 말이다. 나름 똥배도 약간 나온 터라 와이셔츠 목도 잘 맞지 않아서 옷 한 벌 사는 시간이 꽤 걸렸다. 마음속으로 ’ 운동해야겠다 ‘라고 수차례 다짐했다. 돌아보니 외모 관리부터 시간 관리까지 일상 모두가 그대로 몸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 최후의 만찬‘의 주인공인 숭고한 예수(Jesus) 모습이었던 남자 모델이, 불과 6년 후에 죄인 유다(Judas)의 모델과 동일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아본다.



둘째, 사고력(思考力), 생각하는 능력이다.

사고력은 생각하는 힘이다. 사고력부터 출발해야 창의력, 판단력, 문제 해결 능력까지 뒤따른다. 아주 어릴 적은 직관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에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는 순수하기 때문이라는 너그러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점차 ’ 생각을 먼저 하고 행동하라 ‘는 말을 듣는다. 사고력은 마치 시뮬레이션을 잘하는 능력처럼 보인다. 머릿속으로 가상 실험을 해본다거나 어려운 문제를 공식에 적용하여 풀어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모든 문제에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일머리가 없는 직원’이라며 직장에서 이맛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생긴다.

 아마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난하는 의미로 자주 등장한다. 가령 판매실적이 하락한 마케팅 업무 담당자가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못 찾고 헤매는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당장 영업처로 뛰어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른바 ‘사고력’을 동원하는 편이 더 나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현황, 경쟁사 분석, 문제점 파악, 아이디어 도출, 대안 제시 등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구조화하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보처리나 인지 이론에서 단어를 가져오면 부호화(Encoding) 능력이 적합해 보인다. 일을 잘하려면 사고력부터 키워야 가능하다.   



             

셋째, 표현력(表現力), 표현하는 능력이다

표현력이란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언어나 몸짓 따위의 형상으로 드러내어 나타내는 능력’을 말한다. 의사 표현은 ‘말과 글’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단순하게 '말하기와 글쓰기'로 한정지어도 충분하다. 물론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거꾸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주의가 필요하다. 그저 현황 보고나 문서 기록을 남기는 방법이 보다 현실적이다. 그래서 직장생활은 보고와 문서가 전부라는 말까지 나온 모양이다. 직장에서의 표현력을 아예 '업무 보고 능력과 문서 작성 능력'으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도대체, 보고서에 뭐라고 쓴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설명해봐’.

이런 소리를 자주 듣는다면 분명 의사 표현력이나 전달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편하게 업무 능력이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험한 말까지 들어가면서 무작정 버티기도 힘들다. 무책임한 표현같지만 어떤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도 있다. 사실 업무 보고나 문서 작성 능력 정도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면 점차 나아진다. 사람 머릿속에 장착한 적응력이나 응용력 덕분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표현 영역인 '말과 글'은 절차적 기억(Precedural Memory)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자전거 타기와 같이 연습해서 습득하는 학습 과정을 거친다. 열심히 반복해서 연습하면 해결이 쉽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마치 수영을 잘하려면 수영강습이라도 끊어서 계속 물에 들어가는 잘할 때까지 반복하는 방법이 가장 최선인 셈이다.


                 

”당신이 심은 생각은 그대로 행동을 낳는다.
행동이 습관을 낳고,
습관은 성격을 낳고,
성격이 결국 운명을 바꾼다.

Sow a thought and you reap an act;
Sow an act and you reap a habit;
Sow a habit and you reap a character;
Sow a character, and you reap a destiny.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이 강조한 말이다. 좋은 생각에서 출발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매너나 에티켓이 좋다는 의미는 생각, 행동, 습관까지 연결된다. 굳이 명언을 빌리지 않아도 사고력, 표현력, 자기 관리가 충분히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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