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돈이 될 수 있을까

글과 생계 사이

by 추세경

꿈이 돈이 될 수 있을까,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렇다면 글은, 꿈이 될 수 있을까.


글이 처음 마음에 들어온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스승의 날을 맞아 나는 담임 선생님께 편지를 다. 나를 예뻐라 하셨던 선생님은 편지를 받으시고 어느 날


"세경이 너는 글도 잘 쓰는구나"


라고 하셨다. 들어왔던 말들 중에 유독 그날의 칭찬은


'그런가,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로 남아 나를 설레게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내가 삼수를 했으니까 4년 후인데, 학교에서 글쓰기 수업 수강했다. 2주에 하나씩 글을 쓰는 게 과제였다. 교수님은 차마다 마음에 드는 글을 발표시켰는데 내 글은 세 번이나 낭독할 수 있었다. 공대생이 많은 수업이라 '공대생들이 많으니까...' 하며 애써 흐뭇한 마음을 참아보기도 했지만, 예전의 담임 선생님을 떠올리며


'OO쌤은 보는 눈이 있었구나...'


라며 즐거워했다. 은 그렇게 또, 내 마음에 들어왔다.




대학 입학한 이후로 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엇을 꿈꿔야 하는지, 하고 싶은 건 어떤 건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서 꿈이었던 축구선수는 이미 20년이 늦어있었고, 은 힘을 다하던 수능 공부도 결승선을 지나 있었다. 이제 토익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인턴에 지원야 할 순서였지만 그건 로 끌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글쓰기'가 마음에서 꿈틀거렸지만 글은 내게 꿈이 될 수 없었다. 더 화려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쉬운 꿈을 찾고 싶었다. 글 쓰는 배고픔을 참아가며 꿈을 이뤄나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배고프기 싫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닌 이상 글 작가는 배고픈 일이 아닌가. 나는 부모님께 밥도 사드리고 싶고, 친구들 생일도 챙기고 싶고, 여자 친구랑 좋은 곳에서 고기도 썰고 싶었다. 런 나에게


'돈보다 중요한 건 꿈이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당장에 뭘 쓰고 싶은지 뚜렷한 목표도 없었고, 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 줄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손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단지 꿈이라는 이유로 그런 불안을 안고 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글쓰기라는 꿈을 마음 한 구석에 구겨 놓은 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나는 꿈을 꿀 수 없는 사람인가? 다르게 살면 틀리는 거라고 가르치던 사회에서, 라는 길만 열심히 가던 나인데, 왜 이제 와서 꿈 때문에 괴로워해야 하는지 내게 꿈은 설레는 미래가 아니라 마음을 무겁게 하는 짐이 되어버렸다.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처럼 현재를 열심히 살면 될 텐데 왜 꿈이라는 녀석이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지, 꿈을 가르치지 않았던 사회도, 이제 와서 꿈을 권장하는 미디어도, 변명하며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나도, 모두 미웠다. 그렇게 어느새 30대가 되었고 글쓰기랑은 전혀 관계 없는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받는 월급으로 맛집에도 가고 여행도 다니던 내게 불쑥


'글이 돈이 될 필요는 없잖아'


라는 소리가 마음에 울렸다. 그게 19년 10월인데 그 이후로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엔 혼자서 닥치는 대로 썼고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 12월에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지만 2월에야 합격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7전 8기라고 해야 할까, 짜 놓은 각본 같다고 해야 할까, 8번 만에 작가가 된 것이다.

<브런치 작가 도전, 7전 8기>

작가 신청에 자꾸 떨어지면서 'OO쌤은 보는 눈이 었구나...' 싶었지만 크게 낙심하진 않았다. 글은 내일도 모레도 계속 쓸 예정이라 합격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7번이나 떨어질 줄은 몰랐고 생각보다 내 글이 별로라는 깨달음도 있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결국에는 합격해서 이렇게 공개된 곳에 글을 쓰고 있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생기자 조금 더 뚜렷한 꿈을 꿀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나를 위로하는 글이 독자에게도 위로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글을 쓰는 행위가 나를 위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쓰는 문장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았다고 느낄 때면 묘한 쾌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내 글이 그들의 마음을 흐르고 내가 쓴 하나의 문장으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믿고 있다. 나를 위로하는 글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고, 그들의 마음에 은 내 글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줄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는 것이다.


친구는 내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서 유명해지길 바라냐고 물었다. 글쎄... 그런 바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순위를 정하자면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금처럼 매일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위해,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을 위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느끼고 보다 열심히 쓸 수 있지 않을까. 내 글을 진심으로 이해해줄 몇 명의 독자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들을 위해서 나는 평생 글쓰기를 할 거라고, 그게 내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꿈이 돈이 되지 않아도, 글로 돈을 벌지 못해도, 글은 이미 내게 꿈이 되었고 이제는 매일을 꿈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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