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도 작가다> 1차 공모전에 글을(#꿈이 돈이 될 수 있을까) 접수하고 난 후였다.4월 30일에 글을 발행했고 당선 발표는 5월 23일이었다. 24일이 남아 있었다.
'24일동안내내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는 건 아니다. 사실 별로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운 마음, 편안한 마음으로기다렸다. 합격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로또를 사면 괜히 당첨될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이번 공모전이 그랬다. 돈은 어떻게 하지, 적금을 들까 투자를 할까, 그래도 집을 먼저 사야지, 하는 것처럼 이미 당선된 이후를 꿈꾸기 시작했다. 당선된 글이 게시되면 조회수가 오르겠거니 했고, 라디오 부스에서 녹음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다가올(거라고 혼자 확신하는) 미래를 그린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조급하지 않았다. 24일만 지나면 합격 메일이 올 텐데, 시간을 보내면 그뿐이었다.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건 돼지꿈을 꿨다거나, 이번 달 사주가 좋았다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첫 번째 공모전이었기 때문이다. 글이든 다른 분야든,태어나 공모전에 지원한 게 처음이었고 그러니 당연히 떨어져 본 경험이 없었다. 첫 도전에 따른 낙선에 대한 경험 없음, 거기서 오는 자신감이 나를 우쭐하게 했다. 게다가나름의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까지있었으니,마음에는 여유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당선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제출한 내용은 글쓰기를 시작하기까지의 고민이 담긴 글이었다. 고민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찐한 감정을 글에 담을 수 있었다. 글을 쓰고 서도 수십 번을 고쳤고, 공모전인 만큼 권장 분량(2500자)이 되도록 2450~2500자로 글자 수를 맞췄다. 문장을 늘리거나 줄였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늘렸다가 줄이기를 반복했다.
'안 읽어도 되니 좋아요 좀 눌러주라'
(그래도 한번 읽어볼래?)
라며 지인들에게 홍보도 했다.
안 읽어도 된다는 말은 반절은 거짓, 나머지 반은 진심이었다. 읽어주면 좋겠지만 <좋아요>만 눌러줘도 고마운 일이었다. 글의 내용과 더불어 보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게시했던 글 중에, 당시로는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었다.
이미 마음은 합격한 상태였다. 진심을 담은 글에 안 하던 홍보까지 했으니, 당선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합격한 글을 낭독하게 해 준다는 EBS라디오, 마음은 그곳 안에 있었다.
어느새 발표날인 5월 24일이 되었다. 개별이메일로 연락이 온다고 했고, 나는 룰루랄라 하는 마음으로 출근했다.
발표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브런치팀>도 회사원일 테니 8시에서 9시에 출근하겠지?'
'출근해서 아침 업무를 마무리하면, 어디 보자... 여유 있게 10시에서 11시쯤이면 발표하겠네~!곧 메일이 오지 않을까~?'
...
12시가 돼도 아무 소식 없었다.
...
'아니야 아니야 오전은 아닌 거야, 내부적으로 절차가 있을 테니까... 이메일로 보내면 오탈자도 봐야 하고, 팀장님한테도 보고를 해야 할 거 아니야?'
'느긋하게 2시에서 3시에는 발표하겠지?더 늦으면 합격자들을 너무 기다리게 하는 거야, 안돼 안돼, 그전엔 올 거야'
그리고 다시 시작된 미래 고민.
'당선되면 메인화면에도 뜨는 게 아닐까? 내 글은 몇 번째로 소개되려나? 맨 마지막인 거 아니야? 앞 쪽이면 좋겠는데...'
...
째깍째깍
3시가 넘었다.
...
'왜 메일이 안 오지? gmail 어플이 이상한가? 아니면 핸드폰 데이터가 안 터지나? gmail 은 가끔 이상해, 폰이 너무 오래됐나? 아니, 왜 이거 발표를 안 하는 거야, 나한테 연락이 안 왔으면 발표를 안 한 거잖아, 왜 안 해???'
실패를 예감한 인간은 괜히 모든 걸 긍정하고, 관대해진 마음에는 아량이 생긴다. 체념을 위한 준비랄까, 그런 게 생긴다.
'아직도 확정이 안 났나 보다~~~ 인기가 많았던 만큼 신중한 걸 거야~~~ 퇴근 전에는 발표하겠지~~~'
'5시~~~? 아니 6시~~~? 그래 그전에만 해주면 충분하지~~~!!!'
그렇게 공모전에서 떨어졌다.
<현실 인식>
조금 아쉬웠지만 유난 떤 것에 비해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는 실감 때문일까,기대한 시간, 김칫국을 마셨던 시간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았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아니, 실패는 있어도 시련은 없었다. 내 글보다마음을 사로잡는 글이, 더 진한 진심을 담은 글이 많았겠지하고 인정했다. 당선의 기준과 내 글이 안 맞았을 수도 있지 싶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어쩌면 4100편이나 되는 글이 심사되었고, 전산 오류 같은 것도 있으니 '우연히 심사위원 눈에 안 보이지 않았을까'라며마음 편한 '현실부정'을 잠깐 해본 것도 사실이다.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내 글은 실패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공모전에는 떨어졌지만 글 자체가 실패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의 글이었고 많은 분들의 공감도 받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로) 충분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글을 쓰는 나'와 '내가 쓰는 글'을 지인들에게 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글'이라는 시스템이 나를 대표하는 하나의 명함이 될 거라는 출사표를 던졌다는 말이다. 덕분에 이후로도 꾸준히, 거의 매일매일을 글과 씨름하고 있다.
그 시점 이후로, 묘하게 딱 그 시점 이후인데,글 쓰는 실력이 조금 늘었다고 느끼고 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쓰는 글이 '한 단계 올라선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선은 못했어도 점점 나아지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여전히 매일 쓰는 글, 그런 꾸준함이 나를 조금씩 나아가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괜찮다. 어차피 평생을 쓸 작정이니, 글에서 손을 떼는 순간이 오면, 글쓰기를 포기하는 내가 되면, 그땐 정말 실패라고 말해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