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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세경 Oct 03. 2020

'감사함', 뜬구름 잡는 말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실패로 새해를 시작한다


운동하자는 다짐 포기하고 읽으려던 책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린다. 영어 공부는 '야나두'가 아니라 '난 아냐'로 바뀌어 버린다. 새해를 맞은 사람들은 여러 변화를 다짐하지만 목표한 바를 이뤄내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연초마다 영어 학원과 헬스장이 할인 이벤트를 하는 이유도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알기 때문이다. 꾸준히 학원에 나오거나 매일 헬스장 오는 이들 손에 꼽을 만큼 물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렇게 새해는 변화를 다짐하기에도 포기를 포장하기에도 그럴듯한 핑계가 된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도전이 실패로 시작하는 한해를 만든다.


 일처럼 말했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연말마다 다이어리를 새로 사서 내년의 다짐을 적 반년만 지나 무엇을 적었는지 잊어버린다. 매년 쌓여가는 다이어리를 보면 연도별로 1월, 2월만 열심히 중간 이후로는 빳빳한 새 종이로 남아 있다. 1년 전에 써 놓은 계획들을 보 '어떻게 저런 목표를 잡았지? 기특하네' 라며 당시의 나를 칭찬하다가도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일을 다짐하고 꾸준히 실천하기는 이렇게나 어렵다. 없던 습관을 만들거나 계획한 목표를 이루는 것은 웬만한 동기부여로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하고(#왜 내 주변에는 밉상 밖에 없는 거죠), 그걸 10년 동안 꾸준히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다짐과 더불어 그게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뇌는 변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때문이다. 사실 '감사, 사랑, 배려'와 같은 단어들은 워낙 세간에 많이 쓰이는 말들이라 그 단어들이 주는 힘이 약할 때도 있다. '남들 다하는 얘기, 남들 다 아는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사일기 쓰기'라는 행위를 선택하고 그걸 실천으로 옮긴 이유는 '감사'하는 감정을 통해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뇌의 신경가소성이란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하는 능력을 뜻한다. 운동으로 몸의 근육을 발달시키듯이 우리의 뇌도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다 보면 점점 더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 목적은 단순히 '모든 일에 감사하자'라는 흩어지는 연기 같은 목표가 아니라, 감사를 통해 뇌의 긍정적인 신경망을 늘리자는 것, 그런 것이었다. 뇌과학에서 주장하는 '뇌의 신경 가소성'을 한 번 믿어보자고 생각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 의하면 감사일기를 쓰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감사일기를 매일매일 쓸 것
2. 감사일기는 글의 형태로 구체적으로 쓸 것
3. 감사일기는 잠들기 직전에 쓸 것


모두 그럴듯한 이야기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3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뇌는 자는 동안 변화한다. 특히 잠들기 직전의 감정이 뇌에 새겨지는데, 그걸 기억의 고착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감사한 일을 생각하며 잠에 들면 우리의 뇌는 감사한 마음을 품은 채로 게 되고 그러다 보면 뇌의 신경가소성에 의해 뇌가 점점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뇌과학을 믿는다고 전제하면 감사일기라는 것은 애매모호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체적인 목표가 될 수 있구나, 싶었고 그걸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감사일기 쓰기, 한번 해볼 만하네!'라고 느낀 두 번째 이유는 그것에 투자할 시간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45시간, 즉 2일도 안 되는 시간에 우리는 변할 수 있다. 사실 운동으로 몸을 만드는 것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도전도 우리는 쉽게 달성하지 못한다. 변화를 보기 전까지는 괜한 노력을 하는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이내 포기하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운동도 그러니 처음에는 '감사일기? 그걸 왜 해'라는 반감이 들기도 했다. 뜬구름 잡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선 감사일기를 3주간 매일 쓰면 변화를 스스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3달을 계속해서 쓰면 주위 사람들이 당신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다고도 했다. 감사일기를 쓰는 데 매일 30분이 걸린다고 하면 그걸 3개월 했을 때는 2700분, 시간으로 치면 45시간이었다. 결국은 2일이 채 안 되는 시간이고 그 시간만 투자하면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한다는 건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손해 볼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겨우 45 시간으로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도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감사일기를 알게 되었을 때는 머리가 삐쭉 서는 느낌이 들었다. 닭살이 돋았다고 할까, 소름이 돋았다고 할까. 끓어 넘치려던 냄비의 뚜껑이 열린 것 같았 달리고 싶어 안달 난 경주마의 눈에서 검정 안대를 벗겨준 것 같았다. 마음속에 끓던 변화 대한 열망에 나아갈 방향이 생겼다는 말이다. 그날부로 매일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밤 감사한 일을 찾아내어 한 줄 한 줄 마음속에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왠지 모를 흥분감에 매일, 감사일기를 쓰고 잠에 들었다.








* <회복탄력성, 김주환, 위즈덤하우스, 2011> 참고

* 신경가소성 :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을 말한다.(https://ko.wikipedia.org/wiki/%EC%8B%A0%EA%B2%BD%EA%B0%80%EC%86%8C%EC%84%B1,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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