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돈이 될 수 있을까

업으로서의 글쓰기

by 추세경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


라고 카렌 블릭센은 말했다. 그가 말한 희망과 절망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문장 하나로도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작가는 맞지 싶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쓴다는 , 어쩌면 글 쓰는 이에게는 가장 필요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인생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새겨보아야 할 말인지도 모르겠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산다는 ,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살아갑니다"라고 말이다.


꿈이라는 희망이고 절망이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그걸 이루기까지의 고난, 이루지 못했을 때의 좌절 등으로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도전차 하지 못하는 꿈도 있다. 마음에만 품은 채, 먹고살아야 하니까, 재능이 없으니까, 이미 늦은 같으니까, 하며 시작도 못하고 끝나는 꿈도 있다. 역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실천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글 작가는 가난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작가가 되고 싶'라고 말하고 다녔어도 단지 말뿐이었다. 취업하기 전에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도 있지만 그마저도 2개월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이후로 업을 했고 어느새 금은 3년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1 전부터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다. 365 내내, 그대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이라는 아니지만 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은하루도 없다. 그리고 글쓰기를 이틀 이상 거른 적도 없다. 정말 회사 일이 바빴거나, 중요한 약속이 있었거나, 몸이 정말 피곤하지 않은 이상은 매일매일 쓰려고 노력했다. 때문에 나는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글로 돈을 벌기는커녕 한 권도 내본 적이 없지만 이미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매일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꿈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TV 나와서 꿈을 이뤘다고 말하는들도 처음에는 배고픈 시간을 보낸 사람이 많다. 래퍼든 작가든 마찬가지고 광고천재라고 불리는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인 이제석도 때는 한국 방향으로는 오줌도 싸지 않겠다며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배고픈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꿈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자연히 꿈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래서 업이 돼서도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길이다 보니 뭔가 현실에 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다 보니 그렇게 생각했던 과거가 부끄러웠다. 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고 글은 그냥 쓰면 되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제는 회사를 다니며 글을 쓰는 게 더 낫지 않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전업 작가서 글을 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끼는 것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취미 이상의 무엇이다. 글쓰기로 인정도 받고 싶고, 돈도 벌고 싶고, 유명세도 얻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계를 반드시 글쓰기로만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를 이해하고 싶어서다. 내 삶을 기록하고, 나를 이해하고, 그런 내 모습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게 좋아서다. 글로 나를 알아가고 글로 내 존재를 인정받는 활동, 이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벌기 위해 쓰는 게 아니고 쓰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살기 위해 쓴다는 이다.


따라서 글쓰기를 위해 안정적인 일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일상을 유지하는 데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으로는) 최소한의 돈이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 일정한 노동력을 투입하면 투입한 시간에 비례하는 정기적인 수입이 있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글쓰기로는 그럴 수가 없다. 하루에 12시간 글을 써도 만원 한 장 벌지 못할 수도 있다. 유명한 작가들처럼 당장은 배가 고프더라도 수년에서 수십 년을 참고 버티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날이 때까지 기다리며 오늘의 하루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행복을 무시하기는 싫다.


하루 종일 글을 써야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정말 글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인생의 첫 번째가 글쓰기인 사람이라면 조금 배가 고프더라도 그런 길을 선택하면 된다. 관계에서 오는 행복이나 놀이하며 얻는 즐거움보다 오로지 글, 글로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전업작가가 되면 된다. 하지만 나는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배고파가면서 까지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인생에서 꿈은 정말 중요하지만 그게 내 인생, 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꿈이 행복의 전부인양, 꿈이 당장에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말하는 메시지에는 귀를 닫는다.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있는 길고 긴 절망의 시간을 단지 꿈을 더 빛나게 하는 하나의 수사로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배고픈 시간은 배고픈 시간일 뿐이다. 그게 있어서 꿈이 더 빛날 수도 있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행복한 삶도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할 수 있다.


꿈에도 개성이 필요하다. 글쓰기라는 꿈에 나만의 개성을 더하자면 내 꿈은 '평생 동안, 매일매일 쓰는 것'이다. 글에 질리지 않고 매일매일 글을 쌓아가고 싶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그렇게 매일 쌓은 글들로 세상의 인정을 받고 싶다.


시간은 무겁지만 나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따라서 쓰는 순간마다 너무 많은 희망을 글에 걸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 쓰는 글이 반드시 인정받는 글이 되기를, 오늘 쓰는 문장 하나로 누군가의 마음 닿을 수 있기를 대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썼는데도 왜 반응은 이거밖에 안되냐고, 왜 조회수는 이거밖에 안 나오냐고 불평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글, 그런 글을 쓰면 된다.


글쓰기는 결승선이 없는 장거리 달리기다. 짧은 시간을 전력 질주해서 결과를 내는 게임이 아니라 조금은 느려도 꾸준히 달리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평생 동안 질리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에 모든 걸 쏟아붓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은 일대로 하고, 놀 때는 신나게 놀고, 글은 글대로 쓰면 된다. 물론 글을 쓰기 위한 최저한의 시간은 만들어야 하지만, 글이 꿈이라는 이유로, 꿈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글쓰기가 인생의 전부인양 살고 싶지는 않다. 오랜 시간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지금,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즐겨야 한다. 그게 때로는 지루하고 당장에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니어도, 단지 묵묵히 쓰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지 싶다. 너무 글만 생각하지 않는 것, 글에 모든 희망을 걸지 않는 것, 어쩌면 역설적으로 그게 평생 글을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내가 좋아하는 축구도 즐기고 매일같이 글도 쓰고 싶다. 그렇게 사랑도 하고 즐거움도 느끼며 나만의 깊이가 있는 글 작가가 되고 싶다.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고 어느 하나도 무시할 수가 없다. '너무 욕심이 많은 게 아니야? 뭔가를 이루고 싶으면 포기하는 게 있어야지...'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배고픈 적도 있어야 하지 않냐고, 인생의 쓴맛도 알아야 하지 않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사는 인생 그 정도 욕심도 없이 사는 건 아깝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포기할 게 있다면 그렇게 좋아하던 드라마 보는 시간, 그 시간을 포기하면 된다. 금요일 밤 시원한 맥주 한잔을 포기하고 주말 아침 늦잠 자는 여유를 반납하면 된다. 30년을 살아본 결과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 내 인생에 가장 필요한 건 사람과 놀이(그중에서도 축구), 이루고 싶은 목표(글쓰기), 이렇게 세 가지다.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살고 싶다. 그것들만 챙기면서, 심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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