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탈락 후기

by 추세경

공모전에서 떨어진 글은 별로인 글일까

공모전 탈락에 대한 글은 이번이 두 번째 글이다. 처음은 EBS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서 탈락하고 쓴 <공모전에서 떨어진 글은 별로인 글일까>이고 이후로 6개월이 지나 비슷한 소재로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에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떨어졌다. 자존감에 대한 14개의 글을 브런치북으로 엮어서 제출했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떨어진 게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3700편 중에 10편의 작품을 뽑는 공모전이니 수상 확률은 0.3% 밖에 되지 않는다. 수상을 해서 축하를 받는 사람보다 입상을 하지 못해서 위로를 받는 사람이 훨씬 많고 나도 그중에 하나일 뿐이다. 이미 결과가 정해진 이상 아쉬워만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떨어진 건 아쉽지만 지난 일은 잊고 오늘은 또 오늘의 글을 쓰면 된다.



기다리는 일만큼 힘든 일도 없다. 오늘 매수한 주식이 곧바로 오르기를 기다리고, 마음에 드는 이성이 바로바로 답장해 주기를 기다리고, 취업 면접 합격을 기다리고, 수능 성적표를 기다리고, 이런 것들을 기다리면서 마음이 편할 사람은 별로 없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빠르게 가는 것 같은 데 막상 뭔가를 기다리는 '지금의 당장'은 그렇지가 않다. 일분일초가 더딘 것 같고 한 시간 두 시간은 괴로울 만큼 길다. 시간이 느려 보이는 이유는, 생각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돈을 다 잃을 것 같은 불안, 답장이 올 것 같은 희망과 이대로 차일 것 같은 불안, 예상하는 성적이 맞는지 아닌지, 취업을 한 건지 아닌지, 마음은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요동친다. 그게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이번 공모전 발표를 기다리는 마음도 그랬다.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 발표가 왜 이렇게 늦는 거야,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과 발표일 이미 정해져 있었는데도 자꾸 애가 달았다. 수상자들한테는 미리 연락이 온다던데... 이번 주에는 연락이 올까, 그게 오늘이려나, 왜 아무런 소식이 없지, 내가 수상자가 아니어서 그런가, 아니면 올해는 별도로 연락이 없는 건가, 작년이랑은 다른가, 미리 연락을 주는 출판사가 있다던데... 내가 수상자가 아닌 건가, 작년에는 어땠지, 재작년에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리를 맴돌았다. 작은 단서라도 있을까 싶어 웹페이지에 브런치북을 검색하는가 하면 브런치팀 페이지에 들어가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를 수시로 확인했다.

<수능 강사, 이기상>


"나는 돈에 관심 없어요"하는 사람을 경계하셔야 돼요.

그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입니다.

라고 수능 일타 강사인 이기상은 말했다. 비슷한 말로 한 동안 나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미친 사람 같았다. 11월 말에서 12월 초에는 결과 발표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평소에는 눈만 감으면 잠에 드는데 그때는 이 주가 넘도록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새벽 3시에 한번 깨고, 새벽 5시에 한번 식이었다. 잘 자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이 떠졌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결과 발표 언제야'라고 물으면 '별 기대 안 해'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런데 발표 날이 다가올수록 수상을 기대하는 마음 커졌. 중에는 '내가 될 것 같은데 빨리 발표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적금 만기일을 기다리듯 맡겨 놓은 상을 내노라는 듯한 마음이었다. 수상을 기대하는 마음이 그 정도로 큰 줄은 그때서야 알았고 그렇게까지 마음이 설레는 지도 그때서야 깨달았다.




기대감은 왜 자꾸 커졌을까. 가 수상할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왜 자꾸 그랬을까. 누군가에게 수상에 대한 별도의 메시지를 받은 것은 없었다. 합격자를 예상하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고 그런 걸 미리 알만한 네트워크도 나에게는 없었다. 결국 생각해보면 애초에 내 안에 있던 기대감이 엄청나게 컸던 게 아닌가 싶다. 점점 더 기대를 한 게 아니라 원래 컸던 기대감이 그 실체를 조금씩 드러낸 것이다. 유물에 덮인 먼지를 털면 그 모양이 더 뚜렷이 보이듯 시간이라는 바람은 내 기대감에 덮인 먼지를 털어 냈다.


브런치 계정에 자신감이 있었다. 가입 기간 대비 구독자 수도 많은 편이고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감사하게도) 항상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시고 글을 올릴 때마다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글이 괜찮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런 이유로 수상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라이킷이 많으니 눈에 띄는 작품이긴 하겠구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쓴 글이니 출판사들도 그런 걸 알아주지 않을까, 싶었다.




쓰기를 음 시작했을 때는 글로 돈을 벌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미 글을 쓰고 있으니 그 자체로 이미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까지 설쳐가며 수상을 기대하는 내 모습을 보며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수상하려고 글을 쓰는 건가?

공모전에 입상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건가?

내가 변한 건가?

나는 왜 글을 쓰지?


라는 물음이 꼬리를 이었다. 그런 물음은 이내 자조하는 마음으로 변했다. 공모전 수상을 이렇게 까지 바라는 게 맞나, 싶었다. 글쓰기를 시작했던 초심을 잃은 것 같았 이제는 글쓰기가 아니라 그걸 통한 현실적인 유익을 바라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별 기대 안 한다고 하면서도 얼마나 설레면 잠까지 설치는지 그런 내 모습을 보면 풍자만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수상에 관심 없어요’라고 하고 다녔지만 사실은 수상에 미친 사람이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게 뭐가 나쁘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성 들여 쓴 14편의 글을 공모전에 제출했 그것이 좋은 결과를 맺기를 바라는 건 당연할 수 있다.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마른하늘에 돈벼락이 떨어지기를 망하는 것도 아니었다. 노력해서 만든 창작물이 시스템 안에서 정받기를 기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잠을 못 잘 정도로 기대하는 건 그만큼 꿈이 크다는 것이고 그 정도로 브런치 계정이나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내가 쏟은 열정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그런 내 기대감에 '욕망'이나 '과욕'과 같은 딱지를 붙여 스스로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바라고 원하는 것에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무언가에 열정을 쏟으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 건 내 자연스러운 욕구를 속이는 것이다. 그걸 기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겸손을 가장한 거짓말이다.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고 그건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솔직한 말로 나는 글쓰기를 통해 유명해지고 싶다. 내가 쓰는 글이 더 유명해지길 바라고 나아가 글쓰기로 돈도 벌 수 있기를 바란다. 글쓰기를 통해 누군가가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고 나만의 색깔을 가진 멋진 작가가 되고 싶다. 내 꿈은 '알라딘 중고서점'의 한국의 작가 란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박완서와 유시민처럼, 김훈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글 작가가 되는 것이다. 그걸 바라기 때문에 힘들어도 매일 글을 쓰고, 조금 졸려도 매일 책을 읽는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도 줄이고 오랜만에 내려간 본가에서도 쉬지 않고 글을 쓰는 건 그런 꿈이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기대가 많았던 이유는 이번 공모전이 그런 내 인생의 시발점이 돼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꿈에 당당해지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글을 성공의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는 것이다. 단지 유명해지기 위해서, 단지 돈만 벌기 위해서 하는 글쓰기는 피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글만 쓴다든지, 거짓 정보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글을 쓴다든지, 아니면 정성 없이 대충대충 쓴다든지, 이런 걸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지만 않으면 글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게 나쁠 이유는 없다. 내 욕구에 솔직하되 글을 쓰는 본질은 지켜가는 것. 나를 위로하는 글이 너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것.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하다.

비록 이번떨어졌지만 아쉬운 마음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글쓰기로 뭔가를 이루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년, 10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올해에 뭐가 지 않았다고 해서 길고 긴 인생의 큰 그림이 변할 일은 없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당장에 망할 일은 없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꿈에 대한 나의 열정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오늘은 그저 오늘의 글을 쓰면 된다. 그리고 그런 내 글이 세상에 더 나아가기를 바라면 된다.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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