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엔 규칙이 없음

by 추세경

<오징어 게임>엔 규칙이 없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서 투자하고 한국의 제작사가 만든 우리나라 드라마다. 넷플릭스는 세계 1위 OTT 업체오징어 게임에 약 250억 원을 투자했다. (OTT란 Over the Top Media Servie의 준말로 인터넷을 통해 방송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오징어 게임은 개봉 13일 만에 1억 명 이상이 시청했고 시장 가치는 1조 원을 넘었다. 넷플릭스는 이 드리마로 약 40배 이상의 투자 효과를 거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인기에도 우리나라 제작사에는 투자금 이외의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오징어 게임 전후로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은 28조 원이 증가했.


<규칙 없음>은 넷플릭스의 경영철학이 담긴 책이다.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저명한 비즈니스 사상가인 에린 마이어 교수가 공동으로 책을 썼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창립자이자 CEO로서 넷플릭스의 경영철학을 설명한다. 에린 마이어는 넷플릭스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3자의 시선으로 그들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책을 읽기 시작한 건 가을 단풍이 한창인 11월 초였다. 연차를 쓰고 여수 여행을 가는 날이었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KTX 창가에 앉아 책을 읽었다. 얼마 되지 않아 넷플릭스의 사내 문화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하나의 감정이 차올랐다. 부러움이었다.


넷플릭스의 사내 문화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인재 밀도를 극대화하라

2. 솔직성을 극대화하라

3. 대부분의 통제를 제거하라


인재 밀도를 극대화하라는 것은 1명의 인재가 수십수백 명의 역할을 해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인재 영입에 최선을 다하고, 업계 최고의 연봉을 제시한다. 다만 직원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실한 기준이 있다.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내는 것이다.


솔직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직원 간의 상호 피드백이 원활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사원도 임원에게 반대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건 창립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역시 마찬가지다. 수시로, 또는 정기적으로 자신 단점에 대한 피드백을 직원들에게 요청한다. 그는 주도적으로 이런 문화를 정착시켜 왔다. 헤이스팅스에게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솔직한 피드백을 통한 넷플릭스의 발전이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통제를 제거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휴가 기간에 제한이 없다. 경비 처리의 한도도 없다. 하지만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은 업무 담당자에게 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자유의 목적은 이 모든 활동이 넷플릭스의 이익에 도움이 되 것이다. 넷플릭스는 자유와 책임을 반대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줄 때 그들이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믿는다. 자유를 책임감을 위한 통로로 생각한다.


세 가지 모두 그럴싸해 보이지만 분명히 한계 있다. 업계 최고의 연봉은 그 자체로 비용 부담이다. 또한 직원을 쉽게 해고하면 사내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 솔직성을 극대화하는 건 긍정적인 문화지만 회사 생활에서는 바로 위 팀장에게도 토를 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될 수도 있다 것이다. 통제를 제거하면 휴가 남용될 수 있고 경비 낭비될 수 있다. 직원 개인의 단적인 판단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리드 헤이스팅스는 세 가지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세부적인 제도를 만들고 직원들을 교육한다. 정기적으로 개선 점을 찾고 발전 방향을 고민한다. (더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결과적으로 2012년 8달러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2021년 현재 700달러 수준이 되었다. 90배가 상승해 시가 총액이 350조가 되었다. 우리나라 1등인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450조이고 직원수는 11만 명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직원이 약 1만 명이다. 숫자로만 따지면 넷플릭스의 생산성이 삼성전자의 10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넷플릭스의 사내 문화에서 비롯된 게 맞다면 리드 헤이스팅스가 지향하는 바는 꽤나 성공적으로 보인다.


<규칙 없음> 읽으며 세계적인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넷플릭스만의 독특한 문화일 수도 있고 어쩌면 넷플릭스를 홍보하기 위해 조금은 미화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음은 자꾸 그 옛날 서울깍쟁이를 부러워하는 시골 학생 같았다. 넷플릭스의 직원이나 나나 같은 직장인인데 사뭇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한다고 느꼈다. 그들의 문화가 부러웠다.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노력 대비 성과가 적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성과란 급여나 성취감 등의 만족을 뜻하는데 가끔은 지금 하는 일이 아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잘못된 방향인 걸 아는데 그저 윗사람의 지시나 고집으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일은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인 경우가 많다. 내 판단이 틀릴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이건 정말 아닌데' 싶은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다니면 개인의 노력이 그 자신의 성과로 이어질 것 같았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성공을 위한 발판처럼 여길 듯 보였다. 윗사람이 보기 편하라고 같은 자료를 자꾸 다른 버전으로 바꾸는 일은 안해도 되지 싶었다. 성과가 명확하고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노력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회사 생활이 될 것 같았다.


책을 읽고는 부쩍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최선을 다하는 게 한번 사는 인생에 최선의 선택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어른들은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자꾸 회사를 옮기는 건 근성이 없는 거라고, 버티지 못하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한 회사에서 20년, 30년을 근무하신 분들 존경한다. 나는 겨우 4년째 다녀도 벌써 힘이 드는데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다니셨을까 싶다. 회사 생활에서 겪는 여러 가지 마찰들을 견뎠다는 건 그 자체로 존경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회사에서 오래 근속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직장인이라도 넷플릭스와 우리 회사처럼 극과 극으로 다른 회사 생활이 있을 수 있다. 본인의 적성과 성향에 맞는 회사가 있을 것이고 혹시 회사 생활이 안 맞다면 본인에게 더 나은 길이 있을 것이다. 이직이든, 또 다른 업을 찾는 것이든, 더 나은 선택지가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게 인생은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승리하는 이의 마음일 수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성취보다는 지인들과의 유대가 더 중요하고, 여가 시간을 잘 보내는 게 더 행복한 삶일 수도 있다. 회사가 조금 힘들어도 참고 버티며 다른 곳에서 느끼는 행복으로 살아갈 수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어려운 거라고,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회사가 힘들다고 잘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는 건 극단적인 선택일 수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다. 우리 회사를 넷플릭스와 그만 비교하는 것이다. 조금 부러워도 내가 다니는 회사를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 덕분에 여자 친구랑 데이트도 할 수 있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릴 수 있다. 거기서 받는 월급으로 친구들이랑 여행도 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남는 시간은 짬을 내서 글을 쓰려고 한다. 꾸준히 을 써서 시간이 지나 언젠가는 글작가로서 생계를 꾸렸으면 좋겠다. 글쓰기로 안정적인 수입을 가질 역량이 되면 그때는 회사를 만두고 싶다. 물론 글 작가는 대체로 가난하기에 내가 말하는 '언젠가'가 도대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20년, 아니면 30년 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이상 한 가지는 믿을 수 있다. 나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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