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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세경 Jan 30. 2022

방역 패스, 이대로 괜찮은가

방역 패스란 백신 미접종자의 다중 이용시설 출입을 제한하는 정부의 방역 지침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거리 두기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중 이용시설이란 식당이나 카페, 목욕탕과 같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말한다. 21년 가을에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드 코로나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정부는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22년 1월 29일 코로나 확진자는 17,542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방역 패스 지침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의무적인 백신 접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대구에 사는 한 고등학생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백신 패스에 대한 반대 청원은 동의 인원이 30만 명을 넘었다. 청원 내용에서 방역 패스를 반대하는 이유는 네 가지다. 돌파 감염이 많다는 것, 백신에 부작용이 있다는 것, 부스터 샷을 추가로 접종해야 한다는 것, PCR 검사가 앞으로 유료가 된다는 것 등이다.

(*선별 진료소 PCR 검사, 자가 진단 검사 등은 전액 무료이다)


이에 대한 질병관리청장의 답변을 요약하면 이렇다. "백신 접종은 코로나 방역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2차 접종 완료자 4,100만 명 중 돌파 감염 사례는 7만 명으로 0.2% 수준이다. 그중 4만 3천 명은 21년 11월 이후에 감염되었다. 백신 효과가 감소된 상태에서 확진을 받은 것이다. 백신은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약해지므로 부스터 샷 접종이 필요하다. 백신 접종의 이상 반응(부작용)에 대해서는 신고 사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과학적 기준을 보완하겠다." 결론적으로 백신 접종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고 혹시 감염이 되더라도 위중증, 사망 예방 효과가 90%에 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라는 것이다. 반대 청원에도 불구하고 방역 패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 패스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내가 백신 접종 부작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1년 6월에 얀센 백신을 접종했고, (얀센은 1차만 접종하는 백신이다) 21년 12월에 부스터 샷으로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다. 1차를 맞고는 긴가민가 했지만 부스터 샷을 맞고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 몸은 코로나 백신에 부작용이 있었다.


1차 백신을 맞은 후 피부에 발진이 생겼다. 몸 이곳저곳에 빨간 발진이 올라왔고 자다가도 긁을 만큼 가려웠다. 하지만 백신 부작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예전에도 피부가 아팠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신 부작용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피로, 운동 부족으로 그게 다시 재발한 줄 알았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식단을 관리했고 운동 횟수를 늘렸다. 다행히 세 달 정도 지나니 병변이 사라졌다.


하지만 부스터 샷을 맞고 똑같은 문제가 생겼다. 몸 이곳저곳이 다시 가려웠고 피부에 빨갛게 발진이 생겼다. 요새는 스트레스도 없었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식습관도 좋아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피부는 급격히 안 좋아졌고, 다시 작년 6월로 돌아가 버렸다. 의심은 결국 확신이 되었다. 백신이 문제였다. 백신 때문에 피부병이 생겼다.


그걸 깨달으니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건강 관리를 잘못했다고 스스로를 질책했던 나였다. 아팠던 흔적으로 몸에는 검은 흉이 남았다. 이제 조금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부스터 샷 한방에 몸은 다시 6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검게 남은 흉 위로는 다시 빨간 병변이 올라왔다. 골반, 옆구리, 사타구니, 종아리 등 부위도 여러 곳이다. 더 진한 흉이 몸에 남을게 상상된다. 이런데도 무조건 백신을 맞으라는 정부의 지침은 불합리해 보였다. 억울함과 화난 마음은 정부를 향한 반감이 되었다. 


처음에는 스스로 원해서 백신을 맞았다. 코로나에 걸리기 싫었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기 싫었다. 정부의 강제 때문에 백신을 맞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백신은 맞고 싶지 않다. 방역 패스 지침에 따라 6개월에 한 번씩 백신을 맞으면 앞으로도 계속 피부병으로 고생을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불이익이 정책적으로 존재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백신 접종의 자유는 나에게 있다.


현재 정부의 지침대로모두가 무조건 백신을 맞아야 할까? 그건 아니다. '백신 패스 적용 예외'라는 게 있다. 백신 접종 후 중대한 이상반응(아나필락시스 등)으로 의사에게 '접종 금기' 진단을 받은 사람이나, 백신 구성 물질 중에 알레르기 이력이 있는 사람은 예외 대상이 될 수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 내가 접종 예외자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대상이 아니다. 정황상 피부병이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한 건 맞지만 정확한 인과 관계는 추정이 어렵다고 했다. '접종 금기'를 진단해줄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사는 그런 진단서를 써주기를 꺼려했다. 어쩌면 정부 정책에 반하는 증빙 자료를 자기 손으로 쓰는 게 싫은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을 욕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 역시 내 증상이 정부가 규정하는 '중대한 이상반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몸은 분명 백신에 부작용이 있지만 정부가 열거한 '중대한 이상반응'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의사는 나에게 '접종 금기' 진단을 내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도 나에게 이야기했다. 이런 경우가 애매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접종 금기' 진단은 내려줄 수 없다고, 난처해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방역 패스 예외라는 지침 실제 현장에서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들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장의 말대로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증상을 진단하는 일선의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내가 방문한 병원의 의사 선생님도 대략적인 내용만 알지 구체적인 지침은 모르는 상태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의사들은 피해자들을 마치 편법을 저지르는 사람처럼 하기도 한다. 접종 금기 진단서 발행 자체 꺼린다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반응하는 의사들의 태도가 아니다. 부작용에 대한 사례 수집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정부 문제다.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오히려 의사들에게 제도를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 상황이다.


두 번째는 방역 패스 예외 기준이 세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접종 금기'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단지 몇 가지에 불과하다. 백신 이상반응으로 보이는 신체의 변화가 있어도 정부가 제시한 기준과 다르면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은 국제적인 기준을 따른다고 하지만 실제로 지침을 살펴보면 특정 몇 가지 병명만 열거해 놓은 수준이다. 기타 변수를 고려할 수 있는 세부 조항은 없다. 5,000만 명의 국민에게 백신을 의무화하기엔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상태다.


백신으로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인정한다. 하지만 백신 부작용을 겪은 입장에서는 백신으로 6개월 동안 피부병에 걸릴 바에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그냥 며칠 아픈 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국가 차원의 대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까. 하지만 지금 수준의 정책은 이상 반응자가 느끼기엔 세심한 배려가 없는 정책다. 내 이기심만의 문제 아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지 않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희생당하는 소수가 되어도 똑같은 주장을 할 수 있냐고 말이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상충하는 가치들 속에 정책을 입안할 때는 그 판단기준이 국민의 안위가 되어야 한다. 백신의 효과가 확실하다면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백신이라는 무기를 이용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겪는 소수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결코 성공한 정책이 될 수 없다. 코로나가 종식되었다고 해서 그들의 억울함이 사라질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 건 22년 1월 24일 백신 접종 예외 기준이 확대되었다. 정책이 조금씩 보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이제 백신은 그만 맞을 생각이다.

 

<1월 24일, 방역 패스 적용 예외 대상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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