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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세경 Jun 25. 2022

오늘의 내일을 벗어라

마음을 오늘에 붙잡아 두기는 어렵다.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근심하고 어떤 일을 걱정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대개 실체가 없다. 실제로 어떤 상황이 닥치거나 직접 무언가를 겪으면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없을 때도 많다. 어떤 일을 걱정한다는 것은 닥쳐올 위험이나 위기를 예방하는 일이지만 그게 너무 심각하면 현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오늘에 의미를 둘 수가 없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박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대단한 사람'의 의미다.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사람을 뜻한다. 돈이 많든, 명예가 있든, 사회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걸 말한다. 근데 그 속을 가만히 보면 훌륭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누구보다 '앞선 사람', 사회의 서열에서 상위에 있는 사람이다.


문제는 그런 강박 때문에 오늘이 자꾸 허무해진다는 것이다. 대단한 미래와 평범한 오늘을 비교하면 자꾸 오늘이 작아 보인다. 지금 어떤 행동을 해도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글을 쓴다고 내일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늘 재테크를 공부한다고 내일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상은 크고 높은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니 오히려 무력해지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부자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 그가 오늘 만원을 아낀다고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투자 관련 책을 읽는다고 오늘 바로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만원을 아끼지도 않고, 재테크 책을 읽지도 않는다. 당장에 변하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부자를 꿈꾼다. 그러니 기댈 수 있는 건 로또 같은 행운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점점 인생이 허무해진다. 별거 없는 오늘이 쌓여 별거 없는 인생이 된다.


두 가지 다짐을 한다. 첫 번째는 오늘을 꿈꾸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미래의 무게에 짓눌려 현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 오늘 내가 먹는 것,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것들이 그저 별 의미 없다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정성과 진심으로 마주하는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미래에 내가 멋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어떤 종류의 사랑을 받는 것인데, 사실 진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 시간을 함께 하며 정을 주고받을 때 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명예도, 명성도, 능력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기 위한 정답이 될 수 없다.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그들과 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다짐은 보통 작심삼일로 끝난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고, 살던 대로 사는 걸 좋아한다. 글하나 쓴다고 인생이 온전히 바뀌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다시 오만한 미래와 마주하여 오늘의 의미를 잊을 수 있다.


하여 시간을 조금 길게 잡으려 한다. 20대에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30대에는 오늘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 속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였으면 좋겠다. '대단한 사람' 되고 싶다는 강박을 벗어나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 서열에 앞서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정을 주고받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평범하게 살고 싶다. 평범함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고 싶다. 내일의 강박을 벗어던진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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