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엔 출근 좀 안하면 안돼요?

by 추세경

주말에 코로나 확진자가 375명이 늘었다. 그래도 나는 출근 위해 일어났다. 월요일이니까.


월요일 아침마다 나는 철학자가 된다. 졸린 눈을 비며 시작하는 철학의 주제는 이렇다.


'왜 나는 출근해야 하는가...'

'출근 좀 안 하면 안되는가...'


왜 이렇게 욕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제까지도 행복한 주말이라며 룰루랄라 하던 나였다.


잠도 잘 잤는데 출근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분이 바닥을 찍는다. 사람들은 내 상태를 월요병이라고 부른다.


세상에 60억 명의 직장인이 있다면 60억 개의 월요병이 있을까. 내 병의 증상은 '불안'이다.


이렇게 쳇바퀴 돌듯 사는 게 맞는지...... 어려서 꿈꿔왔던 미래가 아닌 것 같고 이로 살면 행해질 것만 같다.


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감사하면 좋겠지만 욕심은 끝이 없고 막연한 꿈에 대한 동경으로 오늘도 나는 불안해했다.

이번 주 월요일 출근길은 좀 특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지난주만 해도 확진자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일주일 만에 배에 배를 넘었다.


백신 없는 전염병에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손 소독제를 휴대했다. 모임과 약속을 취소하고 준비했던 공연도 취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피하라는 바이러스의 지령이다.


출근길에 내가 놀란 건 확산되는 코로나에도 지하철에 몸을 끼워 넣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연착된 1호선 승강장에는 줄이 길었다. 줄 선 지 10분이 지나서야 열차가 왔 지하철 문은 굶주린 입 처럼 열렸다. 사람들은 그 속을 채우기 위해 몰려 들었다.


나도 우겨져 들어가려는데 내 앞 두 번째에서 줄이 멈췄다.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었다. 놓치면 지각할 것 같았던 나는 좁은 틈에 몸을 끼워봤다. 하지만 '퉁~' 튕겨 나갔다. 결국 다음 열차를 탔고 회사에 지각했다.


코로나 공포증의 사람들이 1호선에 몸을 쑤셔 넣고, 월요병으로 툴툴거리던 가 어떻게 올라 타보려고 애쓰는 풍경.


출근이란 무엇이기에 전염병도 월요병도 잊게 하는 것일까.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 출근으로 붐비던 도쿄 지하철에서 가스 테러가 있었다. 화학무기인 '사린가스'가 도쿄 지하철에 살포되었다. 승객과 역무원 등 12명이 사망, 5,5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종교 단체인 '옴진리교'에 의해 발생한 테러다. 테러를 주도한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2018년 사형되었다.


나는 이 사건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통해 접했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책은 당시 피해자들의 인터뷰 집이다. 피해자들의 슬픔과 분노, 후유증과 이후의 삶에 대해 다뤘다.


책을 읽고 내가 놀란 것은 피해자들의 '출근'에 대한 의지다. 가스에 과노출된 사람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몇몇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었던 승객들은 몸이 이상한 걸 느끼면서도 출근을 강행했다.


어떤 이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지하철 운행이 끊기자 택시를 불러 회사로 향했다. 어떤 이는 머리가 돌 것 같이 아픈데도 아침 미팅을 끝까지 버텨냈다. 어떤 이는 테러 뉴스를 접하고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숨겼다. 회사에서 나오지 말라고 할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기승하는데도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는 1호선 승객들과 신경가스로 몸이 마비되어 가는데도 출근은 해야겠는 25년 전 도쿄의 회사원들.


그런 상황에서도 지각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았던 그들. 그런 면에서 그들은 다를 게 없었다.

출근이란 먹고사는 문제고 하루에 2/3를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은 회사가 곧 그들의 정체성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살아간다.


전날 아무리 술을 마셔도 회사에 늦지는 않는다. 힘들 때면 화장실 변기 칸에 들어가 기도 한다. 링거를 맞고 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퇴근하기 위해 해야 하는 자기 관리. 그렇게 받은 월급으로 사랑하는 딸아이 입에 딸기 하나 넣어줄 수 있는 능력.


직장인들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꿈을 찾아 13년 만에 베스트 엔터테이너 상을 받은 장도연도 멋있고 신들린 연기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도 멋있다. 꿈을 이루는 그들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매주 오는 월요병을 이겨내고, 기승하는 코로나도 뚫고 지하철에 르는 직장인들의 삶에도 나는 찬사를 보낸다.


막연한 꿈을 좇기 전에 먼저 직장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바로 하고 회사 생활을 잘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관리 해야겠다. 월요일 나는 10분 지각을 했고, 이 글은 지각에 대한 나의 반성문이다.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 : 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EB%8F%84%EC%BF%84_%EC%A7%80%ED%95%98%EC%B2%A0_%EC%82%AC%EB%A6%B0_%EC%82%AC%EA%B1%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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