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어서와 회사원
월요일엔 출근 좀 안하면 안돼요?
by
추세경
Feb 26. 2020
주말에 코로나 확진자가 375명이 늘었다. 그래도 나는 출근
을
위해 일어났다.
월요일이니까.
월요일 아침마다 나는 철학자가 된다. 졸린 눈을 비
비
며 시작하는 철학의 주제는 이렇다.
'왜 나는 출근해야 하는가
...
'
'출근 좀 안
하면 안되는가...'
왜 이렇게 욕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제까지도 행복한 주말이라며 룰루랄라 하던 나였다.
잠도 잘 잤는데 출근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분이 바닥을 찍는다. 사람들은 내 상태를 월요병이라고 부른다.
세상에 60억 명의 직장인이 있다면 60억 개의 월요병이 있을까. 내 병의 증상은 '불안'이다.
이렇게 쳇바퀴 돌듯 사는 게 맞는지......
어려서 꿈꿔왔던 미래가 아닌 것 같고 이
대
로 살면
불
행해질 것만 같다.
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감사하면 좋겠지만 욕심은 끝이 없고 막연한 꿈에 대한 동경으로 오늘도 나는
불안해했다.
이번 주 월요일 출근길은 좀 특별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지난주만 해도 확진자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일주일 만에
배에 배를 넘었다.
백신 없는 전염병에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손 소독제를 휴대했다. 모임과 약속을 취소하고 준비했던 공연도 취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피하라는 바이러스의 지령이다.
출근길에 내가 놀란 건 확산되는 코로나에도 지하철에 몸을 끼워 넣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연착된 1호선 승강장에는 줄이 길었다. 줄 선 지 10분이 지나서야 열차가 왔
고
지하철 문은 굶주린 입 처럼 열렸다. 사람들은 그 속을 채우기 위해 몰려 들었다.
나도
우겨져 들어가려는데
내 앞 두 번째에서 줄이 멈췄다.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었다. 놓치면 지각할 것 같았던 나는 좁은 틈에 몸을 끼워봤다. 하지만 '퉁~' 튕겨 나갔다.
결국 다음 열차를 탔고 회사에 지각했다.
코로나 공포증의 사람들이 1호선에 몸을 쑤셔 넣고, 월요병으로 툴툴거리던
내
가 어떻게
든
올라 타보려고
애쓰는 풍경.
출근이란 무엇이기에 전염병도 월요병도 잊게 하는 것일까.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 출근으로 붐비던 도쿄 지하철에서 가스 테러가 있었다. 화학무기
인 '사린가스'가 도쿄 지하철에 살포되었다. 승객과 역무원 등 12명이 사망, 5,5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종교 단체인 '옴진리교'에 의해 발생한 테러다.
테러를 주도한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2018년 사형되었다.
나는 이 사건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통해 접했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책은 당시 피해자들의 인터뷰 집이다. 피해자들의 슬픔과 분노, 후유증과
이후의 삶에 대해 다뤘다.
책을 읽
고 내가 놀란 것은 피해자들의 '출근'에 대한 의지다. 가스에 과노출된 사람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몇몇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었던 승
객들은 몸이 이상한 걸 느끼면서도 출근을 강행했다.
어떤 이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지하철 운행이 끊기자 택시를 불러 회사로 향했다. 어떤 이는 머리가 돌 것 같이 아픈데도 아침 미팅을 끝까지 버텨냈다. 어떤 이는 테러 뉴스를 접하고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숨겼다. 회사에서 나오
지 말라고 할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기승하는데도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는 1호선 승객들과 신경가스로 몸이 마비되어 가는데도 출근은 해야겠는 25년 전 도쿄의 회사원들.
그런 상황에서도 지각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았던 그들. 그런 면에서 그들은 다를 게 없었다.
출근이란 먹고사는 문제고 하루에 2/3를 회사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은 회사가 곧 그들의 정체성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살아간다.
전날 아무리 술을 마셔도 회사에 늦지는 않는다.
힘들 때면 화장실 변기 칸에 들어가
쉬
기도 한다. 링거를 맞고
다
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퇴근하기 위해 해야 하는 자기 관리. 그렇게 받은 월급으로 사랑하는 딸
아이 입에 딸기 하나 넣어줄 수 있는 능력.
직장인들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꿈을 찾아 1
3년 만에 베스트 엔터테이너 상을 받은 장도연도 멋있고 신들린 연기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도 멋있다. 꿈을 이루는 그들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매주 오는 월요병을 이겨내고, 기승하는 코로나
도 뚫고 지하철에
오
르는 직장인들의 삶에도 나는 찬사를 보낸다.
막연한 꿈을 좇기 전에
먼저 직장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바로 하고 회사 생활을 잘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관리 해야겠다. 월요일 나는 10분 지각을 했고, 이 글은 지각에 대한 나의 반성문이다.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8F%84%EC%BF%84_%EC%A7%80%ED%95%98%EC%B2%A0_%EC%82%AC%EB%A6%B0_%EC%82%AC%EA%B1%B4
)
keyword
출근길
월요병
공감에세이
144
댓글
18
댓글
18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추세경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 출간작가
에세이 작가, 곧 소설가. 저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저 홀로 피어난 꽃처럼 나답게 그렇게>, <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
구독자
7,160
팔로우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직장에서 멍 때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