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아내와 테니스를 쳤다. 테니스장에 어린이들이 있어, 너네는 몇 살이냐고 물었다.
11살이요.
아, 초등학교 4학년이야?
아니요. 6학년이요.
응? 11살이 초등학교 6학년이야?
만 나이로요.
아, 그렇구나.
아이들은 만 나이가 더 익숙한가 보다.
만 나이로 나는 서른세 살이고, 평일이면 출근을 한다. 주말에 쉰다고 쉬지만 월요일에는 몸이 천근 만근이다. 물에 젖은 종이가 된 기분이다. 쉬지 못해서 몸이 힘든 게 아니라 쉬었기 때문에 몸이 힘든 걸 수도 있다.
그래도 출근길 버스에 몸을 싣고,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업무형으로 몸이 돌아온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건 수요일이다. 가장 기분이 좋은 건 금요일이다. 그렇게 평일이 가고, 다시 주말을 맞는다. 그런 싸이클로 시간을 보낸다.
생각해 보면 나도 초등학교 6학년일 때가 있었다.
시간은 흐른다. 나름의 리듬을 가지고, 그만의 규칙을 따라, 저마다의 반복을 통해, 시간은 흐른다. 어떤 것들은 바뀌고,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인 나와 서른다섯 회사원인 나는 같은 사람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
시간은 흐른다.
흐르는 시간 속에, 나는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
오늘도, 시간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