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하던 여름의 끝이 보인다. 아침 출근길엔 가을 공기가 코끝을 맴돈다. 매년 그렇듯 한창 더울 때는 끝나지 않을 여름인 것 같은데 시간이 어느새 흘러 가을이 눈앞에 왔다. 매년 맞아도 설레고 반가운 계절이다.
가을에는 추석이 있고, 파란 하늘이 있고, 내 생일이 있다. 그리고 내 생일과 같은 날, 아내의 생일이 있다. 해가 짧아지는 건 아쉽지만 아쉬움보다는 반가운 게 더 많은 계절이다.
가을이 오면 한 해가 끝나가는 기분이 든다. 욕심만큼 이루는 게 없어 서운하기도 하지만 올해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다. 행복했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마음에 한 움큼 쌓였으니 그만큼 내 영혼이 깊어졌을 거라 믿는다.
기온이 더 내려가 차디찬 겨울이 오면 가을을 맞는 반가움은 마음속 주머니에 넣어 둬야겠다. 그리고 지나가는 한 해를 아쉬운 듯 기쁘게 보내줘야지.
일단 겨울이 오기 전에 이 가을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