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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세경 Mar 22. 2020

아빠는 전을 부치세요, 저는 눈을 좀 붙일테니

아침 6시에 일어나 축구를 하고 아웃렛을 돌아다녔다.


우리 집에서 잤다가 새벽 축구를 하고 쇼핑도 함께 한 친구는 나와의 데이트가 지겹다고 그만 좀 하자고 툴툴거렸다. 그러면서도 굳이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갔다. 친절할 거면서 그런 얘기는 왜 하는 건지.


행복한 일요일이라며 눈 좀 붙이고 낮잠을 자려고 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자기 계발 마스터인 나는 시간이 아까워 읽던 책을 꺼냈다. 10분도 버티 못하고 잠 들었다


세상 아무 걱정 없을 때의 깊은 잠 몸도 마음도 의식 가장 낮은 곳까지 끌고 내려가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랑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던 꿈을 꾸었다. 요리를 잘하는 아빠는 오징어전을 했고 뜨거운 안주와 함께 신이 나서 맥주를 드시곤 했다. 그래도 주를 짚기 전에 젓가락먼저 챙겨주는 게 자연스러운 아빠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 닿다 보면 항상 가족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것 같다. 365일을 사랑할 순 없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건강한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때의 기억 덕분에 혼자 있는 서울이 가끔은 외로워도 이 정도면 행복하지 하며 살아갈 수 있다.


표현도 못하고 연락도 잘 안 하지만 마음 가장 낮은 곳에선 밝게 웃는 아버지와 그 모습을 좋아하는 내가 이어져있는 것 같다. '분명히' 라고 까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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