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전을 부치세요, 저는 눈을 좀 붙일테니
아침 6시에 일어나 축구를 하고 아웃렛을 돌아다녔다.
우리 집에서 잤다가 새벽 축구를 하고 쇼핑도 함께 한 친구는 나와의 데이트가 지겹다고 그만 좀 하자고 툴툴거렸다. 그러면서도 굳이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갔다. 친절할 거면서 그런 얘기는 왜 하는 건지.
행복한 일요일이라며 눈 좀 붙이고 낮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자기 계발 마스터인 나는 시간이 아까워 읽던 책을 꺼냈다.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세상 아무 걱정 없을 때의 깊은 잠은 몸도 마음도 의식 가장 낮은 곳까지 끌고 내려가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랑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던 꿈을 꾸었다. 요리를 잘하는 아빠는 오징어전을 했고 갓 뜨거운 안주와 함께 신이 나서 맥주를 드시곤 했다. 그래도 안주를 짚기 전에 내 젓가락을 먼저 챙겨주는 게 자연스러운 아빠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 닿다 보면 항상 가족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것 같다. 365일을 사랑할 순 없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건강한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때의 기억 덕분에 혼자 있는 서울이 가끔은 외로워도 이 정도면 행복하지 하며 살아갈 수 있다.
표현도 못하고 연락도 잘 안 하지만 마음 가장 낮은 곳에선 밝게 웃는 아버지와 그 모습을 좋아하는 내가 이어져있는 것 같다. '분명히' 라고 까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