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그 남자의 이별방법

by 강나린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 해 7월에 외할머니가 12년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열아홉 동갑에 결혼해 일흔이 되도록 해로하신 외할아버지는 50여 가구 남짓한 깊은 시골에 있는 집에 혼자 남겨지셨다. 외할머니 장례가 끝나자마자 이모들이랑 외삼촌들은 서로 자기 집으로 가자고 외할아버지를 졸라댔지만 외할아버지는 시골에 혼자 남기를 고집하셨다. 겨울에 엄마는 내게 방학 내내 외할아버지댁에 가 있으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나 바쁜 사람인데!! 하며 입이 댓 발 나와서 거절하려 했으나 이모랑 통화하시는 걸 우연히 엿들었다. 원래도 말이 없는 분이 더더더 속을 알 수 없게 말이 없어지신 외할아버지가 혹시라도 세상을 버릴까 봐 걱정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고등학생, 중학생이던 동생들이 있었기에 엄마는 못 가시는 게 당연한 것 같아 결국 내가 갔다. 그 무렵 결혼을 서너 달 앞두고 직장을 그만뒀던 사촌언니와 나는 그렇게 그 해 겨울을 외할아버지 댁에서 보냈다. 사방이 산과 밭뿐이고 바로 옆집에 가려고 해도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그 시골에서 겨울방학을 꼬박 보냈다. 대문을 잠그지 않는 그곳. 외할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지만 겨울산을 부지런히 다니시며 땔감을 구해와 종일 뜨끈뜨끈하게 방에 불을 때 주셨다. 겨울엔 농사일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도울 일도 없었다. 그저 세 끼 식사를 단촐하게 차려 셋이 둘러앉아 먹을 뿐. 텔레비전도 유성은 커녕 KBS1 정규방송 한 채널밖에 나오지 않아 그 겨울을 내내 읽고 쓰며 보냈다. 간간히 오는 '농민'이라는 잡지를 첫 글자부터 마지막 표지장의 끝 글자까지 내리 읽기도 했다. 외할아버지가 슬그머니 밖에 나가시면 나는 엄마 말이 가슴에 맺혀 외할아버지가 혹시라도 세상을 버리실까 봐 조용히 뒤를 밟기도 했다. 외할아버지는 메마른 겨울산을 지치지도 않고 종일 오르내리셨다. 뒤따라오는 나를 눈치채셨을 텐데 알은 척을 하지 않으셨다. 외할아버지는 산에서 가끔 우셨다. 몇 년 후 그 적막한 집에서 주무시듯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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