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리

by 강나린

2004년에 당시 남친이랑 헤어지고 아직 내 마음은 너무 질척이고 싶을 때, 베프 한 명이랑 발리에 갔어. 내내 즐겁게 지내다가 스쿠버 다이빙을 했지. 깊은 바다에 들어갔는데 바닷속이 너무 광활하고 예쁜 거야. 물 속에서 눈물이 나더라. 여기라면 내 사랑을 묻어둬도 괜찮겠다 싶더라. 이만큼 아름다운 곳이라면 여기다 두고 나와도 되겠다 그런 마음. 물 밖으로 나왔는데 어떤 문 하나가 닫힌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이후 세 나라를 오가며 살면서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발리는 다시 가고 싶단 생각이 안 들더라.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발리였다고 생각해. 이후로도 몇 번이고 연애를 하고 또다시 사랑 때문에 우는 날도 웃는 날도 많았으며 지금은 결혼한 지 십 년이 훌쩍 넘은 등 긁어주고 먹던 밥 덜어주는 남편이 있지만 그래도 발리는 안 가고 싶다. 이제는 그때 그 남친 얼굴도 희미하지만 캄캄하던 내 마음과 어떻게든 닫아버리고 다시 행복해지고 싶어하던 어린 날의 나는 아직 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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