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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

Recharge 3일 차: 루브르 > 쁘렝땅 백화점

by Chuchu Pie

3일 차 하이라이트

어제 올렸던 프랑스 파리: 몰랐던 것 두 가지하루 만에 조회수 6,000을 돌파했습니다. 어떤 글을 써도 기껏해야 10-20회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어떻게 된 건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유입 키워드: 파리약"이 눈에 띕니다. 어떤 분인지는 몰라도 파리 때문에 고생이 많으신 것 같은데, 도움이 못 되어 드려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어쨌든 하루나마 조회수가 많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친한 형님 중에 셰프가 한 분 계십니다. 실리콘 밸리 유명인들의 개인 셰프로 활동하시다가 음식점을 내셨습니다. 한식과 멕시칸을 퓨전 시켜서 항상 새로운 음식을 창조해내는 아주 열정적인 분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하나같이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맛깔납니다. 심지어는 라면도 형님이 직접 수프를 만들어 끓이는데, 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그 셰프 형님에게 언젠가, 정작 본인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나? 난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어.


17년 전에 파리에 왔을 때에 저는 조그마한 벤처기업의 해외사업팀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박물관 등 음성안내 시스템 영업이었는데, 당연히 루브르도 "영업대상"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고객들이 죄다 무슨 박물관, 고성(古城) 아니면 유적지 이런 곳이라 영업할 맛 난다고 할 수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런 관광지조차 죄다 "일"이 되어버려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슬픈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셰프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준 음식인 것처럼, 영업맨이 가장 신날 때는 자기가 고객이 될 때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루브르를 일반 손님으로 들어가 보니 확실히 느꼈습니다. 평소에는 박물관의 비읍에도 코웃음 쳤는데. 음성안내시스템을 목에 걸고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 한가로이 앉아서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신나게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금세 몸이 베베 꼬이면서 보채는 아이들이 없었다면 아내와 함께 박물관에서 밤이라도 새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이건 3시간 정도 지나서야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박물관이 너무 넓어서 다리가 아팠거든요. 전시된 작품 및 유물수만 43만 점이 넘는다고 하니, 하나 보는 데에 1분만 써도 약 300일이 걸리는 셈입니다.


그래도 천천히 관람하다 보니 한 작품을 보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림 속에 표현된 옷깃 하나, 초상화 속 인물의 눈동자에 반사된 작은 사물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 보니,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몇백 년 전의 격동의 프랑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다 한 그림에서 멈춰 섰습니다. 그림 속 한 남자의 표정과 눈빛이 눈에 밟혀 한참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좀 웃겼는데 빤히 쳐다보고 있자니, 루브르에서 본 가장 오묘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눈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모나리자보다 더 강력한 느낌이었습니다.


가장으로서의 고단함과 강한 의지가 동시에 엿보이는 눈빛이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지오바니 (Giovanni Francesco Da Rimini)의 작품입니다. 아기 예수가 마리아의 품에 안겨 이집트로 탈출하는 그림으로, 중세 이후 많이 인용된 모습이라고 합니다.


옆에 있는 이 오묘한 눈빛의 주인공은 아버지 성 요셉입니다. 얼굴은 이 쪽(마리아와 아기 예수 쪽)을 향했지만 발은 앞을 향한 모습이 흡사, 갈길을 재촉하는 사이 시시각각 뒤를 돌아보며 사랑하는 가족이 무사히 잘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손에는 바구니며 물고기(?)며 등등 먹고살기 위한 도구들을 챙겨 가고 있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낸 바로 저 표정!


아빠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면, 너무 깔때기인가요.


제가 무교이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종교적인 예술이라기보다는 성 요셉을 통해 사람 사는 모습을 담은 인간적인 예술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3일 차 여행 일지

모나리자 전시방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17년 전 기준으로)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정말 그래서인지 아니면 노안이 시작되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침 9시 반에 들어가 모나리자부터 찾았습니다. 약 한두 시간 후에 오니 줄이 몰라보게 길어져 있었습니다. 루브르가 처음이면 무조건 모나리자부터.


그리다 만 나폴레옹의 초상화입니다. 화가의 집에 여러 번 와야 하는데, 나폴레옹이 너무 바빠서 한 번 밖에 오지 못해 여기서 멈췄다고 합니다. 한 번치곤 많이 그렸습니다. 눈빛이 살아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음성안내를 듣는 모습입니다. 하나에 5유로 하길래 2개만 빌려 네 가족이 나눠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몇 개 듣다 말았습니다.


셜리 (Sully) 관 2층이었던 같은데, 아침에 오니 사람이 얼마 없어 마치 전세 낸냥 사진을 찍었습니다.


커버로도 사용한 사진인데 노 필터입니다. 찍어 놓고 너무 그림 같이 나와서 제가 놀랐습니다.


오페라에서 나오는 길인데 희한해서 찍었습니다.


평범한 골목들이 비범합니다.


저녁 식사를 한 Gloria와 그 앞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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