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번 시간은 AI에 쓰지 마라

처음과 끝

by Collie Kim

AI를 사용한 시간이 아주 오래되어간다. 그러면서 경험적으로 느끼는 것과 논문을 보며 배운 이론적인 것들이 뒤섞이며, 여러 실험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가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처음과 끝이다. 아무리 모델이 좋아져도, 아무리 다른 툴이 나와도, 처음과 끝은 사람의 손을 떠날 수 없다. 떠난 결과물의 퀄리티는 정말로, 너무너무 별로다. 심지어 그게 가치를 만들어내더라도, 나는 그런 수준의 결과물이 있는 것이 용납이 안된다.


그런데, 처음과 끝에 사람의 손을 탄 것은 솔직히, AI를 사용했는지 아닌지 알기조차 어렵다. 진짜 예상치도 못한 퀄리티가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이 직접 작성한 아주 흥미로운 시나리오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AI드라마가 그렇다.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


처음과 끝이 사람의 손이 필요하면, AI는 결국에 중간 단계에 쓰는 것이다. 그랬을 때 가장 효율이 좋다. 코딩을 예로 들어보면, 구조를 짜고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개발 스택을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뾰족하게 가다듬은 다음에 코드 짜는 걸 AI한테 맡긴다. 그 코드의 마감작업은 다시 사람의 손으로 아주 세부적인 면들을 잡아가며 마무리를 한다. 그러면 가장 최적의 결과가 나온다. 결국 AI는 '중간 단계'에 쓸 때 가장 효율이 좋다


반대의 경우를 예를 들면 쉽다. 반대로 구조, 아키텍처, 개발스택, 아이디어까지 AI에게 맡기고, 중간도 맡기고 마무리도 맡기면, 우리가 대강 상상했던 그림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게 나오게 된다. 이는 이번에 문서작업에서 초안단계를 AI와 작업하며 느꼈던 생각이다.


반면, 초안을 직접 작성하고, 내가 구조를 짜고 거기에 AI가 보조하고, 다시 퇴고하여 마무리할 때 그때의 결과물은 정말 환상적이다.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걸 만들 수 있다.


여기까지는 방법적인 내용이었다. 이제 철학적으로 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중간을 대체시키면서 엄청난 시간을 얻었다. 그 아낀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할까? 다시금 AI를 사용하는데 시간을 써야 할까? 나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AI로 아낀 시간은, 다시 처음과 끝을 고민하기 위해 써야 한다. 무엇을 왜 만들었는지 본질을 더 뾰족하게 가다듬기 위해 써야 한다. 왜 지금의 기술스택을 유지해야 하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AI의 사용 경험에 취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어떤 쓸모'로 연결할지 집요하게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방금 한 말조차 추가적인 궁리에 의해 부정될 수 있을 만큼, 처절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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