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내 남편이 포도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농사꾼 뒷목이
녹아나고
팔뚝이 새까맣게
그을리도록
여름해가 쨍쨍하게
울고 나면
비로소 여름 과실이
탐 스러이 농익어 간다
한여름, 넘의 집
담벼락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포도만 보아도
그 시절 부모님을
떠올리는 내 남편
한여름의 햇살
한여름의 소낙비
한여름의 향기를 알알이 품은
그 포도 한입은
얼마나 탐스러웠을까
송이마다 맺힌
일곱 남매의 뒷바라지 삯
조그마한 몸으로
하루종일 넝쿨 뙤약볕에
쪼그리고 앉아
어린 아기 달래듯
포도알을 따내셨을 어머니는
또 얼마나 많은
비지땀을 바치셨을까
매일 포도밭에 살아
지겹다면서도
내 남편이 포도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새까만 알알마다
어머니 같은 농사꾼이
귀한 땀이 담겨있어서일 테지
달디 단 포도 한 알
삼킬 때마다
일평생 자식 키우듯
함께 익어오신
그 시절, 숙연한
노부부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