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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Nov 10. 2024

소설3>

'네가 늘 행복하기를..'

크리스마스가 지났음에도 이쁘게  장식해

놓은 트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살 넘도록 야간 개장에 놀러 온 건 처음

인 소현이었다

네온사인에 반짝이는 풍차의 모습이 인상

적이다 저 멀리 보이는 눈사람 모양의 소

품들이며 여기저기 팡팡 흩어지고 퍼지는

색색의 불꽃들이 이 공간을 더 황홀하게

했다 꽃차가 지나갔다 꽃차 뒤에 춤추며

페스티벌을 하는 사람들이 마치 요정 할머

 보내 준 요정들 같았다

동생들이 태어나기 전 어릴 때 부모님과

서울대공원에 놀러 와 회전목마를 탔을

때가 갑자기 생각나 울컥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그가 따뜻

한 차 한잔을 건넨다

"춥지 않아요?"

"너무 오랜만에 와서 인지, 이뻐서 눈물

이 날 거 같아요!"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저, 성공한 거네요 전 소현 씨 처음에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

사귈래요?"

갑작스러운 그의 돌직구 제안에 머리가

띵 했던 것 같다

내 팔을 잡아끌더니

"우리 저거 해요 제가 저 인형 맞춰서

명중하면 소현 씨 선물로 줄게요 그리

고 우리 사귀는 겁니다"

그의 말이 재미있기도 하고 설레기

도 해서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팔을 뻗어 직선으로 세우더니 토끼 인

형을 조준해 '탕' 소리와 함께 인형이 쓰

러졌다

사격장 주인 할아버지께서  껄껄 웃으시며

"젊은 청년이 솜씨가 좋구려"

하고는 토끼 인형을 건네주셨다

"오늘부터 우리 사귀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제 첫 번째 선물이고요"


우린 그렇게 소개팅한 지 2주 만에  2번

만나고 사귀게 되었다

며칠뒤 이 소식을 접한 주선자 선배 언

니는 신이 나서

"너네 진짜 잘 어울려 내가 예전부터

자기 찜했잖아 소개팅해 주고 싶어서

내가 아는 사람 남자 중에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 꼭꼭 숨겨났다가 자기를 알

고 너무 소개해 주고 싶었다니까 아무

튼 잘 사귀었으면 좋겠다 잘되면 진

짜 크게 한턱 쏴라"

그가 선물해 준 토끼 인형을 화장대

앞에 두었다

토끼 인형을 건네주던 그가

"이 토순이, 아까부터 소현 씨 닮아서

주고 싶었거든요 눈도 크고 새하얀 게

순수한 소현 씨를 꼭 닮았더라고요"

그는 만날 때마다 나를 많이 미소 짓게

만든다 나보다 3살 많아서인지 몇 번

안 만났지만 듬직하고  편안했다

그런 그가 내심 나도 좋았다 그의 서글

서글 눈매와 호탕한 웃음소리,, 차분한

동굴목소리까지 자꾸 생각나게 했다

놀이동산 이후 마치 꿈을 꾸듯,, 동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저, 오늘은 좀

늦을 수 있어요"

서둘러 집을 나와 걷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누가 부르는 거 같아 뒤를 돌아

보니 차창문을 열고 경민오빠가 불렀

"소현아 타~ 내가 데려다줄게, 그리고 이

거 먹고"

그가 샌드위치랑 흰 우유를 건넨다

"소현이가 아침을 잘 안 먹고 다닌다

고 들었던 것 같아서.."

"출근 안 하세요?"

"오빤 오늘 오후에 출근하는 날이라

소현이를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서"

한 손에는 샌드위치를

한 손에는 우유를 들고 어떻게 대답

을 해야 할지 몰라 발끝만 쳐다 보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어, 우리 어제 말 놓기로 했는데 그

새 잊은 거 아니지? 이제 오빠라고

부르지,, 사실 나 동생이 없어서 오

빠 소리 듣고 싶은데.."

소현이도 오빠가 늘 갖고 싶었다 든

든 하고 멋진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막상 오

빠라 호칭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마음은 오빠! 하고 불러 주고 싶었

지만 입안에서만 맴돌 뿐 선뜻 내놓

아지지 않았다 소현이의 양볼이 자

꾸 홍당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가 소현이를 보고 귀엽단 듯이 해

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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