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린시절
유독 하늘로 닿고 싶은 날이였다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을 쫒으며
할머니댁 마루에 납작이 누워
하늘을 품어 보던 어린 날이였다
입밖으로 숨쉬듯이
"심심해.."
소리가 공기처럼 흩어져갔다
할머니는
마루 한켠에 나폴나폴거리던
가벼운 달력을
잘익은 김치처럼 쭈욱 찢여
"옛다 놀아라!"
하고 주셨다
달력의 뒷장은
잠자리 날개처럼 희고 얇았다
동생과 나는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오색 그림을 그리고
정성을 다해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할머니댁 옥상은
종이비행기의 훌륭한 이륙장이였다
짧은 팔로 힘껏 날아올린 비행기는
뾰족한 콧날로 솟아올라
반듯이 펼쳐진 날개로 바람에 타 올랐다
크레파스 오색깔을 품고
흰 구름 사이로 휘저으며
유영하는 나의 비행기
"언니 비행기는 높이 나는데
내비행기는 땅에 쳐박힌다"
토라진 동생을 달래느라
호주머니속에 아껴둔 금색 색종이
한 장 꺼내 쥐어 주던 날
종이비행기 하나로
하늘을 가지고 놀던 그런 날이였다
할머니댁 마루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색색의 크레파스와
하늘로 높이 날아가 버린 종이 비행기
그리고 그 하늘을 바라보는 어린 영이와 선이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제나 그리워 할 그 시절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