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초등학교
1986년 졸업생
학창 시절 나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오
죽 하면 우리 엄마한테
"인영이가 말하는 것을 못 봐서 벙
어리인 줄 알았네요"
하실 정도였다.
학교 교실에 걸려 있는 액자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소극적이고 조용
했던 아이가 나였다.
부끄러움도 많아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 주기 전에는 말도 먼저 하지
않았던 아이,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고 싶어도
손들고 선생님께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 되나요"
그 한마디 하기가 어려워 꾹.. 참았던
아이,
짓궂은 남학생이 괴롭혀도 묵묵히 참
았던 아이,
어둡고 다크 했던 아이,
그런 나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던 <박기주 선생님>
을 만나고 나에게도 봄이 찾아왔던 것
같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한 아
이의 하루가 혹은 인생이 달라진단 것
을 나는 몸소 체험했다.
내성적인 내게 늘 관심 가져 주시고
말 걸어 주시던 선생님
"인영이, 글 잘 쓰는구나!"
하시며 칭찬해 주시고
미술 시간에 잘 그린 그림을 교실뒤
게시판에 걸어 주셨는데... 그동안
한 번도 걸린 적 없던 내 그림이 걸렸
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저 그림, 누구 그림이야?"
하며 관심 가져 주고 말도 걸어 주고
그래서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
백일장 대회 있을 때마다
다른 학년일 때는 보통 반장, 부반장
임원듫을 담임선생님이 추천해 내 보내
고는 하셨는데... 박기주 선생님은
"인영이, 너 글 잘 쓰던데 용기 내서
한 번 나가볼래?"
하고 물어 봐 주셨다.
그냥 난 늘 말없는 조용한 애에 불과
했는데 언젠가부터 인가 우리 반에서
글짓기 잘하는 애, 그림 잘 그리는 애가
되어 있었다.
자존감이 낮았던 내게 조금씩 자존감을
업시켜 주셨던 선생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못싸오는
아이들에게 본인 도시락을 내어 주시던
선생님이셨다.
운이 좋게도 나는 초등학교 5학년, 6학
년 2년을 선생님과 함께 하며 차츰 음지
에서 양지로..
조용했던 아이에서 밝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 찐 감자를 제일 좋아하신다는
선생님을 위해 스승의 날
엄마가 감자를 쪄서 선생님 갖다 드리라
고 주셨다 나는 용돈을 모아 선생님께
드릴 삔 하나를 사 포장해 편지와 함께
드렸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드린 선물과 편지
하나, 하나를 감사하게 받으시며 표현
해 주시던 선생님
내가 졸업하고도 내 동생이 초등학교
를 다녔기에 가끔 선생님과 연락하며
지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이
전근 가시며 연락이 끊겼고 나도
학교에 적응하고 바쁘게 사느라 그 동
안 선생님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선생님을 찾고 싶어서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스승님 찾기> 도 해 보
고 했는데 못 찾았다.
우리 어머니도 늘 기억하시는 선생님,
그때... 29세인가 하셨으니 지금쯤
60대 후반 정도 되실 듯싶다.
그 당시 신혼이셨던 선생님은 그리고
남편도 같은 선생님이셨던 걸로 기억
된다.
더 늦기 전에 찾고 싶은 선생님이신
데... 음, 방법을 모르겠다!!
어린 인영이에게 햇살처럼 다가와
나에게 봄을 선물해 주셨던 박기주
선생님,,
어디에 사시려나 ????
선생님, 뵙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