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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무서워요~

애기가 되어 버린 우리 엄마

by 문학소녀

아이면 때려서라도 가지!


우리 엄마 병원 모시고 가려면 진이

다 빠진다.

분명히 아파 보이는데... 약국에서

약 먹어 괜찮아졌다고 거짓말하기는

기본이고 안 아픈 척 연기까지 하시니

아주 죽을 맛이다


몇 년 전에도 치아가 안 좋다셔서 치과

예약해 놨더니 괜찮다시며 취소 하시

고 식사를 잘 안 하셔서 왜 못하시냐

고 하니

"너희들도 나이 먹어봐라 나이 70되

니 입맛도 없다고.."

그러더니 나중에 들통나셔서 치과

가니 이랑 잇몸이 너무 안 좋으셔서

임플란트 세 개 하셔야 한다고...


"엄마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는

꼴이 되어 버렸잖아 제발 아픈 것

좀 숨기지 좀 마"

"돈이 한 두 푼이냐 엄마 나이 되면

안 아픈 게 이상하지 아플 때마다 무

슨 병원이야!"

하신다


"엄마가 자식이 없어? 왜 매번 아닌

척.. 하셔 예약해 놓으면 취소하고"


그때도 그러시더니...

이번에도 이럴 때마다 너무 속상한

자식들 맘도 모르고


10년 전쯤 척추협착증 진단 받으신

고 조금 약 먹고 침 맞고 하시더니 다

나은 거 같다고 중단한 엄마 ㅠㅠ


요 근래 다리를 조금 절뚝거리시기에

병원 모시고 가 검사 하니 디스크란다

일단 신경 주사 맞고 약물 치료해 보고

그래도 편찮으시면 수술하시라고 의

사가 ㅠㅠ


본인 몸 부서지는 줄 모르고 가게 하는

남동생 일 도와주고

병원 좀 가자고 하시면 괜찮은 척, 안아

픈 척 연기하시는 엄마!


사실 엄만 병원을 무서워하신다.

그 원인이 나인 거 같아서 더 속상하다.


남들은 살면서 한두 번 수술할까 말까

인데...

난 제왕절개 수술 2번

허리디스크 수술 3번

뇌동맥 수술 1번

유방, 맘모톰 수술 1번을 했다


그때마다 바쁜 신랑대신 엄마가 보호자

로 수술 대기실에 계시는 날이 더 많았다.


임신중독증이 와, 첫아이

제왕절개 할 때는 갑자기 피가 모자라

수혈을 해야 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해서

엄마가 놀라셨다.


오른쪽 다리 마비와 첫 디스크 수술 하고

7년뒤에

왼쪽 다리 마비와 두 번째 디스크 수술을

했다.

그리고도 7년뒤에

재발이 되어 아예 핀을 박는 수술까지

했다..


나의 연이은 고통은 거기에서 끝나지 안

았다.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이라는 병으로

서울대 병원을 다닌다.

그때마다 아파하는 딸을 케어하며 병원

을 같이 다니시는 우리 엄마


아픈 딸 위해 사시는 집까지 정리해 10년

전에 딸네 집 근처로 이사오신 엄마



인생의 절반을 입원과 퇴원, 통원 치료

를 반복하며 사는 딸을 보며 병원을

피하시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더 병원 가는 게 무섭다는 엄마~


"엄마,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방치하다

정말 큰일 나?"


사실 나는 전신 마취하고 수술대에 일

곱번이나 누워 봐서 세상에 무서운 게

하나도 없는 여자다

그런데 엄마가 편찮으신 건 무섭다.


내 몸 아픈 거 이상으로 엄마가 아픈

게 마음 아프다.


20대 후반부터 평생 내 병치레 한

우리 엄마,,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건

아니었지만 늘 죄송하다.


엄마는 내게 더 미안해하신다 .

"엄마가 너 낳을 때 형편이 어려워

소고기 미역국 한 번을 못 먹어서

네가 동생들에 비해 부실한 거 같아

미안해"


"아니,, 뭐래! 엄마 나아픈 게 왜 엄

마 탓이야? 내가 내 몸 , 관리 못

내 탓이고.. 내 팔자소관이지.. 이상

한 말 좀 하지 마세요 "



엄마는 그런 존재인 거 같다.

다 본인 탓 하는...

난 그게 너무 싫고 속상하다.


그런데 나도 엄마를 닮았나 보다!

엄마가 병원 무서워하는 게 다

내 탓 같다!!!


"엄마 독감 주사 느낌이야 순간

따끔 욱신하고 괜찮아

이거 맞으면 다리 덜 아파지니까

참고 맞자"


신경 주사 맞기로 한 날,, 엄마가

병원 가기 무서워하시기에 애 달

내듯이 달래고 얼러서 모시고 갔다.


주사를 다 맞고 나오신 엄마가 눈가

가 촉촉해지셔서는

"내 딸은 이 주사를 수십 번도 더 맞았잖

아 갑자기 주사 맞다가 내 딸이 생각나

서..."


"그러니까 엄마도 나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안아프다고 거짓말 하면 안

돼! 엄마 증상을 정확히 알아야 치

료하지! 안그러면...그러다 나처럼 .

다리 마비와 큰 수술 한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더니 요새 엄

마가 내 말을 아주 잘 들으신다.

병원 특히 디스크 질환에 대해서는

나도 반의사인 셈이다.


부모님과 언젠가는 나도 작별을 하

겠지만,,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부

모 님이 건강하게 아프지 않으시기

를..



내가 맛있는 거 먹으면 부모님도 맛

난 거 사 드리고

내가 좋은 데 가면 부모님도 좋은 데

보내 드리고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을 부모님과

함께 나누며 하루 하루를 소중히 살아

가고 싶다.


'엄마,이젠 내가 엄마 케어해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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