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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에게 청첩장이 왔다

결혼 축하해!

by 문학소녀

그 녀석에게 청첩장이 왔다.

가슴이 쿵쾅 거린다. 앞이 깜깜한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내 나이 26살에 두 번째 졸업시켰던

7살 꼬맹이가 어른이 돼서 보내온

청첩장 이라니... 감계 무량하다.


26년 전에 유치원에서 난 7세 반

코끼리반 교사였다.

그때 우리 반 이었던 상석이는, 참

예의 바르고 배려심도 많고 글씨도

또박또박 쓰던 녀석이었다.


우리 반에는 30명의 아이가 있었

는데 난 대부분 아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기억이 난다.


유치원에서 4년 근무하고 결혼과

함께 직장을 퇴사했는데...

학부모나 아이들한테 나름 인기

많았던 교사였다.


7세 반이 두 반이었는데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원장님께 학부모님들이

코끼리 반에 넣어 달라고 미리 전

화해 부탁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상석이도 내가 기억할 수밖에 없

는 게 두 형제를 가르쳤기 때문이

다.

두 녀석을 졸업시키고 한 동안 연

락이 끊겼다가 6년 전에 우연한

기회에 연락이 되어 지금까지 친

분을 이어 오고 있다.


작년엔 상우가 결혼을 하였고 올해

는 상석이가 결혼을 하여 식장에

다녀오게 되었다.


청년이 된 제자의 얼굴에 아직도 선

명하게 남아있는 7살 아이의 순수한

미소에 절로 뭉클 미소가 지어진다.



'언제 커서 이리 멋진 어른이 되었지!'

싶은 게.... 이 아이의 성장에 나도 조금

한몫했다는 자부심까지 생긴다.


그 시절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내

직업에 자부심이 있었고 아이들을

좋아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라기보다 그냥 아이들 눈높이

에서 같이 놀고 즐거워했던 교사

였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날 때쯤 되면 한 명 한 명

이쁘게 씻기고 베이비 로션도 발라

주고 헝클어진 머리도 빗겨서 귀가

시켜 주는 그런 때로는 언니 같고 때

로는 엄마마음 같은 선생님이었던 것 같

다.

그런 마음이 아이들한테도 통하고

학부모들한테도 통하여 쌓인 인

기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제자의 결혼식에 기쁜 마음으로

가서 원 없이 축하해 주고 왔다.


나에게도 감사하고 특별한 인연이

지만 나의 제자인 그 녀석들한테도

나와의 인연은 참 특별하고 행복한

추억이라고 한다.


어머님과도 과거에는 학부형과 교

사였지만 지금은 큰언니랑 동생처

럼 지낸다.

알고 보니 나랑 9살 차이...


관계란 게, 마치 화분을 가꾸는 것

과 다를 게 없다.

이쁜 화분을 샀어도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금방 시들어 버리지만 제대로

관리하면 한 해 두 해 이쁘게 키워 낼

수 있다.

사람, 인간 관계도 그런 것 같다.

아이들한테 좋은 어른이야 말로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아이들을 기억하듯이 아이들도

그 시절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니 더없이 행복할 따름이다.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 주어 멋지게

성장하고 멋진 청년이 되어 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도 멋진 남편, 좋은 아빠로 성

장해 주기를 늘 응원하고 싶다.


"사랑스러운 나의 제자~ 상석아!

진심으로 결혼 축하해!! 살면서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지혜

곱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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