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머리카락에
눈이 초롱한 여자
아이는
엄마,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집도 길도 잃었다
목이 길어지고
눈이 깊어질 때까지
아이는
핏줄 닿는 곳마다
작은 짐처럼
옮겨 다니며 자랐다
콩벌레처럼 자다가
새벽닭 울기 전에 일어나
고사리 같은 손으로
걸레를 쥐고 살았다
꽁꽁 언 개울을 깨어
때 낀 옷을 빨고
불어가며 보리쌀을 씻었다
"고무장갑 끼고 해야지"
뜨거운 물
솔솔 나오는 싱크대 앞에 선 내게
그 소녀가 한 소리 한다
툭툭 굵어진 손마디마다
밤하늘 보며 엄마 찾아
훌쩍이는 그 소녀의 손
70세 목전에 선
할머니가 된 소녀의 손을 잡으니
우리 엄마, 살아온 세월이
내 가슴에 파고들어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