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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Sep 07. 2024

아주버님께 보내는 편지

천사가 주고 간,, 그리움의 커피


가을비일까?

겨울비일까?

정체 모를 비가

하루종일 내립니다


방안에

덩그러니 앉아 있으려니


이런 날

생각나는 커피 한잔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데

눈물 나

그리운 커피가 있습니다


어떤 날에는

너무 쓴 커피라서

어떤 날에는

너무 단 커피라서

또 어떤 날에는

이맛도 저 맛도 아닌 커피라서


몸은 어른인데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46년을 6살 사내아이로 살다가신 아주버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을까?

우리 어머님, 일곱 손가락 가운데

제일 많이 아프셨던 손가락


베란다 창문 너머

깔깔거리며 노는 아이들 소리에

문득 생각나는 아주버님


건이랑 환이랑

같이 놀이터에 앉아

흙장난도 하고

그네 타고 놀자며

아기처럼 보채시던 아주버님


한 달에 한번 시댁 가는 날

맨발로 뛰쳐나오셔서

"재수 씨 내가 맛난 커피 타 줄까?"

제게만 타 주시던 정체불명의 커피


세상에서

제일 맛없지만

그래서 더 특별했던

커피가 있습니다


비 내리는 오후

천사의 미소로  환하게 웃으시던 아주버님

오늘따라 아주버님의 커피가 더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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