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스승과 제자
스승의 날이 하루 지나긴 했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선생님이 계시다.
고등학교 1학년때 3개월 교생 실습을
나오셨던 문학 선생님.
성격이 내성적이었던 나는 고등학교에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게 갓 20살이 조금 넘었던
교생 선생님은 빛처럼 내 안에 들어 오
셨다.
그 빛은 작지만 따뜻했고 나에게 특별
한 인연이 되었다.
매시간 글습작과 함께 발표를 시키
거나 아이들이 쓴 글들을 하나, 하나
읽고 칭찬해 주셨던 선생님.
그 시절, 주입식 교육이 아닌 그냥 자
유롭게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를 하
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나는 좋았던
것 같다.
"인영아, 선생님은 너의 글이 따뜻해서
좋더라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지만
늘 감동이 있거든
이쪽에 소질이 있는 것 같으니 그런
일을 해봐도 좋을 것 같아
나중에 책 내면 쌤은 일호 팬이야"
선생님이 주신 칭찬 한마디가
어린 소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교생 실습이 끝나시던 날
선생님이 불러서 교무실에 갔더니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셨던 선생님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보라고 조언도 해 주셨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때
선생님과의 만남이 내겐 오래도록
내 마음 한편에 작은 울림으로 저장
되어 있었다.
친구들이 내가 얼마나 선생님을 좋아
하는지 알 정도였다.
선생님이 교생 실습 하시던 마지막
날 아이들은 진심으로 대해 주시던
선생님과의 이별을 아쉬워했고 선물을
하거나 눈물을 보였다.
내성적이던 나는 차마 선생님께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인사만 하고 선생님과 헤어졌다.
집에 와서 울었던 기억이...
한동안 선생님을 잊고 살았다.
가끔 친구들에게 혹시 그때 교생
선생님과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니?
하고 물어본 적은 있었다.
그때 우리 학교 지리 선생님의 친
동생이셨기에 혹여라도 아는 친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다.
2019년의 어느날
그날의 전화 한 통이 다시 선생님과
나를 이어 주었다.
친구 양순이의 전화였다.
"인영아! 인영아 대박
나 오늘 누구 만났게?"
"누굴 만났기에 그리 호들갑이야
첫사랑이라도 만났어?"
"나의 첫사랑이 아니라
너의 첫사랑일 걸..."
"뭐래니?"
"네가 좋아했던 공은하 선생님 말이야!
오늘 일이 있어서 파주 갔다가 만나서
차 한잔 했지
선생님이 그잖아도 너 잘 있냐고 하더라"
순간 눈물이 핑~
" 널 위해 선생님, 번호 내가 물어보았지
불러 줄게 저장해"
간절히 바라면
만날 사람은 이렇게도 만나지는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친구에게 전화번호를 받고 바로 그날
전화를 드려 한참을 통화했다.
17살로 돌아간 기분마저 든 시간이였
다.
선생님은 아픈 어머니를 책임 지시는
라 미혼이시고 파주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신다고 했다.
파주에서 엄마랑 단둘이 살고 여전히
꿈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신다고...
그때부터 간간히 선생님과 연락하며
지낸다.
선생님은 성장한 나를 보며 뿌듯해
하시고 행복해하셨다.
내가 첫 시집을 낼 때
내가 첫 그림 전시회를 할 때도
늘 한걸음에 달려와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
신상 립스틱이랑 카드를 써 택배로
보내 드렸다.
"인영이 덕에 더 이뻐지겠다!"
17살 소녀는 52세가 되고
풋풋했던 20살 중반이시던 선생님은
어느덧 60이 다 되어 가시지만..
그녀와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이다.
같은 꿈을 꾸고 함께 성장하는
세상에서 제일 특별하고 소중한 인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