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딸, 여자한테 흑염소가 그렇게
좋다더라! 엄마도 예전에 몸 안
좋을 때 흑염소 먹고 좋아졌어.
너도 흑염소 한채 사 먹어 돈
아끼지 말고.."
엄마는
내가 몸이 안 좋다고 할 때마다
흑염소 좀 사 먹으라고 성화시다.
지인들 모임이 있어서 나갔더니
거기에서도 80% 이상이 다 건
강 이야기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 이야기였는
데 한두 살 더 먹었다고 이제 아이
들 다 키우고 나니 이야기의 주제
가 바뀌었다.
한 언니의 형부가 혈액암으로 2년
째 언니가 병간호 중인데 환자도
환자지만 보호자가 체력적으로
바닥이 났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TV홈쇼핑 방송에서
이경제 흑염소 방송이 나왔고 본인
을 위해 카드를 질렀단다.
흑염소 먹은 지 보름차 되어 가는
데 몸도 덜 피곤하고 체력이 좀
좋아진 것 같다고 흑염소 전도사
가 되었다.
언니의 이야기에 엄마의 이야기
까지 얹혀 들으니 귀가 솔깃해
졌다.
원래 수족냉증이 있었는데 폐경
이후에 더 심해진 거 같기도 하
고 몸도 자주 붓고 뼈마디가 시리
기 까지 ㅠㅠ
한의원가 맥을 보면 가끔 빈맥이
나오기도 한다.
나이에 비해 체력이 +10은 더해
나오기까지...
마침 저녁에 소파에 앉아 TV를 켜니
홈쇼핑에서 언니가 말 한 흑염소 방
송이 나오길래 나도 큰맘 먹고 플렉스
하다.
"엄마, 나 흑염소 질렀어 엄마한테도
택배 조만간 갈 거니까 엄마도 열심히
드셔요"
"너나 먹으라고 했더니 왜 쓸데없이
돈을 써?"
"원래 좋은 건 같이 먹는 거야!
부모님, 나 몰라라 하고 나 혼자 먹다가
살만 뒤룩뒤룩 찌면 엄마가 책임질 거야
몸에 좋다는데 같이 먹어야지"
"엄마야 딸이 챙겨 주면 고맙지 네가
돈을 많이 써서 그렇지!"
"엄마가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
도 있는 거라고 돈에 연년 하지 말라
며...
우리 요거 먹고 올여름 더위 잘 버티
자, 엄마"
"그래, 딸 고마워! 딸을 셋 낳았어야
하는데.. 엄마가 딸들 때문에 호강한다.
이놈의 아들은 지만 알아!"
우리 명자 씨는
1남 2여를 낳았다.... 그땐
시집왔으면 아들은 나아야 하는
시대였기에 기를 쓰고
아들을 낳으셨다고.. 다행히 셋째
가 아들이었으니 망정이지 딸이
였다면 우리 엄만 아들 날 때까지
계속 나으셨을 분이다.
엄마는 늘 내게
"엄마는 딸들 덕에 호강하며 살았는데
내 딸은 정작 아들만 둘이라 엄마가
나중에 내 딸 안쓰러워 눈도 못 감고
가겠네"
하신다.
주변에도 딸 가진 엄마들은 얼굴이
웃는 상인데 아들 가진 엄마들은
웃상이 아니라시며...
(주관적인 명자씨 생각)
나도 첫째 아들 낳고 둘째도 또 아들이
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너무 속상했다.
자녀 성별이 내의지데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미련은 없지만
우리 엄마는 아들만 낳은 딸이 영 안쓰
러운신가보다..
해마다 신랑이랑 아들들에겐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보약을
챙겨 주며 살았는데 정작 나를 위해서
흑염소를 산 건 처음인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챙겨 주고자 사게 된 흑염소,
사랑하는 나의 명자 씨와 함께 열심히
먹고 건강해져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