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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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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녀

겨울이 시작되던 어느 날,

하늘이는 또 혼자 아침밥을 먹었다.

엄마는 허겁지겁 머리를 말리며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아, 밥 먹고 정리 좀 하고 학교 가"

"네"

아빠는 오늘도 아침부터 체육관에

가 있었다.


식탁 위에 반찬 두어 가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따뜻했던

계란찜은 이미 식어 있었다.


텔레비전에선 축구 해설이 흘러

나왔지만 하늘이는 오늘따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젓가락을 잡은 손만 공허하게 움직

였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빠는 오늘도 안 오시려나"


하늘이는 아빠가 좋았다.

아빠는 과거에 잘 나가는 야구 선수

였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지금은 그 열정으로 후배 양성하는

데 쓰고 있지만.


그의 하루는 늘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끝나고는 했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 귀가하시거나

그마저도 안 들어오시고 체육관에

서 지내곤 했다.

늘 가족은 뒷전이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왜 나랑 결혼했어? 그냥 운동이나

하며 평생 살지?"

하고 종종 다투시고는 했다.

아빠의 눈에 비친 세상은 늘 다시

돌아가고픈 무대 위였고 운동장이었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묵묵히 지켜

보았고 자랑스러워했으며 나중엔

서운함이 폭발해 지쳐 가고 있었다.


아빠, 엄마는 점점 대화가 줄었고

웃음도 사라졌다.


하늘이 엄마는 푸념처럼

"네가 태어난 날에도 시합 영상

편집을 하고 있었어 우리보다 중요

한 게 있었던 거야 너희 아빠는.."


하늘이는 축구화를 벗으며 현관에

작은 한숨을 남겼다.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겨울

바람이 작은 어깨를 스쳤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 속,

환하게 웃는 아빠의 얼굴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아빠의 웃음도

아빠와의 시간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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