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엄마생일 선물이라며
반려묘 한 마리를 선물해 주었다.
어릴 때부터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가 독립하고 첫 월급으로
스핑크스 고양이를 입양하여
몇 번 본가에 데리고 왔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내가 아들이
키우는 고양이라서 그런지 점차
구 월 이와 친해졌고 몇 번 이쁘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아들은 그걸
엄마도 고양이를 키우면 좋아하실
거야!라고 받아들였나 보다.
하지만 현실은..
'이 나이에 내가 고양이 뒷수발을
해야 하냐'이다.
"엄마가 요새 갱년기 와서
외로움 타는 것 같아서 내가
준비한 생일 선물이야"
하는데 이걸 좋아라 해야 할지
그 앞에서 뭐라고 말은 못 하겠고
나는 그렇게 집사가 되었다.
2개월 된 냥이는 진짜 신생아를
키우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두 아들 키울 때가 종종 생각났다.
안방 침대자리는 남편한테
다 내어주고 냥이랑 큰아들이
자던 방에 냥이 물건들을 채우고
거기서 잔다.
새끼냥이라 수시로 살펴 줘야
할 거 같아서.. 문득문득
이게 도대체 누굴 위한 선물인가
한숨을 쉬면서..
어제 아침에 레오가 콧물을 조금
흘리던데 사료도 잘 먹고 잘 놀아
괜찮겠지! 싶었다.
저녁에 갑자기 한쪽 눈을 못 뜨며
갑갑해하는 거 같아 살짝 겁이
나서 8시가 넘어 동물 병원을 찾
았다.
의사 선생님왈;
"감기에 결막염까지 왔네요."
하시며 일주일치 약처방을 해
주신다.
기본진료비는 기본 7만 원인데
야간 진료라 20% 할증료가 붙고
검사비에 약값에 토털 23만 원이
나왔다.
헐~
며칠 전에 내가 아파서 응급실
갔을 때도 12만 원이 나왔는데
사람의 2배나 되는 진료비라니..
집에 오니 남편왈
"뭐래? 한 5만 원 나왔냐?"
"..."
남편 알면 기절각..
남편은 동물 자체를 안 좋아한다.
아들이 엄마 생일 선물로 준 거니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된 거다.
난 동물을 좋아하는데 동물 안
좋아하는 남편과 살며 근 25년을
동물 구경도 못하고 살았다.
23만 원과 12만 원
어느 쪽이 더 무겁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은 늘 자기 아픔에는 관대
하다. 늘 계산기를 두드린다.
참을 수 있는지?
내일로 미룰 수 있는지?
이 정도면 견딜 수 있겠지
라고..
아들이 선물해 준 새끼냥이가
오전엔 콧물은 났지만 잘 놀았
으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저녁에 눈이
불편해하니 덜컥 겁도 났고
저 냥이가 잘못되면 아들이
선물해 주었는데 싶은 마음에.
다음날로 미루지 못하고
한달음에 달려갔을 뿐인데
출혈은 크네
사람이랑 동물도 똑같네~
항생제 안약과 감기약을
처방받았고 하루에 3번씩
챙겨 먹이고 눈에 넣어 줘야
된다. 또 일거리가 늘었다.
작은 아들은 옆에서
"내한달 용돈이 40인데
저 녀석 병원 진료비가 한 번에
23만 원이니 이거 너무 한 거
아냐"
어제부터 투덜투덜
"말못 하는 짐승인데 그것도
새끼 고양인데 어쩌냐?"
하고 말았지만.. 사실 내 마음
한 모퉁이에도 계속 23이라는
숫자가 둥둥 떠다니네.
사랑 없이 그리고 여유 없이
동물 키우는 거 아닙니다. 왠지
이 말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오늘은...
"레오야
언넝 낫고 아프지말고 커주렴"